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것은
상식의 진리이던가요
화사한 봄은 가고
신록의 여름도
야속한 바람에 실려 갔습니다
다정한 연인들이
모래 위를 거닐며
낭만의 밀어들을 나누던
해변에
먼 하늘을 떠날
철새들이
이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나는
땅에 뒹구는
낙엽을 밟으며
하늘을 경험한
가을 사람입니다
이제 곧
환희의 향연은 끝이 나고
메마른 가지에
매달린 낙엽들이
슬픔의 노래를 부르기 전에
세욕의 옷을 훌훌 벗고
슬픈 사연을 가슴에 묻어둔 체
그대 곁을 떠나
가을 사람으로 돌아가렵니다
푸른 잎새들이 떨어진
쓸쓸한 裸木의 길 언덕에
외로운 자를 찾아오실
내 님을 부둥켜안고
밤이 하얗게 새도록
목 놓아 울고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