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밤엔 고향의 겨울바다가 떠오르는구나...
어젯밤 늦게 걸려온 전화에서 고향친구들 목소리를 들은 탓일꺼야..
"해우"
맞냐?
우리가 어렸을때 족쇄처럼 우릴 힘들게 했던 "해우"
준비하는 과정부터 징했써
띠 띠워 발장공 콩콩 굴려 발장부터 치고
햇볕 쟁쨍한 날 건장에 꼬쟁이 끼워
해우 널었지
꾀쟁이 손에 들린 해우는 귀가 틀어지고
그시절 난,
맏이 인게 얼마나 싫었는지 몰라
다른 동생들은 뜨신 아랫목에서 아직도 꿈속인데
울엄만,
새벽 두세시만 되면 맏이인 나만 맨날 깨웠써
엄마가 무호흡으로 발장에
착~~ 뿌리는 해우
두 손으로 들어내라 시키 셨거덩
졸린 눈 비벼가며 해우 들어낼때
손은 얼마나 시려웠니
어린 우리들에겐 너무 버거운 일들이였써
햇살이 아직 떠오르기도 전인 이른 새벽부터
달빛체조 마냥 건장에 해우 널고
충분한 쉼도 없이 부모님은 또다시 바다로 나가시고
쨍쨍한 햇살에 해우가 등이 난다네
온 동네는 벌집 쑤셔 놓은듯
해우 등 벌어지는 소리 요란하고
비라도 내리는 날엔 우리들의 힘든 역사는 더욱 주검였써
널었다 걷었다 널었다 걷었다 해우는 춤추고
모로 세워진 삐딱한 꼬쟁이들
우린 언제나 놀이에 정신 팔린 철딱서니들일뿐
부모님들의 까맣게 타들어 가는 마음 알턱이없었지
일기 예보에 내일은 비옵니다...하는 날엔
얼마나 좋던지..
고향의 겨울은 언제나 "해우" 가 전부였기에
해우 를 키우는 그 겨울바다가
철없는 난 많이 싫었다네
좋은건 먹지도 못하고 '파지" 라고
찢기고...
뜯기고....
등 가고....
금 가고...
아궁이 불에 구운
초록빛 해우에 밥 싸먹었네.
얘기 보따리자주풀어주지. . .
오늘 오후에 신랑친구가하는 나주배밭에를 갔다왔거든
탐스런 열매를 보며 나의 삶의 열매는 과연 얼마나 풍요로운가에대해
잠시 생각했어
수확할배를 따구선 나무그늘에서 잠시 담소를 나누는데
모두의 표정이 어린아이 같더군
자연앞에서 겸허해진걸까
유명한 대 문호 까뮈가 말했지
사람과 사람의 대화없이는
생활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엄마란 단어만생각해도 마음 아리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