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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잠자리

by 진평주 posted Jul 27,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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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잠자리


 

녹동항에서 나는 발길을 멈춘었네

잠시 항에 정박한 여객선 금산호로 향했네 

자동차들 죽 늘어선 철선 뒤편 사이
한 폭 수채화 소록도, 가물

가물거리며 날아 날아다니는 잠자리   
나는 
주섬주섬 객석에 앉아 슬픈 눈을 감았네  
    

철선은 바닷물 위로 달리고 달려 

거금도 금진항에 잠시 정박하였네

아버지 무덤에 나는 갔었네 천형처럼

은빛 물결 출렁이는 바다를 바라보며

아버지 무덤 앞에 막막히 앉아 있을 때 

갯바람에 묻혀온 소금기들

내 콧잔등에 푸른 깃발처럼 내려앉고

한 여름 끝자락 땡볕에 졸음 겨운

내 눈은 고향 바다에 풍덩 빠져 있었네

코스모스 한들거리듯 춤을 추는

한 떼의 잠자리들 바다로 바다로

한없이 향해 날아가고 있었네

잠시 하늘문이 문득 문득 열리고 

잠자리는 바다의 잔바람에 흔들거리며 

저 먼 수평선 너머 우주로 향해 날고 있었네

  • ?
    고산 2008.07.27 11:29
     

    영혼과 육체




    고향은 정신의 토양이며 뿌리입니다


    영혼 속에 간직해야할 숙명의 세계입니다


    그 속에는 얼룩진 땀이 있고 아련함이 있습니다.


    타향살이 시달리다가 모처럼 찾아간 고향 바닷가


    낯익은 갯벌 냄새, 해조음소리, 가을멋쟁이 코스모스


    그 위로 군무를 지어 나는 잠자리 떼


    아버님 무덤위에서 바라보는 가을풍경은 정겨웠으며 


    영혼과 육체의 새로운 분리였는지도 모릅니다.


    수평선너머 아련한 추억들이 당신의 영혼을 깨우고 있을 때


    현실은 힘겨운 고갯길을 넘어야하는 아픔




    눈치 못 챈 잠자리 떼 애교를 부리고


    바다는 내 마음을 알 것도 같은데


    침묵으로 나를 반기고 있으니 


    소금기절인 바닷바람 나를 찾아와


    잠시 지친 향수를 달래고 있다




    진평주님! 바다와 잠자리 감명 깊게 읽었습니다.


    제가 시평이 전문가는 아닙니다만  시상의 전개에서 오는 신선함


    착상의 자유로움 이미저리가 풍부해서 읽는데 노스탈지아를


    형성하는데 충분 합니다


    한편의 아름다운 수채화를 보고 갑니다.




                     ㅡ남산명상센터에서ㅡ  








     


     


     







  • ?
    윤당 2008.07.31 09:22









    댓글을 쓰고서 비공개 주저리 일기

    2008/07/31 07:34


    고산님!  답글이 너무 늦었습니다.
    늦은 답글의 성의로 직녀에게 라는 시에 얽힌 일화를 들려드리겠습니다. 

    그제는 아시는 선배가 중국에서
    잠시 귀국하여 인사동 선술집에서 만났습니다.
    민주화 투쟁으로 일생을 살아오신  고 김남주 시인을 따라 다니며
    길거리를 해매던 시절이고 내가 문청이던 시절에 만난
    내게 특별한 인연이 있던 분입니다.
    지금은 지방대 교수로 있는데
    교환교수로 중국에 1년간 머물고 계신다고 하더군요.

    재미 있는 옛날 에피소드입니다.
    통금이 있던 때 밤에 이 선배와 처음 통성명을 하게 되었는데 
    자신을 개털이라고 소개를 하고 한참을 지나  막거리와 소주를 마신
    우리 문청들은 앉아 있고  개털 선배가 서서 노래를 부르게 되었습니다.
    아 '직녀에게(문병란 시인의 시)'를 부르는 겁니다. 
    그 선배님이 노래한 직녀에게란 시는 
    가슴을 울렁이게 하였고 큰 깨달음의 충격이었습니다.
    직녀에게가 내 가슴에 연인이 되어 안겨버린 것입니다.
    내가 시를 더욱 사랑하게 된 것이지요.


    "이별이 너무 길다 슬픔이 너무 길다
    선 채로 기다리기엔 세월이 너무 길다
    말라 붙은 은하수 눈물로 녹이고
    가슴과 가슴에 노둣돌을 놓아
    그대 손짓하는 연인아
    은하수 건너 오작교 없어도 노둣돌이 없어도
    가슴 딛고 다시 만날 우리들
    연인아 연인아 이별은 끝나야 한다
    슬픔은 끝나야 한다 우리는 만나야 한다
    *  이 선배님을 만난 건 십년 만이었습니다.
    이 시는 광주항쟁 온몸으로 함께 격던 울분과 신군부에게 쫓겨 다니던
    문병란 시인이 쓴  시입니다.
    (제자들이 몸을 숨겨주었다고 합니다. 
    그 선생에 그 제자라고 군부독재시절인데도 대단하지요.
    문 시인의 제자분들도 60이 되었으니 세월을 무정하지요)

    또 다시 덧글 올리겠습니다. 직녀에게를 듣던 밤의 뒷이야기가 더 있어요.
    고 이연주 시인이 심청전 중 '쑥대머리'를  부른 이야기와 함께 

  • ?
    고산 2008.08.01 01:08
    윤당! 아름다운 시를 읽었습니다
    시가 아름답다는것은 예전에도 알았지만
    한 여름밤 시원한 냉수 한 사발을 마시듯
    감각의 언어들이 전율을 느끼게 합니다
    말라붙은 은하수 눈물로 녹이고 / 가슴과가슴에 노둣돌을 놓아
    그대 손짓하는여인아

    오늘밤 위대한 시인을 만나고 갑니다
    징검다리를 놓아준 그대가 고맙고
    영혼을 노래하는  울임의 소리
    영원속에 깊이 깊이 간직하고 싶습니다

                       ㅡ남산명상센터에서 ㅡ




  • ?
    윤당 2008.08.05 02:59
    조시

    편안히 눈감은
    자네 앞에서 통곡하는 대신 
    시를 읽게 될 줄은 몰랐네
    어릴 때 굶주림에 시달리고
    전짓불의 공포에 떨며 자란 우리는
    그래도 온갖 부끄러움 감추지 않고
    한글로 글을 써낸 친구들 아닌가
    문리대 앞 허름한 이층 다방
    차 한 잔 시켜놓고 
    온종일 묵새기며
    시를 쓰고 소설을 읽었지 
    겨울날 연탄난로 가에서 
    자네가 읽어주던 '퇴원'의 초고에 
    귀 기울였던 청년들이 오늘은 
    늙은 조객으로 모였네
    자네의 잔잔한 말소리와
    조숙한 의젓함 
    얼마나 오랜 세월 안으로 안으로 
    아픔을 삼키고 다져야
    그렇게 정겨운 웃음이 배어나오는지 
    그때는 미처 헤아리지 못했네
    사랑이 부르는 소리 듣기도 전에 
    글쓰기를 시작해 한 편 두 편 
    세 권 네 권 마침내 사십여 년간 
    묵직한 책으로 울창한 숲을 만들었네 
    오직 언어의 힘으로 
    글 읽는 영혼마다 깊숙이 깃들었고 
    멀리 독일과 미국과 프랑스에도 
    한국 문학의 묘목을 옮겨 심었지 
    바트 호네프 성당 문밖 어둠 속에서 
    줄담배 피우며 
    어머니의 마지막 길 근심하던 자네 
    포도주를 홀짝홀짝 마시며 밤새도록 
    조곤조곤 들려주던 이야기  

    얽히고설킨 말의 실타래 풀어나간
    글쟁이의 눈과 입을 우리는 
    기억하네 
    서울 한구석 낡은 집 오래된 벽돌담
    퇴락한 기와지붕 내가 고치는 동안 
    자네는 세상을 담은 큰집을 지었군 
    원고지를 한 칸씩 메워 자네의 필적으로
    집과 언덕과 산과 강을 만들었군 
    눈길 걸어 떠난 고향으로 
    매미 울어대는 숲 속으로 자네는 
    이제 돌아가는가
    회진면 진목리 갯나들 
    산비탈에 지은 새집으로 
    학처럼 가볍게 
    날아드는가
    아쉽게 남기고 간 자네의 앞날 
    우리에게 남겨진 오늘로 살아가면서 
    후손들과 더불어 끊임없이 
    자네 이야기 
    나눌 것이네

    * 서울대 문리대 재학시절 고인과 함께 문학모임을 가졌던
    시인 김광규 한양대 교수가 고인의 영전에 바칠 조시 전문.


     고산님!
    전 아버지 제사에도  가지 못하였고,
    고 이청준 선생님의 빈소가 차려진 삼성병원에도 가지 못했습니다.
    위 덧글에서 말했던 고 이연주 시인의 쑥대머리 이야기는
    다음에 만나면 말씀 드리겠습니다.
    고향 갯가에서 서쪽으로 하늘을 처다보면 장흥이지요. 
    <당신들의 천국>의 소록도는 내 고향이에서 지척이고 
    고흥 남양만 등이 배경인지라 나는 더 숙독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선생님의 작품  <눈길> 속 어머니는
    바로 내 어머니가 아닌가 하는 착각도 하였지요.
    선생님을 살아 생전에 직접 만나뵙지는 못해지만
    항상 선생님의  작품은 내게는 스승이요,
    내 영혼의 안내자였습니다,
    사는 게 무엇인지 맡은 일이 아무리 진행을 해도 앞이 보이지 않습니다. 
    차라리 창작하는 일이 주어졌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논문은 다 쓰셨는지 저도 8월 말까지는 제게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해 맡은 일은 어느 정도 마무리해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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