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7화 : 윷놀이
우리의 전통 민속놀이로서 주로 설날에 온 가족이 모여 함께 즐길 수 있는 놀이는 무엇일까?
답은 윷놀이이다.
오늘은 던지기만 하면 되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즐길 수 있는 이 윷놀이를 주제로 재미있는 우리말 여행을 떠나보자.
윷놀이에는 네 개의 윷짝, 아래와 같은 말판과 말로 쓰일 조그마한 물건(바둑알과 같이 서로 구분이 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좋다) 각 4개씩 합계 8개가 필요하다.
윷을 던지어 뒤집어 지는 개수에 따라 도·개·걸·윷·모라고 부르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므로 생략하고, 도는 돼지를, 개는 개를, 걸은 양을, 윷은 소를, 모는 말을 뜻한다고 하는데 이는 부족국가(부여)시절에 각 부족마다 가축을 한 가지씩 나누어 기르는 데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윷판의 명칭은 아래의 그림에 표시한 것과 같은데 이 외에도 여러 이름이 있다.
가운데 열십자는 땅을 뜻하고 바깥 쪽 원은 하늘을 뜻한다고 하니 전체를 우주로 보면 될 것이며, 특히 시작점인 멱은 ‘날밭’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말이 점수를 내는 것을 ‘난다’라고 하는 데서 기인한 것 같다.
그럼 이제 실제로 윷을 놓아 보자.
먼저 윷을 골라야 하는데 TV 등에서 민속놀이를 설명할 때 쓰이는 윷은 ‘장작윷’ 이라 하여 그 길이가 15Cm 정도 되며 손으로 던지는 반면, 일반적으로 시골에서 멍석에 윷판을 그리고 종지기에 넣어 던지는 윷은 그 길이가 2~3Cm 정도로 이를 ‘밤윷’이라고 한다.
윷을 던지고 말을 쓰는 것은 독자들도 잘 알 것이니 설명할 필요가 없지만 우리말과 관련된 재미있는 단어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계속해 나간다.
말은 하나로도 갈 수 있고 두 개 이상으로도 포개서 갈 수 있다. 이렇게 두 개 이상 포개는 것을 일반적으로 ‘업는다’라고 하는데 이는 표준말은 아니다.(이의 표준말은 ‘아우르다’이다)
말 한 개를 외동무니(또는 단동무니)라고 하는데 특히 ‘바리’라고 하며, 두 개가 업힌 것을 두동무니(또는 두동사니), 세 개의 경우를 석동무니(또는 석동사리), 네 개를 넉동무니(또는 넉동사리, 막동)이라고 한다.
윷은 말 네 개가 먼저 나는 사람이 이기는데 위 윷판에서와 같이 멱에서 시작하여 모를 거치고 방을 거쳐서 멱으로 나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이며, 그 다음이 멱→모→째(혹은 멱→모→뒷모)순으로 반 바퀴를 돌아 멱으로 나는 것이 두 번째요, 멱→모→뒷모 →째를 거쳐 멱으로 나는 것은 한 바퀴를 삥 도는 가장 늦은 방법인 것이다. 이렇게 한 바퀴를 삥 도는 것을 ‘팔방돌이’라고 한다. 여기에서 멱→모→방을 거쳐서 나는 것이 가장 빨리 나는 방법이라고 했는데 이 때에는 필히 방에 말이 놓여야만 한다. 흔히 모와 걸이 나오면 방에다가 말을 쓰게 되는데 이렇게 방에다가 말을 쓰는 것을 ‘방이다’라고 한다.
한편 ‘윷’이나 ‘모’가 나오면 이를 ‘사리’라고 하는데 이 경우에는 윷을 한 번 더 던질 수가 있다. 또한 상대방의 말을 잡을 경우에도 윷을 한 번 더 던질 수가 있는데 이렇게 한 번 더 윷을 던지는 일을 ‘새김’이라고 한다.
이제 윷은 그 끝을 향하여 가고 있다. 우리 편은 말을 두 개밖에 못 냈는데 상대방 편의 넉동무니 말은 멱에 가 있다. 이와 같이 다음에 우리 편이 윷을 던져서 그 말을 잡지 못하면 그 다음에 상대방 편의 윷이 어떤 것이 나와도 이기게 되는 것을 ‘단백사위’라고 한다.
이제 우리 편이 그것들을 잡지 못하면 이 판은 끝이 난다.
저 말을 잡기 위해서는 필히 사리가 나오고 한 번 더 던져 필요한 끗수가 나와야만 하는데 이렇게 내가 목표로 한 꼭 필요한 끗수를 ‘사위’라고 한다.
여기에서 한 가지 짚고 넘어 갈 것은 ‘단백사위 촉 간다.’라는 속담이 있다는 것이다. 어떠한 것이 나와도 승부가 결정되는 상황(이기는)인데도 져 버렸다는 것이니 이는 ‘낙’(정확한 표현은 ‘무효’)이라는 결정적인 실수를 조심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단어 하나 더!
‘도 긴 개 긴’이라는 속담이 있다. 여기에서의 ‘긴’은 「윷놀이에서, 자기 말로 남의 말을 쫓아 잡을 수 있는 거리.」를 뜻하는 말이니, ‘도 긴 개 긴’은 도나 개로서도 잡을 수 있는 짧은 거리 즉, 흔히 우리가 사용하는 ‘오십보백보’ 또는 ‘도토리 키 재기’와 비슷하다고나 할까!
이제 윷도 끝나고 잔치도 끝났다.
이겼다고 뻐길 일도 아니요, 졌다고 투덜거릴 일도 아니다.
또 다시 윷판은 펼칠 수 있으니까!
그러나 인생은 다시 오지 않으니 모든 일에 신중해야한다는 것을 오늘의 주제로 삼아 윷 이야기로 각색했다.
아우르다 - ①여럿을 모아 한 덩어리나 한 판이 되게 하다.
②윷놀이에서, 말을 두 개 이상 한데 합치다.
바리 - ①마소의 등에 잔뜩 실은 짐. 또는 그것을 세는 단위.
②윷놀이에서, 말 한 개를 이르는 말.
팔방(八方)돌이 - ①이곳저곳 여러 군데를 도는 일.
②윷놀이에서, 말이 윷판의 사방을 돌아 가장 먼 길로 가는 일.
방이다 - ①윷놀이에서, 말을 방에 놓다.
②어떤 부분을 힘 있게 후려치다.
사리 - 윷놀이에서, ‘모’나 ‘윷’을 이르는 말. 또는 그 횟수를 세는 단위.
새김 - 윷놀이에서, 모나 윷이 나온 뒤나 상대편의 말을 잡았을 때, 윷을 한 번 더 던지는 일.
단백사위 - 윷놀이에서, 마지막 고비에 이편에서 윷을 던져 이기지 못하면 그 다음에 상대편에서 도만 나도 이기게 될 때 이편에서 쓰는 말.
사위 - 주사위나 윷을 놀 때에 목적한 끗수.
단백사위 촉(蜀) 간다 - 윷놀이에서, 마지막 고비에 한 번 윷을 놂으로써 이기고 지는 것이 결정될 때 그만 지고 말았다는 뜻으로, 무슨 일이든지 단수(單手)에 실패를 보게 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긴 - 윷놀이에서, 자기 말로 남의 말을 쫓아 잡을 수 있는 거리.
한 달이면 서너 번이나 고향엘 가곤 하는 나이지만
설이 다가오니 괜히 마음이 설렌다.
업무상 가는 것과
설이라는 명절이 주는 차이 때문일까?
다들 즐거운 마음으로 명절을 보냈으면 하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