[프레시안 2006-10-27 13:38:55]
|
[인터뷰] '광우병' 방송 준비한 KBS 이강택 PD [프레시안 강양구/기자] 한국방송(KBS)의 이강택 PD는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던 지난 8월부터 이 프로그램을 준비했으며, 10월에는 미국을 직접 방문해 미국 축산자본이 운영하는 '공장형 농장(factory farm)', 쇠고기 수출작업장, 동물성 사료 제조공장 등을 직접 둘러봤다. 이 PD는 현지취재 소감을 한 마디로 요약했다. "나는 지옥에 다녀왔다." 이강택 PD는 26일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소가 어떤 식으로 비육되고 도축되는지를 알고나면 채식주의자가 되지 않을 수 없다"며 "미국산 쇠고기가 광우병으로부터 안전하다는 것은 미국 축산자본과 그들의 로비에 휘둘리는 미국 정부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라고 말하며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정책을 강력히 비판했다. 다음은 이강택 PD와의 인터뷰 일문일답. - 한국사회에서는 광우병이 다소 생소한 편이다. 일부 언론에서 수 차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와 관련해 그 위험성을 지적했지만 대중의 반향은 거의 없었다. 어떻게 광우병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됐나? "솔직히 얘기하면 <프레시안>의 기사를 보면서 처음으로 광우병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결국 광우병 문제야말로 대자본이 우리의 일상생활을 얼마나 위험에 빠뜨리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맞물려 있는 부분도 한번 파헤쳐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국내 언론 중에서는 최초로 미국 축산업의 충격적 실태를 영상에 담았다. 현장에서 직접 미국의 공장형 농장을 본 소감이 어땠나? "나는 지옥을 보고 왔다. 8만5000여 마리의 소가 갇힌 채 비육되고 있는 네브래스카 주의 '아담스 농장'을 취재했다. 광활한 초원에서 소가 방목되는 농장을 생각하면 절대 안 된다. 인적이 드문 외진 곳에 위치한 농장 근처 3㎞ 지점까지 역한 냄새가 진동했다. 현장에 가 보니 그럴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8만5000여 마리의 소가 곡물사료를 집중적으로 먹으며 비육되고 있었다. 항생제와 성장 호르몬은 필수다. 이렇게 비육된 소는 다른 주로 이동해 도축된 후 부위 별로 포장돼 소비자에게 전달된다. 아마 분뇨, 오물더미 위에서 뒹구는 소를 보고 나서도 아무런 거리낌 없이 쇠고기를 먹을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 동물성 사료를 생산하는 공장도 직접 취재했다는데, 실태는 어떤가? 과연 미국 정부와 한국 정부가 공언한 대로 광우병으로부터 안전한가? "안전? 현장을 보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현재 미국 정부는 소의 뼈, 뇌를 갈아서 만든 '육골분 사료'를 금지했을 뿐 동물성 사료는 여전히 허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랜더링 공장은 낮에는 가동하지 않는다. 왜 그런지 의아했는데, 정문에서 지켜보고 서 있으니까 저녁 무렵에 트럭이 줄지어 공장으로 들어가더라. 그 트럭에는 그날 인근에서 소비된 온갖 음식물 쓰레기, 각종 도축장에서 온 부산물이 가득하다. 그것이 그대로 분쇄돼 동물성 사료로 가공된다. 그 음식물 쓰레기 안에는 온갖 것, 예를 들어 광우병 감염 위험이 높은 부위도 들어 있을 것이다. 육안으로도 소의 뼈, 내장 등이 트럭에서 쏟아져 내리는 것이 보였다." - 미국 정부는 쇠고기 수출 작업장에서 광우병 감염 위험이 높은 부위를 철저히 제거하고 있음을 강조해 왔다. "웃기는 소리다. 현장에 가봐야 하는데…. 일단 바닥에 피가 흥건히 고여 있는 지저분한 곳에서 아주 빠른 속도로 작업이 이뤄진다. 그런 속도로 작업이 진행되는데 광우병 감염 위험이 높은 부위가 섞이지 않는다면 그게 이상한 일이다. 더구나 기계톱이 사용되기 때문에 쇠고기의 뼛조각이 살코기에 섞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종양 등을 포함한 오염된 살코기가 그대로 소비자에게 공급될 가능성도 높다. 현지 시민단체가 실상을 고발하기 위해서 잠입해서 찍은 영상을 보면 그런 실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타이슨푸드, 카길 등이 돈을 벌기 위해서 소비자의 건강은 헌신짝처럼 저버리고 있는 실상을 사람들이 더 많이 알아야 한다." - 미국 사람은 쇠고기를 잘 먹는데, 그런 실상이 미국 안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고 있나? "거대 축산자본이 온갖 수단을 통해 실상이 알려지지 못하도록 훼방을 놓고 있다. 일단 언론의 취재가 거의 불가능하다. 아담스 농장, 랜더링 공장을 취재하면서 여러 차례 취재를 제한받았다. 물리적 폭력의 위협에 처하기도 했다. 이 축산자본은 온갖 로비, 징벌적 손해배상 소송 제기 등으로 양심적인 정치인이나 언론인의 입을 막는다. 미국에서는 오염된 쇠고기에 대한 리콜이 실시될 때도 그것을 판매한 기업의 이름은 공개되지 않는다. 오프라 윈프리가 1996년 '죽은 소를 갈아서 살아 있는 소에게 먹인다'는 내용의 책 <미친 카우보이(Mad Cowboy)>의 저자 하워드 라이먼의 얘기를 듣고 "다시는 햄버거를 먹지 않겠다"고 발언했다가 텍사스 목장주협회로부터 1200만 달러의 손해배상 소송을 당한 것도 한 예일 것이다. 그래도 점차 미국 사람도 쇠고기의 위험을 알아 가고 있다. 1990년대부터 미국 안에서 쇠고기 소비량이 급감하고 있다. 미국의 축산자본이 국외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한미 FTA를 위해서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허용하고 말았으니 그들로서는 얼마나 환영할 만한 일이겠는가?" - 이미 미국산 쇠고기 수입은 결정이 됐다. 어떤 대응 방법이 있을까? "일본과 비교해보면 한국 정부의 대응은 아쉽기만 하다. 일본 정부는 국내 450만 마리에 해당하는 모든 소에 대해서 광우병 검사를 실시하고, 고기를 구입하는 소비자가 해당 고기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후 미국과의 협상 과정에서 자국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다. 일본 국민은 이마저도 못 믿겠다며 수입재개가 허용된 지 두 달이 지난 지금도 60% 이상이 미국산 쇠고기를 기피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은 어떤가? 그 흔한 공청회 한번 열지 않았다. 본격적으로 미국산 쇠고기가 들어오면 병원급식, 학교급식에는 광우병 위험이 있는 값싼 미국산 쇠고기가 무방비 상태로 공급될 게 뻔하다. 한국 정부는 뒷일을 어떻게 감당하려고 하는가? 강양구/기자 우리것이 소중한 것이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