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김없이 시간의 궤는 돌고 돌아 금년에도 농부들에게는 한 해의 노고에 보답하는 풍요로움을, 직장인들에게는 고향을 찾는 시간을 약속해 주는 한가위가 돌아왔건만 수마가 할퀴고 간 상처가 너무 커서 한가위라는 어감이 주는 그 풍성함을 느낄 수 없었고, 추석연휴 하루 전에 귀가하려고 금진 선착장에 나갔다가 4시간 이상을 기다려야만 배를 탈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다시 되돌아간 쓰라림과 낚시를 하러 갔다가 고기 한 마리 낚아 올리지 못하고 후퇴한 조금은 재미없었던 한가위였지만 그래도 4일 동안을 고향에서 보냈는데 재미있었던 일이 하나라도 없었다면 그 기간이 너무 지루했으리라.
그 재미있었던 일이 무엇인고 하니 금산에서 아니 좀더 구체적으로 이야기 하면 신촌 처가의 마당에서 골프를 쳤다는 것이다.
'금산에서 골프' 라니 조금은 으아하겠지만 그 자초지종은 다음과 같다.
디스크 수술로 인하여 허리가 튼실하지 못한 나는 몸의 한 쪽으로 하는 운동은 삼가라는 의사의 권유에 의하여 사지를 같이 사용하는 등산 등 가벼운 운동을 하면서 즐기던 볼링마져도 접었는데 하물며 골프는 생각도 못하는 운동종목이지만 주위의 골프를 하는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버팅시합은 자주하여 버팅만큼은 골프를 즐겨하는 친구들에게 지지 않을 만큼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 추석에 순천의 큰 처남이 골프채를 하나 들고 내려와서 이따금씩 스윙연습을 하는 것이었다. 이제 갓 연습장에 등록을 한 모양이다. 그러면서 집 앞 귤나무에 열려 아직 익지 않은 귤을 따서 버팅연습도 하는 것이었다. 이리하여 시작된 것이 이름하여 '금산에서 골프'인 것이다.
신촌 처갓집 마당은 씨멘트로 포장이 되어 있는데 입구에서 시작하여 10여 미터 지점의 조금 패인 곳을 홀컵으로 정하여 놓고 적은 타수로 그 홀컵에 넣는 게임이었다.
순천 처남과 광주의 막내처남, 나 이렇게 셋이서 1타의 차이에 3,000원씩 지급하는 조건(담벼락이나 뜰방에 볼이 닿으면 벌타 2타에 4,000원 벌금)!
드디어 게임이 시작되었다.
시멘트 포장이라지만 조금은 울퉁불퉁한 마당에서 조금은 튀어 오른 장애물도 있는데 요놈의 귤은 완전하게 둥그런 것이 아니고 타원형 비슷하고......
어쨓던 몇 번 시합을 하다 보니 다들 나름대로의 요령도 생기고 하여 3타가 기본이었던 것이 이제 2타에도 잘들 넣었다. 이름하여 4타는 보기, 3타는 파, 2타는 버디였는데 첫 날은 누가 얼마를 이겼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웃고 즐겼다. 그 와중에서 우리 셋은 전부다 한 번씩 홀인원을 했으니.........
다음날.
처남은 아직 순천에서 내려오지 않은 자식들에게 전화를 하여 골프공을 가지고 오랜다. 골프공이 도착하자 룰을 조금 변경하여 제2라운드가 시작되었다. (어제의 1라운드는 매 번 1홀 마다 돈 계산을 하여 진짜 실력이 비교되지 않는다고 판단되어 각자 30,000씩 묻어 놓고 18홀의 기록을 종합하여 1등은 60,000원 2등은 기본 30,000원을 갖기로 함)
결과는 내가 43타, 막내처남이 44타, 순천처남이 45타로 내가 우승하였다.
다음날 (추석날) 아침.
아침잠이 거의 없는 나는 6시부터 일어나 혼자 버팅연습을 하면서 늦잠을 즐기는 처남들에게 약을 올리며 꼬드겼다.
결국 나의 작전에 말려든 처남들과 아침밥을 늦게 먹어가면서까지 골프를 즐겼으나 결과는 별 차이가 없었다.
추석날 밤.
사촌 처제의 시아버지(연소 김정용의 아버지)의 장례식장에 들러 조문을 하고 보름달을 즐기고자 금산일주도로를 드라이브하고 다시 처가에 모여 고스톱을 시작한 시각이 밤 12시였는데 술과 범벅된 그 판이 새벽 3시까지 이어지다가 의논된 것이 골프의 진검 승부!
1게임 5홀 합계로 매게임 2만원 기본. 다른 룰은 전과 같음.
취한 술과 오는 잠을 쫓으며 날을 꼬박 새고 아침 식사도 하지 못하고 금진선착장으로 출발할 때까지 6게임을 하였으니 참 다들 오기 하나로 뭉쳐진 사람인 것 같았다.
세 번째 게임까지 우승을 한번도 못하다가 네 번째 게임에서 순천처남과 공동우승이 되어 다섯 번에 달하는 연장승부를 벌인 끝에 겨우 우승을 한 나는 그후 파죽의 2연승으로
결과는 내가 3번 우승, 1번 준우승, 2번 꼴등.
순천 처남이 2번 우승, 2번 준우승, 2번 꼴등.
막내 처남이 1번 우승, 3번 준우승, 2번 꼴등.
게임 결과에 조금 만족하지 못한 순천 처남의 '내년에는 홀컵을 더욱 멀리, 더욱 작게 하여 승부를 보자'는 의견을 마지막으로 게임을 끝내고 금산에서부터 광주에 도착할 때까지 나는 차 속에서 잠을 자야만 했으며, 광주에 와서도 다시 화순군 춘양면에 있는 황토불가마방에 가서 찜질로 노독을 풀어야 했고, 3일 후 토요일에 또다시 그 불가마방에 가서 찜질을 해야만 했으니 자기의 본분을 잊고 날 샘을 하는 등 과욕을 부린 죄의 대가를 톡톡히 치뤘다고나 할까?
벌써부터 내년의 한 가위가 기다려진 이유가 이번의 골프 게임 때문일 뿐일까???????
우리 거금도에 골프장이 생길 것이라는 풍문을 듣고 있습니다.
겨울에도 눈이 거의 내리지 않고
바다를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는 천혜의 입지적 조건으로
오룡동 부근이라는 등 금장 부근이라는 등................
하기야 앞으로 거금대교가 완공되면 접근성도 그만큼 좋아져
낭설이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요즈음은 친구들을 만나거나 어떤 모임에 나가도 거의 다 골프 이야기로
어떤 이유에서든지 골프를 하지 않는 (못한?) 몇몇인 우리를
주눅들게 하는 너도 나도 골프를 즐기는 세상이 되었으니
저도 언젠가는 골프를 하게 되겠지만 .......
그런데
골프장의 건설이 우리 금산에 어떻게 작용될지 그게 걱정입니다.
딱히 좋다 나쁘다라고 단정할 수 없는 문제이지만
어쩐지 조금 꺼림칙한 기분이 드는 것은 무슨이유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