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3화 : 쪽지예산
지난 2012년 12월 19일에 치러진 우리나라의 제18대 대통령선거는 출마자들의 선거공약이 거의 엇비슷하여 결국 보수의 준비된 대통령론과 진보개혁의 정권교체론이 마지막 키워드였다.
이에 민주통합당 선거대책대본부는 국민의 60%가 정권교체를 원하고 안철수의 양보로 인하여 문재인이 야권의 실질적인 단일후보가 되었기에 투표율만 높게 나온다면 승리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고 투표를 독려했는데 이에 힘입어서인지 이번 대선의 투표율은 최근의 대선 투표율이 점차 낮아지는 경향에도 불구하고 최종적으로 75.8%로 높게 나타났다.
투표가 종료됨과 동시에 발표된 출구조사(방송3사 동동 조사) 결과는 박근혜가 유리하다고 했다.
이런 발표에도 불구하고 나는 높은 투표율에 의거 조심스럽게 문재인의 승리를 예측했다. 그러나 나의 이 예측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밀리기 시작하여 개표가 끝날 때까지 역전 한 번도 못해 보고 그대로 밀리면서 결국 108만 표의 차이를 나타내며 박근혜를 대통령 당선자로 확정시키고 개표상황은 종료되었다.
마음속으로 낙선자에게는 위로를, 당선자에게는 축하를 보내면서 나는 이번 선거에서 약속한 그들의 공약을 믿지는 않지만 그래도 국회의원들이 기득권을 내려놓겠다고 한 공약(세비를 삭감하고 국회의원 수를 줄이겠다는)만을 이번 선거의 전리품으로 생각하고 나의 제18대 대통령 선거는 끝이 났는데………
벌써부터 조짐이 좋지 않다.
인수위원의 인선을 통한 당선자 측의 인사 스타일이 도마에 오르기도 하지만 그녀의 행보야 앞으로 5년 동안 국민이 지켜볼 것이기에 내가 여기에서 왈가왈부할 문제가 아니므로 이번 예결위 소속 국회의원들의 외유에 대하여만 몇 마디 하고자 한다.
『헌정사상 초유의 해를 넘긴 새해예산안 처리와 호텔 밀실회의, 쪽지예산 끼워 넣기 등 예산국회 구태에 대한 비난여론이 거센 와중에도 여야 국회의원들의 외유성 해외출장이 줄을 잇고 있다. 특히 이번 예산파동에 누구보다도 책임이 큰 예산결산특위의 주역들이 그 선봉에 섰다. 책무는 다하지 않았으면서 자신들에게 주어진 권리는 챙기고 보는 국회의원들의 파렴치한 행태가 도를 넘었다. (중략)
여야 의원들은 외유성 해외출장이라는 달콤한 과실을 즐기면서 대선 전 여야가 경쟁적으로 내놓았던 국회 특권 내려놓기 약속은 하나도 이행하지 않았다. 의원들의 이번 해외출장에 쏟아지는 공분이 더욱 거센 것은 그래서다. 국회의 대표적 특권으로 꼽힌 전직의원 연금 예산 128억 원을 고스란히 챙겼다. 새누리당의 쇄신안인 의원 겸직 금지, 국회 윤리특위 강화, 불체포 특권 포기 등은 흐지부지 됐고, 민주통합당의 세비 30% 삭감 약속도 종적이 묘연하다. 새누리당은 어제 부랴부랴 특권 포기 문제를 다룰 국회 정치쇄신특위 구성을 야당에 제안했지만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지난 대선 때 분출했던 국민들의 정치권 불신을 벌써 잊었다면 정말 심각한 일이다. 하략』
(위 『 』안의 글은 지난 2012년 1월 4일자 한국일보 사설의 일부이다)
이번 쪽지예산의 파장을 일으킨 예결위 소속 의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새누리당 소속 장윤석 예결위원장을 비롯하여 같은 당의 김학용∙김재경∙권성동∙김성태 의원과 민주통합당 최재성∙홍영표∙안규백∙민홍철 의원 등인데 더욱 웃기는 것은 이들의 외유 명목이다. 10박 11일 동안 ‘예산 심사시스템 연구’라는 명목으로 그들이 가는 나라는 한 팀이 멕시코∙코스타리카∙파나마이고 다른 한 팀은 케냐∙짐바브웨∙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인데 우리나라보다 정치적이나 경제적으로 한참 수준이 떨어지는 중남미와 아프리카 국가에서 예산 심사시스템을 배워오겠다니 한마디로 황당할 따름이다.
이에 대하여 지난 18대 대선에 출마했던 강지원 변호사는 “문제의 의원들이 귀국하면 경비를 모두 반납하게 해야 한다”면서 “이 같은 일부 인사들의 몰지각한 행태로 인해 정치권 전체가 개혁 대상이나 쇄신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고 한다.
굳이 내가 아는 어느 국회의원의 말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변인이다.
그러기에 그들에겐 그들 스스로도 놀랍다고 느껴지는 특혜가 주어진다.
그 권력이 유권자(국민)에게서 나온다는 것은 그들이 더욱 잘 알기에 선거 때만 되면 그들은 납작 엎드리다가 당선만 되면 그들은 권력을 향유한다. 오직 자기 자신만을 위해서.
새해 벽두부터 그들의 몰염치한 작태를 보고 있노라니 국회의원들 스스로 기득권을 포기할 것이라는 기대는 일찌감치 포기해야겠다.
그러나 상처 입은 국민들에게 회자되고 있는 아래와 같은 비아냥거림을 귀담아듣지 않은 저들이라고는 하지만 이 글을 쓴 나를 국회의원모독죄 내지 명예훼손죄로 고소할 국회의원이 꼭 몇 사람쯤은 있어야 한다는 기대를 차마 버리지 못하며 맺는다.
《거지와 국회의원이 강물에 빠졌다. 누구를 먼저 건져내야 할까?
답은 국회의원이란다.
왜? 강물을 덜 오염시키기 위하여!》
쪽지 : 작은 종잇조각에 쓴 편지나 메모.
비아냥거리다 : 얄밉게 빈정거리며 자꾸 놀리다.
비양 : ①얄미운 태도로 빈정거림. ②『문학』부정적인 측면을 긍정적인 말 투로 비꼬아 조소하고 비판하는 표현 수법의 하나. 흔히 조소와 야유, 웃 음을 동반한다. 해학보다는 비판이 더 신랄하고 풍자보다는 약한데 희극, 재담, 우화 따위에 널리 쓰인다.
비웃다 : 어떤 사람, 또는 그의 행동을 터무니없거나 어처구니없다고 여겨 얕잡거나 업신여기다. 또는 그런 태도로 웃다.
비꼬다 : ①끈 따위를 비비 틀어서 꼬다. ②몸을 바르게 가지지 못하고 비 틀다. ③남의 마음에 거슬릴 정도로 빈정거리다.
빈정거리다 : 남을 은근히 비웃는 태도로 자꾸 놀리다.(2013년 1월 5일)
오늘 아침 뉴스에서는
전국광역단체시도의장단이 외유를 갔다는 보도다.
(서울시, 경상남도, 경상북도는 제외)
이 뉴스를 듣는 순간 생각나는 멘트가
'혹시나가 역시나'와 '형님 먼저 아우 먼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