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9화 : ‘맞히다’와 ‘맞추다’
스포츠가 전 국민의 취미생활로 자리 잡은 지가 꽤 오래 되었다. 스포츠를 즐기는 방법으로는 동호회 등을 결성하여 직접 경기에 임하여 땀을 흘리는 경우와 프로 선수들의 수준 높은 경기를 관람하는 경우가 있다.
(불과 100여 년 전인 19세기 말에 미국 선교사들이 테니스를 치면서 땀을 뻘뻘 흘리는 모습을 보고서 우리네 양반님들은 “쯧쯧, 저런 것은 하인들에게 시키고 우리는 구경만 하면 되는데!”라고 하였다던가!)
나도 중학교 시절엔가 ‘다음에 커서 스포츠만 중계하는 방송국을 하나 만들어 봐야겠다!’는 엉뚱한 생각을 하였을 만큼 스포츠에 관심이 많았다.
나의 경우 직접 즐겼던 스포츠는 볼링으로 동호회 활동을 하면서 여러 시합에 출전하기도 했다. 그리고 배구와 야구는 경기장에 가서 관람하기를 좋아했는데 야구의 경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 최근에는 경기장 보다는 TV를 시청하면서 관람욕구를 달래고 있다.
한편 배구는 우리 금산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구기종목으로 금산 사람들은 배구를 못하는 사람이 없을 정도이다. 나도 어려서부터 배구를 직접 하면서 자라왔고 또 군에서는 연대의 배구선수로 선발되어 시합에 나가 우승도 해 보았지만 그래봐야 우리 마을인 쇠머리에서는 2진 선수로도 등록시켜 주지 않았다.
그러한 나이기에 배구 경기는 빠짐없이 구경하고 있는 편인데 요즘 한창 프로배구 NH농협 2010~2011 V-리그가 진행 중이라 나는 퇴근만 하면 V-리그를 독점 중계하는 KBS N SPORT에 채널을 고정시킨다.
총 5라운드 중 3라운드가 끝난 현재 대한항공이 선두이고 현대캐피탈, LIG, 우리캐피탈, 삼성화재가 그 뒤를 잇고 있는데, 특기할만한 것은 작년의 챔피언인 삼성화재가 꼴찌까지 추락했다가 요즘 다시 살아나고 있다는 점이고 또 하나는 상무의 선전이다. 알다시피 상무팀은 병영의무로 군에 입대한 각 팀의 선수들을 모아서 구성한 팀으로 작년에는 전 리그 5라운드 동안 3승 밖에 못했는데 3라운드가 끝난 현재의 승수가 벌써 6인데 더욱 재미있는 사실은 상무의 6승 중 2승이 삼성화재에게서 얻었다는 것이다.
요즘 배구경기는 25점 3세트 선승제로 운용하고 있는데 8점과 16점에서 테크니컬 작전시간이 60초 동안 주어진다. 이 시간에는 협찬사의 광고시간으로 활용되는데 며칠 전부터 오는 2월 6일에 열린다는 올스타전을 크게 선전하고 있다. 남녀 공히 K스타(국내선수 주축)와 V스타(용병선수 주축)로 구분하여 경기를 하고 이벤트로 선동열, 양준혁, 홍명보, 우지원 등 타 종목의 대스타들과 배구 올드스타들(김호철 등 주로 감독들)의 게임도 준비하고 있다고 선전하는데 그 선전 문구에 「어느 팀이 이길지 맞춰봐라!」는 문구가 나온다.
나는 그 문구를 보고는 한참을 생각에 잠겼다. 맞춰봐라????? 저게 아닌데!
나는 벌떡 일어나 사전을 뒤지고 컴퓨터로 검색을 하는 등 부산을 떨고 난 후에서야 이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맞추다’와 ‘맞히다’를 정확하게 구분해서 사용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적어도 전 국민이 보고 있는 방송에서 홍보용 문구를 틀리게 써서 내보낸다는 것을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어서이다.
하여 국어사전 등을 참조해서 각 단어의 뜻을 살펴본다.
‘맞히다’는 ‘맞다(문제에 대한 답이 틀리지 아니하다)’의 사동사로 「정답을 맞히다」와 같이 쓰인다. 또한 ‘맞다(자연 현상에 따라 내리는 눈, 비 따위의 닿음을 받다)’의 사동사로 「화분에 눈을 맞히지 말고 안으로 들여놓아라.」와 같이 쓰이기도 한다.
반면에 ‘맞추다’는 아래와 같이 여러 가지 뜻이 있다.
①서로 떨어져 있는 부분을 제자리에 맞게 대어 붙이다.(깨진 조각을 본체와 맞추어 붙이다)
②둘 이상의 일정한 대상들을 나란히 놓고 비교하여 살피다.(로또 번호를 맞추어 보았다, 시험이 끝난 후에 친구와 답안지를 맞추어 보았다.)
③서로 어긋남이 없이 조화를 이루다.(다른 부서와 보조를 맞추다)
④어떤 기준이나 정도에 어긋나지 아니하게 하다.(원고를 심사기준에 맞추다)
⑤어떤 기준에 틀리거나 어긋남이 없이 조정하다.(시곗바늘을 5시에 맞추다)
⑥일정한 수량이 되게 하다.(화투짝을 맞추다)
⑦열이나 차례 따위에 똑바르게 하다.(줄을 맞추다)
⑧다른 사람의 의도나 의향 따위에 맞게 행동하다.(비위를 맞추다)
⑨약속 시간 따위를 넘기지 아니하다.(사람들과의 약속 시간을 맞추려면 지금 길을 나서야 한다.)
⑩일정한 규격의 물건을 만들도록 미리 주문을 하다.(옷을 맞추다)
⑪다른 어떤 대상에 닿게 하다.(아내에게 입을 맞추다)
위에서 보는 바와 같이 문제는 맞히는 것이고 옷은 맞추는 것이다.
그런데 어느 팀이 이길지 맞춰보라니 내가 놀랄 수밖에.
한편, ‘마치다’는 ①어떤 일이나 과정, 절차 따위가 끝나다. 또는 그렇게 하다. ②사람이 생(生)을 더 누리지 못하고 끝내다.의 뜻이다.
결론적으로 위 선전 문구에서의 ‘맞춰봐라’는 ‘맞혀봐라'라 옳다는 것을 밝히고 마친다.
어제의 대한항공과 러시엔캐시의 배구시합을 시청하였다.(밤에 재방송으로)
약체라고 평가된 러시앤캐시가 3일전엔 현대캐피탈을 이기더니 어제는 우승후보인 대한항공을 꺽었다.
영원한 승자도 패자도 없는 스포츠가 이런 점에서 인기를 누리지 않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