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과 현실
윤솔아
나는 친정 엄마가 계셔서 좋다
서울 생활 힘들고 심심하다고
봄에 고향으로 내려가 여름 나고
가을을 나고 계신다
고향 땅에 아직 뿌리를 잡고 있어서 좋다
울 엄마가 난 자식들은 고향을 버린지 오래고
싫든 좋든 고향 떠나 서울이라는 곳에서 객지 생활을 하고 있다
나이테를 그어 갈 수 록 고향에 대한 추억들은 가물가물 멀어져 만 가고
어렸을때 듣고 컸던 사투리도 어느날 들으면 촌스럽고 투박하고
어느날 들으면 추억이 새록새록 춤을추고
어느날 들으면 박장대소 손뼉을 치며 웃게 되고
이렇게 살고 있는 나에게 엄마는 고구마 한 박스를
보내며 어린 시절 추억을 살려 준 것이다
어린시절 이맘때는
고구마 밭에서 종일 고구마 캐는 작업을 도와야 했고
어린시절 이맘때는
고구마 썰어서 들녘에 널고
온 마당 천지에 널고
백가마니나 되는 고구마를 이고 있는 토방
토방에 내리쬐는 따스한 가을 햇볕
마당 귀퉁이에 서있는 감나무
이제야 본 모습을 나타내고
감은 햇볕 색깔 처럼 익고
가을 햇볕을 쓸듯 감나무 잎사귀들을 쓸고
하얀게 마른 고구마를 가마니에
담았던 어린 손이 보였다
엄마에게
엄마 이게 어디서 생겨서 이런 걸 보냈냐고
물으니 앞집 성자네가 주고 명자네가 주고
이웃집에서 준 것을 혼자 먹기는 너무 많아
한 참 얘들이 크고 있는 너에게 보내고 싶어서
보냈으니 아이들에게 튀김도 해주고 맛탕도 해주고
삶아서 주어라 하는 것이다
당장 한냄비 삶아서
단맛이 들 때로 든 고구마
물렁물렁한 노란 속살에
김치 한조각 얹어 먹는 이맛
맛있다며 둘러 앉은 식구들
내 손가락 사이에 흐르는
단물을 흟다가
나는 엄마의 단물만 먹고
팔십팔세 엄마는
나에게 추억과 현실
현실과 사랑을 주고
.......
........ 이렇게 객지에서의
하룻밤은 고향생각으로
익어간다
2008. 11.7.
너무나 아름답고 정밥씀니다
백가마니나 되는 고구마를 이고있는 토방
토방에 내려쬐는 다스한 가을 햇볕
그리고 늘그신 엄마에 대한 아시움 그리움
내 손가락 사이에 흐르는 단물을 홇다가
나에게 추억과 형실 그리고 사랑을 주신 엄마
얼마나 정다운 생각이고 고마운 마음씨인가
다시한번 종경함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