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잠자리
녹동항에서 나는 발길을 멈춘었네
잠시 항에 정박한 여객선 금산호로 향했네
자동차들 죽 늘어선 철선 뒤편 사이
한 폭 수채화 소록도, 가물
가물거리며 날아 날아다니는 잠자리
나는 주섬주섬 객석에 앉아 슬픈 눈을 감았네
철선은 바닷물 위로 달리고 달려
거금도 금진항에 잠시 정박하였네
아버지 무덤에 나는 갔었네 천형처럼
은빛 물결 출렁이는 바다를 바라보며
아버지 무덤 앞에 막막히 앉아 있을 때
갯바람에 묻혀온 소금기들
내 콧잔등에 푸른 깃발처럼 내려앉고
한 여름 끝자락 땡볕에 졸음 겨운
내 눈은 고향 바다에 풍덩 빠져 있었네
코스모스 한들거리듯 춤을 추는
한 떼의 잠자리들 바다로 바다로
한없이 향해 날아가고 있었네
잠시 하늘문이 문득 문득 열리고
잠자리는 바다의 잔바람에 흔들거리며
저 먼 수평선 너머 우주로 향해 날고 있었네
영혼과 육체
고향은 정신의 토양이며 뿌리입니다
영혼 속에 간직해야할 숙명의 세계입니다
그 속에는 얼룩진 땀이 있고 아련함이 있습니다.
타향살이 시달리다가 모처럼 찾아간 고향 바닷가
낯익은 갯벌 냄새, 해조음소리, 가을멋쟁이 코스모스
그 위로 군무를 지어 나는 잠자리 떼
아버님 무덤위에서 바라보는 가을풍경은 정겨웠으며
영혼과 육체의 새로운 분리였는지도 모릅니다.
수평선너머 아련한 추억들이 당신의 영혼을 깨우고 있을 때
현실은 힘겨운 고갯길을 넘어야하는 아픔
눈치 못 챈 잠자리 떼 애교를 부리고
바다는 내 마음을 알 것도 같은데
침묵으로 나를 반기고 있으니
소금기절인 바닷바람 나를 찾아와
잠시 지친 향수를 달래고 있다
진평주님! 바다와 잠자리 감명 깊게 읽었습니다.
제가 시평이 전문가는 아닙니다만 시상의 전개에서 오는 신선함
착상의 자유로움 이미저리가 풍부해서 읽는데 노스탈지아를
형성하는데 충분 합니다
한편의 아름다운 수채화를 보고 갑니다.
ㅡ남산명상센터에서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