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하지는 않지만 초등학교 3학년 추석 때가 아니었나 싶다.
대처에 돈벌러 나가셨던 막내 삼촌이 추석에 집에 오시면서 사다 준 동화책 한 권,
장정도 화려하게 금박으로 입혀져서 번쩍번쩍 빛이 나고 부티가 줄줄 흘러서 나를
몹시 황홀하게 했던 황금색 책의 제목은 세계명작동화였다.
생전 처음, 내 이름으로 준비되어져 나에게 다가온 평생 잊을 수 없는 선물이었다.
70년대 초 교과서 외에 책다운 책을 구경하기가 쉽지 않은 시절이었다.
고작해야 새농민잡지와 세트로 딸려 오던 어린이 새농민이 최고의 읽을 거리였고
거기에 삼촌이나 고모 친구들이 돌려읽던 겉장 없는 무협지나
박계형의 통속소설들이 내가 접한 책의 전부였다.
어린이 새농민은 좋은 읽을 거리였지만 갈증을 채워 주기에는 책의 두께가 너무 얇았다.
책이 오고 얼마 안 지나며 금새 다 읽어 버려서 다음 호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일이 몹시 길게만 느껴졌다.
누구의 영향 탓인지 알 수는 없지만 제법 책읽기를 좋아했던 내가 다음 단계로 도전했던
분야는 새농민의 제법 야한 연재 소설이나 겉장이 떨어져 나가 제목도 알 수 없었던
무협지들이었다.
등장하는 사람들마다 미남. 미녀 아닌 사람이 없고 모두 절세 무공을 지닌 고수들이
하늘을 날아다니고 지풍과 장풍을 사용해서 사람을 추풍낙엽처럼 쓰러뜨려 버리는 것이
너무나 신기하여 나도 그 책의 주인공마냥 에~잇----얍 소리와 함께 손을 바들바들 떨면서
지풍과 장풍흉내를 내가며 재미있게 읽었다.
그러나 제법 야한 장면들이 많이 나오던 이런 책들은 왠지 어른들 앞에서
읽으면 안될 것 같아 구석진 곳에 숨어서 콩닥콩닥 뛰던 가슴을
애써 달래가며 몰래몰래 읽었다.
책을 읽으면서도 어쩐지 읽어서는 안될 책을 읽고 있다는 죄책감속에서 주위를 살펴가며
금방이라도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것이"라는 핀잔이 날아 올 것 같은 심한 압박감과
두려움 속에서 불안에 떨며 책을 읽었던 그늘진 독서의 기억이다.
그런 나에게 다가온 세계명작동화는 그야말로 가뭄 속의 단비 같은 존재였다.
피터팬으로부터 시작해서 재크와 콩나무, 말하는 쥐들, 장화 신은 고양이,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등 유럽의 여러나라 이야기들이 총망라 되어
두께도 제법 두툼하고 분량이 많았지만 지루한 줄을 몰랐다.
너무나 소중하고 마음에 들어서 언니나 동생들에게도 안 빌려 줄 만큼 인심 사납게
고약을 떨면서 반짝반짝 빛이 나던 새책이 겉장이 너덜너덜해질 만큼 읽고 또 읽었다.
현실과 이야기를 구별 못할 만큼 그 책 속에 빠져들었다.
그림도 예쁘고 생전 처음 접하는 여러 나라의 많은 이야기가 있었지만
내가 특히 좋아한 내용은 그 책의 첫머리에 나왔던 피터팬이야기였다.
사람이 마음대로 하늘을 날아다니고 꼭 내 또래일 것만 같은 피터팬이 영원히 나이를 먹지 않고
언제나 소년으로 살아간다는 사실은 그 깜찍한 초록색 요정 모자와 함께
나를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요정 팅커벨과 왠디와 그 동생들이 피터팬과 함께 꿈의 섬으로 날아가 펼치는 모험과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은 그 시절 내 상상력의 시작이자 절정이었으며
내가 정말 이루어 보고 싶은 판타지였다.
공주 같은 웬디가 아니라 피터팬이 되고 싶었다.
악당을 물리치고 친구들을 도와 주는 정의의 사자,
자신뿐만 아니라 친구들까지도 하늘을 마음대로 날아 다니게 만들고 어떤 문제가
생겨도 해결을 못하는 것이 없는 나의 꿈속의 우상......
나는 시간만 나면 양팔을 벌려서 팔랑팔랑 흔들며 곧 잘 나는 연습을 하며 뛰어 다녔다.
피터팬이 되려면 일단 날아야 했으니까?
그렇게 연습을 열심히 하다보면 언젠가는 나도 꼭 날수 있을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순진하다고 해야 할지 좀 엉뚱하다고 해야할 지......
너무 일찍 접한 무협지의 후유증까지 겹쳐져서 이런 말도 안되는 꿈이 생기지 않았나 싶다.
넓게 펼쳐진 시골집이었기에 망정이지 지금처럼 고층 아파트에 살았다면
아마 베란다 추락 어쩌고 하면서 사람들의 주목을 꽤 받았거나
아니면 이렇게 글을 올리는 날이 영영 오지 않았을 지도 모를 일이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밤이 되면 간절하게 피터팬을 만나러 꿈섬으로 가는
소망을 품고 잠자리에 들었다.
칼싸움솜씨가 좋았던 피터팬을 따라서 검술 연습 하는 것도 물론 빼놓지 않았다.
나는 절대 피터팬이 될 수가 없고 사람이 도구 없이 하늘을 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터무니없는 미망에서 깨어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지만 그래도 결코 허무하지 않았다.
그 책이 준 기쁨이 너무나 컸고 그 당시 그런 책을 가지고 있는 아이가 흔하지 않아서
그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이 됐기 때문이었다.
책 속의 여러 가지 환상적인 이야기들은 내 상상력의 날개에 꽃을 피었고 더욱 더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만드는데 밑걸음이 되었다.
나이를 먹으면서 선물을 받는 횟수가 늘어나고 여러 가지 선물을 받아 보았지만
내가 처음 받아 본 선물만큼 나를 흥분시키고 행복하게 했던 선물은 보지 못했다.
그리고 이렇게 좋은 선물에 대한 기억 때문인지 어른이 된 지금도
나는 책 선물을 좋아하고 또 책 선물하기를 즐겨한다.
선물로 책 만한 것이 없다는 소신을 갖게 해 준 내 사랑하는 막내 삼촌(유상옥님)
아니, 막내 작은아버지께 30여 년이 더 지나서야 정말 감사하고 너무나 좋았었다는
뒤늦은 인사를 드린다.
오래오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를..........
대처에 돈벌러 나가셨던 막내 삼촌이 추석에 집에 오시면서 사다 준 동화책 한 권,
장정도 화려하게 금박으로 입혀져서 번쩍번쩍 빛이 나고 부티가 줄줄 흘러서 나를
몹시 황홀하게 했던 황금색 책의 제목은 세계명작동화였다.
생전 처음, 내 이름으로 준비되어져 나에게 다가온 평생 잊을 수 없는 선물이었다.
70년대 초 교과서 외에 책다운 책을 구경하기가 쉽지 않은 시절이었다.
고작해야 새농민잡지와 세트로 딸려 오던 어린이 새농민이 최고의 읽을 거리였고
거기에 삼촌이나 고모 친구들이 돌려읽던 겉장 없는 무협지나
박계형의 통속소설들이 내가 접한 책의 전부였다.
어린이 새농민은 좋은 읽을 거리였지만 갈증을 채워 주기에는 책의 두께가 너무 얇았다.
책이 오고 얼마 안 지나며 금새 다 읽어 버려서 다음 호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일이 몹시 길게만 느껴졌다.
누구의 영향 탓인지 알 수는 없지만 제법 책읽기를 좋아했던 내가 다음 단계로 도전했던
분야는 새농민의 제법 야한 연재 소설이나 겉장이 떨어져 나가 제목도 알 수 없었던
무협지들이었다.
등장하는 사람들마다 미남. 미녀 아닌 사람이 없고 모두 절세 무공을 지닌 고수들이
하늘을 날아다니고 지풍과 장풍을 사용해서 사람을 추풍낙엽처럼 쓰러뜨려 버리는 것이
너무나 신기하여 나도 그 책의 주인공마냥 에~잇----얍 소리와 함께 손을 바들바들 떨면서
지풍과 장풍흉내를 내가며 재미있게 읽었다.
그러나 제법 야한 장면들이 많이 나오던 이런 책들은 왠지 어른들 앞에서
읽으면 안될 것 같아 구석진 곳에 숨어서 콩닥콩닥 뛰던 가슴을
애써 달래가며 몰래몰래 읽었다.
책을 읽으면서도 어쩐지 읽어서는 안될 책을 읽고 있다는 죄책감속에서 주위를 살펴가며
금방이라도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것이"라는 핀잔이 날아 올 것 같은 심한 압박감과
두려움 속에서 불안에 떨며 책을 읽었던 그늘진 독서의 기억이다.
그런 나에게 다가온 세계명작동화는 그야말로 가뭄 속의 단비 같은 존재였다.
피터팬으로부터 시작해서 재크와 콩나무, 말하는 쥐들, 장화 신은 고양이,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등 유럽의 여러나라 이야기들이 총망라 되어
두께도 제법 두툼하고 분량이 많았지만 지루한 줄을 몰랐다.
너무나 소중하고 마음에 들어서 언니나 동생들에게도 안 빌려 줄 만큼 인심 사납게
고약을 떨면서 반짝반짝 빛이 나던 새책이 겉장이 너덜너덜해질 만큼 읽고 또 읽었다.
현실과 이야기를 구별 못할 만큼 그 책 속에 빠져들었다.
그림도 예쁘고 생전 처음 접하는 여러 나라의 많은 이야기가 있었지만
내가 특히 좋아한 내용은 그 책의 첫머리에 나왔던 피터팬이야기였다.
사람이 마음대로 하늘을 날아다니고 꼭 내 또래일 것만 같은 피터팬이 영원히 나이를 먹지 않고
언제나 소년으로 살아간다는 사실은 그 깜찍한 초록색 요정 모자와 함께
나를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요정 팅커벨과 왠디와 그 동생들이 피터팬과 함께 꿈의 섬으로 날아가 펼치는 모험과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은 그 시절 내 상상력의 시작이자 절정이었으며
내가 정말 이루어 보고 싶은 판타지였다.
공주 같은 웬디가 아니라 피터팬이 되고 싶었다.
악당을 물리치고 친구들을 도와 주는 정의의 사자,
자신뿐만 아니라 친구들까지도 하늘을 마음대로 날아 다니게 만들고 어떤 문제가
생겨도 해결을 못하는 것이 없는 나의 꿈속의 우상......
나는 시간만 나면 양팔을 벌려서 팔랑팔랑 흔들며 곧 잘 나는 연습을 하며 뛰어 다녔다.
피터팬이 되려면 일단 날아야 했으니까?
그렇게 연습을 열심히 하다보면 언젠가는 나도 꼭 날수 있을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순진하다고 해야 할지 좀 엉뚱하다고 해야할 지......
너무 일찍 접한 무협지의 후유증까지 겹쳐져서 이런 말도 안되는 꿈이 생기지 않았나 싶다.
넓게 펼쳐진 시골집이었기에 망정이지 지금처럼 고층 아파트에 살았다면
아마 베란다 추락 어쩌고 하면서 사람들의 주목을 꽤 받았거나
아니면 이렇게 글을 올리는 날이 영영 오지 않았을 지도 모를 일이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밤이 되면 간절하게 피터팬을 만나러 꿈섬으로 가는
소망을 품고 잠자리에 들었다.
칼싸움솜씨가 좋았던 피터팬을 따라서 검술 연습 하는 것도 물론 빼놓지 않았다.
나는 절대 피터팬이 될 수가 없고 사람이 도구 없이 하늘을 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터무니없는 미망에서 깨어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지만 그래도 결코 허무하지 않았다.
그 책이 준 기쁨이 너무나 컸고 그 당시 그런 책을 가지고 있는 아이가 흔하지 않아서
그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이 됐기 때문이었다.
책 속의 여러 가지 환상적인 이야기들은 내 상상력의 날개에 꽃을 피었고 더욱 더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만드는데 밑걸음이 되었다.
나이를 먹으면서 선물을 받는 횟수가 늘어나고 여러 가지 선물을 받아 보았지만
내가 처음 받아 본 선물만큼 나를 흥분시키고 행복하게 했던 선물은 보지 못했다.
그리고 이렇게 좋은 선물에 대한 기억 때문인지 어른이 된 지금도
나는 책 선물을 좋아하고 또 책 선물하기를 즐겨한다.
선물로 책 만한 것이 없다는 소신을 갖게 해 준 내 사랑하는 막내 삼촌(유상옥님)
아니, 막내 작은아버지께 30여 년이 더 지나서야 정말 감사하고 너무나 좋았었다는
뒤늦은 인사를 드린다.
오래오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를..........
너무너무 반갑다.
날마다 너의 좋은 글을 얼마나 기다렸는 줄 아니!
사람이 좋은 재주가 있으면 발휘를 하고 살아야 복을 받는단다.
너 손자까지 복 받게 할려면 좋은글 많이 올려라 내가 많이 읽어줄께
책 선물 나도 가장 좋아하는 선물이다.
내가 책 받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주는 것도 책 [요즘은 도서 상품권]을
많이 이용하고 있단다.
내가 아들을 키우면서 '어떻게 하면 어려서 부터 책을 가깝게 해줄까'
하고 고민하다가
내가 읽었던 동화책 중에서 가장 흥미있었던 책부터 읽게 만들었던 기억이 나는구나
나의 작전은 성공해서 우리 아들 지금은 책벌레가 되었단다
지금은 내가 우리 아들한테 좋은책 읽으면 엄마한테 추천 좀 해 주라고 하면서 산다.
내가 지금 읽고 있는 책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을 읽고 있는데 늙어가는 나도 눈물을
흘리면서 읽었다는거 아니냐.
하도 유명한 책이라 너희들은 진즉 읽었을것이다
몇번 읽어봐도 사람의 마음을 깨끗하게 해주는 책인것 같애
선옥아! 앗싸!태양! 순천댁! 골안총각! 까르페디엠! 진동아!
정숙아! 형모야! 은자야! 수정아!등등.......
우리 석정카페를 항상 아름답게 엮어가보자꾸나
또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