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명상
가장 화려하게 와서
초라하게 가는
계절이 지나는 여로에서
어두움을 뚫고 자라나는
생명의 속삭임을 듣는다
나목의 가지에
잎새의 푸르름을 향한
시간의 숨결이
영혼의 숨 가쁜 호흡으로
쉼 없이 달려온다
여인을 향해 달려오는
가슴 설레는
봄 바람은
대지의 생명을 감싸고
저 높은 산자락을 휘감고
깊은 계곡을 지나
먼 바다로 흐르는 세월은
정오의 햇살에 눈부시다
봄날은 날 보고
꽃처럼 살라하고
세월은 날 보고
바람처럼 살라지만
거리를 방황하는
이승의 목마름은
어두운 밤 하늘을 헤맨다
눈부신 춘삼월은
싱그러운 꽃내음을 노래하지만
먼 하늘을 바라보는 시인은
쓸쓸한 가을을 바라본다
아 봄날이여 세월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