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정말로 오랜만에 1박 2일짜리 여행 같은 외출을 하게 되었다.
결혼을 하고 나서 아이를 키우다 보니까 혼자서 여행을 하는 기회가 거의 없어서
몹시 설레고 기대가 됐다.
차림을 간편하게 하고 집에서 차를 타고 나와서 다시 시외를 오가는 좌석 버스로 갈아타고
부산에 도착하여 내가 가야할 곳의 버스표를 끊었다.
나이가 젊었을 때는 은근히 옆자리 승객에 대한 호기심이나 기대 같은 것을
가지고 있었는데 살다 보니까 내게는 소설이나 영화의 주인공 같은 그런 운은
별로 없는 것 같아서 아무 생각 없이 차에 올랐다.
승차권에 적혀 있는 좌석 번호로 다가가니 옆자리에 웬 젊은 남자가 앉아 있었다.
몇 시간을 같이 타고 갈 거니까 일단 인사는 해 놓는 것이 덜 불편할 것 같았다.
인사를 하고 나서 표를 검수하는 아가씨에게 도착지까지 얼마나 걸릴지 물어 보았더니
대답을 확실하게 안 하고 어정쩡하게 한다.
토요일이고 차가 밀릴지도 모르니까 확실히 알 수는 없단다.
아가씨가 가고 나서 답답한 채로 앉아 있는데 갑자기 옆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이
아가씨에게 묻는 말에 대한 대답을 여러 경우의 수까지 예를 들어 가면서
친절하게 해 주는 것이었다.
고마운 마음에 인사를 하고 어떻게 그렇게 잘 아느냐고 물어 보았다.
그랬더니 최근에는 자주 안 갔지만 옛날에는 아주 많이 다녀서 잘 안다고 했다.
눈에 띠는 미남은 아니었지만 단정하게 생긴 얼굴에 자분자분 듣기 좋게
이야기를 하는데 말씨를 들어 보아서는 고향을 잘 알 수가 없었다.
나는 모르는 사람과 이야기를 할 때는 그 사람의 말씨에 상당히 관심이 많고
그 사람의 말씨로 고향을 점치곤 하는 버릇이 있어서 팔도 말씨의 특징을
조금씩 안다고 생각했는데 잘 모르겠어서 고향이 어디냐고 물어 보았다.
그랬더니 부산이 고향이고 학교도 부산에서 다녔다고 한다.
경상도 사람 특유의 억양이나 사투리가 거의 섞이지 않고 표준말에 가깝게
구사를 하는 것이 신기해서 그 부분을 궁금해 했더니 그렇게 된 내력을
별로 낯을 가리지 않고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중학교 때부터 말에 대한 관심이 많았는데 억양이 심한 지방 말을 쓰면
웬지 덜 세련되어 보이고 무식하게 보이는 것 같아서 그때부터 부단히 연습을 했다고...
아직 젊어 보이는데 그런 생각을 하고 실천한 것이 신기해서 나이를 물어 보았더니
26살이고 아직 학생이란다.
나도 내 나이를 얘기 했더니 그렇게 안 보인다면서 제법 듣기 좋은 아부성 말까지
할 줄도 안다.
그렇게 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고받게 되었는데 자기가 알고 있는 것들을
이해하기 편하게 간추려서 말할 줄도 알고 또 다방면에 걸쳐서 상당히
풍부한 상식을 가지고 있었다.
말씨도 단정하고 아는 것도 많고 이야기 하는 톤도 너무 높지 않아서 듣기가 나쁘지
않았는데 특히 눈에 띠는 대목이 상대방의 말을 진지하게 경청해 주는 자세였다.
아주 진지한 자세로 열심히 들어 주고 또 차분하게 기다려 주고 기분 나쁘지 않게
맞장구도 쳐 줄줄 알고, 말하는 사람이 좋은 기분으로 말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젊은 사람이 그러기가 쉽지 않은데 참 예쁜 모습이어서 이야기를 듣는 자세가
좋다고 칭찬을 해 주었다.
그랬더니 또 뜻밖의 말을 한다. 자기가 최선을 다해서 상대방의 말을 들어 주는 것은
내가 이렇게 당신의 말을 열심히 들어 주니까 당신도 내가 말할 때는 나처럼 열심히
들어 달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너무 가볍지 않게 말하는 것도 예쁘고 단정한 모습도 마음에 들어서 여동생이 있으면
소개를 해 주고 싶을 정도였다.
그래서 나도 아홉 살 난 아들을 키우고 있는데 좋은 조언을 부탁한다고 했더니
아주 성의껏 대답을 해 주는 것이었다.
너무 엄마 틀 속에 맞춰서 가두지 말고 여러 가지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해 주고
직업에 대한 구체적인 체험을 하게 해 주라고...
자기는 직업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없어서 시행착오를 겪었는데 크고 나서
생각해 보니까 중학교 시절에 좀 더 구체적인 직업에 대한 이해와 적성에 맞는
직업 선택의 밑그림이 그려져야 하겠더라고...
너무나 맞는 말인 것 같아서 메모장을 꺼내서 적었더니 웃길래
아줌마들은 안 적어 놓으면 돌아 서자마자 잊어버린다고 변명을 했다.
그랬더니 자기 엄마 이야기를 했다.
학교 다닐 때는 공부를 참 잘 하셨는데 너무 자식들만 키우고 살아서
자기는 그걸 잘 몰랐다고 했다.
그러다가 엄마의 학교 성적표를 직접 보고 나서야
엄마가 진짜로 공부를 잘했다는 것을 알았다면서 내게
컴퓨터를 열심히 배울 것을 권유했다.
고장 날까봐 겁먹지 말고 컴퓨터는 정말로 친절한 기계이니까
열심히 부딪쳐 보라고 했다.
컴퓨터랑 친하게 지내야 자식들이랑 의사 소통도 잘되고 점점 컴퓨터가 세상과
통하는 창이 될 테니까 시대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컴퓨터랑 친해야 한단다.
열심히 들어 주는 상대방의 기대를 져 버리지 않으려고 나도 열심히 들어 주려고
노력을 했고 또 귀담아 들을 만한 이야기들이 많았다.
최근에 본 괜찮은 볼만한 영화로 ‘나비효과’란 영화를 추천 받으며 오랜만에
휼륭한 대화 상대를 만나서 기분 좋게 먼 길을 동행을 했다는 기분이 들었다.
토요일 오후의 차막힘 때문에 도착지에 너무 늦게 도착을 해서 걱정을 했더니
자기 일처럼 걱정을 해 준다. 볼수록 마음에 드는 청년이었다.
예정 시간을 훨씬 지나서 도착지에 도착을 하고 나서 택시 타는 곳까지
데려다 주길래 하염없이 늘어서 있는 줄 뒤에 서며 고마웠다며
잘 가라고 인사를 하였다.
그리고 나서 약 10여 분이 지났다. 그 사이 내 차례는 점점 앞으로 진출을 해서
줄 중간쯤에 가 있었는데 뒤에서 누가 어깨를 툭툭 쳤다.
깜짝 놀라서 뒤를 돌아다 보았더니 아까 내 옆자리에 탔던 청년이 추우니까
이거 들고 택시 기다리라며 따뜻하게 데워진 캔 음료 하나를 건네주었다.
그 마음 씀씀이가 너무 예뻐서 덥석 손이라도 잡아 주고 싶었지만
보는 눈들이 너무 많아서 차마 그러지는 못하고 초등학생처럼 꾸벅 인사를 했다.
그리고 이름도 알지 못한 체 서로 각자의 길을 갔다.
나는 그 청년이 보이지 않게 된 후에도 오랫동안 그 따뜻한 캔 음료의 여운에서
헤어 나올 수가 없었다. 그 따뜻한 마음을 오래 기억하고 싶어서 캔 음료를
마시지 않고 계속 가방에 넣고 다녔다.
그리고 내 아들에게 보여 주기 위해서 이글을 쓰게 되었다.
참 잘 자란 그 청년처럼 내 아들도 그렇게 잘 자라기를 소망하면서...
결혼을 하고 나서 아이를 키우다 보니까 혼자서 여행을 하는 기회가 거의 없어서
몹시 설레고 기대가 됐다.
차림을 간편하게 하고 집에서 차를 타고 나와서 다시 시외를 오가는 좌석 버스로 갈아타고
부산에 도착하여 내가 가야할 곳의 버스표를 끊었다.
나이가 젊었을 때는 은근히 옆자리 승객에 대한 호기심이나 기대 같은 것을
가지고 있었는데 살다 보니까 내게는 소설이나 영화의 주인공 같은 그런 운은
별로 없는 것 같아서 아무 생각 없이 차에 올랐다.
승차권에 적혀 있는 좌석 번호로 다가가니 옆자리에 웬 젊은 남자가 앉아 있었다.
몇 시간을 같이 타고 갈 거니까 일단 인사는 해 놓는 것이 덜 불편할 것 같았다.
인사를 하고 나서 표를 검수하는 아가씨에게 도착지까지 얼마나 걸릴지 물어 보았더니
대답을 확실하게 안 하고 어정쩡하게 한다.
토요일이고 차가 밀릴지도 모르니까 확실히 알 수는 없단다.
아가씨가 가고 나서 답답한 채로 앉아 있는데 갑자기 옆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이
아가씨에게 묻는 말에 대한 대답을 여러 경우의 수까지 예를 들어 가면서
친절하게 해 주는 것이었다.
고마운 마음에 인사를 하고 어떻게 그렇게 잘 아느냐고 물어 보았다.
그랬더니 최근에는 자주 안 갔지만 옛날에는 아주 많이 다녀서 잘 안다고 했다.
눈에 띠는 미남은 아니었지만 단정하게 생긴 얼굴에 자분자분 듣기 좋게
이야기를 하는데 말씨를 들어 보아서는 고향을 잘 알 수가 없었다.
나는 모르는 사람과 이야기를 할 때는 그 사람의 말씨에 상당히 관심이 많고
그 사람의 말씨로 고향을 점치곤 하는 버릇이 있어서 팔도 말씨의 특징을
조금씩 안다고 생각했는데 잘 모르겠어서 고향이 어디냐고 물어 보았다.
그랬더니 부산이 고향이고 학교도 부산에서 다녔다고 한다.
경상도 사람 특유의 억양이나 사투리가 거의 섞이지 않고 표준말에 가깝게
구사를 하는 것이 신기해서 그 부분을 궁금해 했더니 그렇게 된 내력을
별로 낯을 가리지 않고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중학교 때부터 말에 대한 관심이 많았는데 억양이 심한 지방 말을 쓰면
웬지 덜 세련되어 보이고 무식하게 보이는 것 같아서 그때부터 부단히 연습을 했다고...
아직 젊어 보이는데 그런 생각을 하고 실천한 것이 신기해서 나이를 물어 보았더니
26살이고 아직 학생이란다.
나도 내 나이를 얘기 했더니 그렇게 안 보인다면서 제법 듣기 좋은 아부성 말까지
할 줄도 안다.
그렇게 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고받게 되었는데 자기가 알고 있는 것들을
이해하기 편하게 간추려서 말할 줄도 알고 또 다방면에 걸쳐서 상당히
풍부한 상식을 가지고 있었다.
말씨도 단정하고 아는 것도 많고 이야기 하는 톤도 너무 높지 않아서 듣기가 나쁘지
않았는데 특히 눈에 띠는 대목이 상대방의 말을 진지하게 경청해 주는 자세였다.
아주 진지한 자세로 열심히 들어 주고 또 차분하게 기다려 주고 기분 나쁘지 않게
맞장구도 쳐 줄줄 알고, 말하는 사람이 좋은 기분으로 말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젊은 사람이 그러기가 쉽지 않은데 참 예쁜 모습이어서 이야기를 듣는 자세가
좋다고 칭찬을 해 주었다.
그랬더니 또 뜻밖의 말을 한다. 자기가 최선을 다해서 상대방의 말을 들어 주는 것은
내가 이렇게 당신의 말을 열심히 들어 주니까 당신도 내가 말할 때는 나처럼 열심히
들어 달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너무 가볍지 않게 말하는 것도 예쁘고 단정한 모습도 마음에 들어서 여동생이 있으면
소개를 해 주고 싶을 정도였다.
그래서 나도 아홉 살 난 아들을 키우고 있는데 좋은 조언을 부탁한다고 했더니
아주 성의껏 대답을 해 주는 것이었다.
너무 엄마 틀 속에 맞춰서 가두지 말고 여러 가지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해 주고
직업에 대한 구체적인 체험을 하게 해 주라고...
자기는 직업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없어서 시행착오를 겪었는데 크고 나서
생각해 보니까 중학교 시절에 좀 더 구체적인 직업에 대한 이해와 적성에 맞는
직업 선택의 밑그림이 그려져야 하겠더라고...
너무나 맞는 말인 것 같아서 메모장을 꺼내서 적었더니 웃길래
아줌마들은 안 적어 놓으면 돌아 서자마자 잊어버린다고 변명을 했다.
그랬더니 자기 엄마 이야기를 했다.
학교 다닐 때는 공부를 참 잘 하셨는데 너무 자식들만 키우고 살아서
자기는 그걸 잘 몰랐다고 했다.
그러다가 엄마의 학교 성적표를 직접 보고 나서야
엄마가 진짜로 공부를 잘했다는 것을 알았다면서 내게
컴퓨터를 열심히 배울 것을 권유했다.
고장 날까봐 겁먹지 말고 컴퓨터는 정말로 친절한 기계이니까
열심히 부딪쳐 보라고 했다.
컴퓨터랑 친하게 지내야 자식들이랑 의사 소통도 잘되고 점점 컴퓨터가 세상과
통하는 창이 될 테니까 시대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컴퓨터랑 친해야 한단다.
열심히 들어 주는 상대방의 기대를 져 버리지 않으려고 나도 열심히 들어 주려고
노력을 했고 또 귀담아 들을 만한 이야기들이 많았다.
최근에 본 괜찮은 볼만한 영화로 ‘나비효과’란 영화를 추천 받으며 오랜만에
휼륭한 대화 상대를 만나서 기분 좋게 먼 길을 동행을 했다는 기분이 들었다.
토요일 오후의 차막힘 때문에 도착지에 너무 늦게 도착을 해서 걱정을 했더니
자기 일처럼 걱정을 해 준다. 볼수록 마음에 드는 청년이었다.
예정 시간을 훨씬 지나서 도착지에 도착을 하고 나서 택시 타는 곳까지
데려다 주길래 하염없이 늘어서 있는 줄 뒤에 서며 고마웠다며
잘 가라고 인사를 하였다.
그리고 나서 약 10여 분이 지났다. 그 사이 내 차례는 점점 앞으로 진출을 해서
줄 중간쯤에 가 있었는데 뒤에서 누가 어깨를 툭툭 쳤다.
깜짝 놀라서 뒤를 돌아다 보았더니 아까 내 옆자리에 탔던 청년이 추우니까
이거 들고 택시 기다리라며 따뜻하게 데워진 캔 음료 하나를 건네주었다.
그 마음 씀씀이가 너무 예뻐서 덥석 손이라도 잡아 주고 싶었지만
보는 눈들이 너무 많아서 차마 그러지는 못하고 초등학생처럼 꾸벅 인사를 했다.
그리고 이름도 알지 못한 체 서로 각자의 길을 갔다.
나는 그 청년이 보이지 않게 된 후에도 오랫동안 그 따뜻한 캔 음료의 여운에서
헤어 나올 수가 없었다. 그 따뜻한 마음을 오래 기억하고 싶어서 캔 음료를
마시지 않고 계속 가방에 넣고 다녔다.
그리고 내 아들에게 보여 주기 위해서 이글을 쓰게 되었다.
참 잘 자란 그 청년처럼 내 아들도 그렇게 잘 자라기를 소망하면서...
이거 쓸려고 그리 뜸드렸구만. 흠.
글이 왜 이리 슬슬 읽히냐.
내가 쓰면 숨이 가푼데.
그래서 글재주라는게 있구만....
갔더와서 소식이 없길래
다쳤나 했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