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0화 : 깨단하다
『우리가 보통 70까지 산다고 가정할 때, TV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약 7년이고, 잠자는 데 23년 정도, 일하는 데 26년, 양치질하고 씻고 화장실 가는 데 약 3년 반, 그리고 화내는 시간은 약 2년 정도라고 합니다.
그러면 웃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요? 1년? 2년? 3년? 놀라지 마세요.
하루 열 번 웃으면 약 5분. 평생을 다 합쳐봐야 겨우 88일밖에 안 된다고 합니다.』 (옮겨온 글)
KBS의 즐거운 세상, 행복 만들기 등 방송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하여, 주부로서 자신의 경험담을 웃음으로 풀어내 공히 행복전도사로 알려져 왔던 최윤희씨가 지난 2010년 10월 7일 경기도 고양시 장항동의 한 모텔에서 남편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는 소식은 가뜩이나 웃음이 부족한 우리를 또 한 번 놀라게 했다.
나도 그녀가 방송에 출연하여 얘기하는 것을 몇 번 보았는데 항상 웃으면서 긍정적인 마인드로 상대방을 칭찬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그렇게 항상 구수한 웃음을 잃지 않았던 그녀가 왜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까?
언론에서 밝힌 「떠나는 글」이라는 제목을 붙인 그녀의 유서를 보면 지병으로 고통스러웠던 삶이 그대로 녹아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유서에서 그녀는 “저희는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작은 일에도 감사하고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살았습니다. 그런데 2년 전부터 여기저기 몸에서 경계경보가 울렸습니다. 그래도 감사하고 희망을 붙잡으려 노력했는데…… 700가지 통증에 시달려본 분이라면 마음을 이해할 것”이라고 썼으며, 특히 유서 봉투 겉면에 “완전 건강한 남편은 저 때문에 동반여행을 떠납니다. 평생을 진실했고 준수했고 성실했던 최고의 남편, 정말 미안하고 고마워요!"라고 동반자살하게 된 경위도 적었다고 한다.
이에 대하여 최 씨의 한 지인은 네이버 트위터에 “슬픕니다. 괴롭습니다. 죄책감이 듭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우리 결혼을 축복해 주며 주례를 서 주신 행복전도사 최윤희 선생님 좋은 곳으로 떠나시길……”이라는 글을 남겨 고인을 애도했고, 또 다른 네티즌은 “행복전도사 최윤희씨의 죽음은 충격적이네요. 사회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사람들의 극단적인 삶의 방법이 평범한 사람을 우울하게 합니다.”라며 “건강한 몸과 마음, 그게 바로 행복 아닐까요?”라고 자신의 심경을 전했다고 한다.
고인들의 영면을 기원하면서 나는 나름대로 행복의 정의에 대하여 생각하면서 ‘과연 나는 행복한가?’ 라고 자문해 본다.
나는 아무래도 행복하지는 않는 것 같다.
무엇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가?
다른 것은 무시하더라도 먼저는 건강이 허락하지 않는다.
군에서 교통사고로 한 쪽 다리를 부러뜨려 보행에 조금 지장이 있으며,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아 허리힘이 부실하여 운동을 가려서 해야 하며,
시력이 좋지 않아 도수 높은 안경을 써야 한다.
또한 한 쪽 귀가 잘 들리지 않아 곧 언젠가는 보청기를 껴야 될 것이며,
이도 두 개나 임플란트를 해야 할 것이고, 비염 때문에 고통을 느끼고 있는 등 신체가 총체적 결함투성이다.
그럼 나는 불행한가? 다시 자문해 본다.
걸을 수가 없는가? 혼자서 일어나지를 못하는가? 눈이 보이지 않는가?
남이 하는 말을 들을 수 없는가? 음식을 씹어 먹지 못하는가? 냄새를 맡지 못하는가? 불치의 병에 걸렸는가? 처자식이 없는가? 직업이 없는가?
아니다.
나에게는 크지는 않지만 우리 가족이 살아가는데 불편을 느끼지 않는 집이 있고, 잘나지는 못했지만 등이 가려우면 긁어줄 수 있는 사랑하는 아내와 건강한 아들딸이 있고, 여유 돈은 없지만 나에게 돈을 받으러 오는 사람이 없고, 아직까지 돈은 못 벌고 있지만 죽을 때까지 근무할 수 있는 직장이 있고, 바둑을 두고 나서 술 한 잔을 같이 마실 수 있는 바둑‧술친구가 있고,
쓰고 싶은 글을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컴퓨터가 있고……!!!
그렇다.
나는 불행하지 않았다!
단지 행복한 자신을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행복은 자신의 마음에 달렸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단한 나는 앞으로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고 웃어서 행복하다’는 그 명구를 생각하며 거울에 비친 나의 얼굴을 보면서 날마다 웃는 연습을 해야겠다. 더욱 행복해지기 위해서!
깨단하다 - 오랫동안 생각해 내지 못하던 일 따위를 어떠한 실마리로 말미암아 깨닫거나 분명히 알다.
아이큐가 두자리 숫자인 나는
항상 남보다 뒤늦게 뭔가를 알아내곤 혼자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