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제33화 : 풀등

by 달인 posted Feb 28, 201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수정 삭제

33: 풀등

 

 

10월의 한 가운데인 지난 1015(금요일)에 달그림자 형님에게서 내일, 토요일인데 무슨 계획이 있느냐?’는 전화가 왔다. ‘아직 계획이 없다는 나의 대답에 금산엘 가잔다. 내년에 퇴직하고 짓겠다는 집의 터를 닦기 위하여 굴삭기 등 장비를 계약하여 놓았단다.

집사람과 나는 시간이 나면 갯바위 낚시라도 할 수 있을까 하고 물때를 가늠하여 보면서(한조금이라 물때가 좋지 않아 낚시는 즉시 포기하였는데, 뒤에 알았지만 형님도 녹동에서 미끼를 사가지고 왔다) 그냥 구경삼아 같이 가기로 하였다.

 

다음날 아침 6시에 광주를 출발한 우리는 녹동에서 붕어빵과 호떡, 어묵으로 대충 아침 식사를 해결하고 우두 마을에 도착했는데.

아뿔싸! 그냥 구경이나 하겠다는 나의 생각이 한참 잘못된 생각이었다는 것을 알기에는 채 십 분이 걸리지 않았다.

마을의 소방도로를 내기 위하여 이쪽이 뜯기고 저쪽이 뜯겨 결국 허물어진 우리 집의 옛터는 임시방편으로 그 흉한 모습을 감추고는 있었지만 손질하지 않은 과일나무며 일부 몰지각한 마을 사람들의 쓰레기 투기로 엉망 그 자체였다.

새로운 집터를 만들면서 나오는 좋은 흙(황토)으로 성토를 하기 위하여 그 쓰레기들을 치우고 제멋대로 자라 볼품없는 나무들을 베어낼 일이 오늘 우리가 해야 할 일이었다.

도착한 즉시부터 일을 시작한 우리는 금세 땀범벅이 되었으며, 입고 온 나들이옷과 내가 즐겨 신는 운동화도 흙으로 엉망이 되고 찢기어 마누라에게 핀잔께나 들었다.

 

멀리 장흥의 천관산이 보이고 또 우리의 산이 올려다 보이는 마을 풀등의 팽나무 아래에 만들어진 쉼터에서 형수님이 손수 지어 온 점심을 먹으면서 형님에게 이런 일을 해야 한다고 미리 언질이나 주었으면 옷가지라도 준비해 왔을 것 아니냐?’고 원망을 했더니, ‘그렇게 말했으면 네가 오지 않을 것 같아서!’라는 명 대답이다.

 

나는 위에서 풀등이라는 단어를 썼다.

나의 이 표현이 맞는지 틀리는지 100% 확신할 수 없지만 99.9%는 맞다는 생각으로 글을 이어간다.

우리가 어릴 적,

마을의 바닷가는 갯바람을 막기 위한 방풍림을 조성되어 있었는데 하나같이 아름드리 소나무였다.(아니 딱 한 그루 지금까지 남아있는 아주 오래된 팽나무가 있었지!) 그곳에서 술래잡기도 하고 그네도 탈 수 있을 만큼 큰 소나무들이었다. 근래에 와서 도로를 넓히고 포장하느라 그 큰 소나무들은 베어져서 가뭇없고 다른 나무들이 대신하고 있지만 어린 우리가 항상 뛰어 놀던 그곳을 어른들은 불등이라고 하였다.

우리말을 찾고 연구하면서 나는 왜 그곳을 불등이라고 하였을까? 불등이 무엇인가? 하고 많은 고민을 하다가 오늘의 소제목인 풀등을 발견하고는 , 이것이었구나!’하고 무릎을 탁 친 것이다.

 

내가 어린 시절에 이 풀등에서 놀면서 앞으로 바라보면 멀리 천관산이 동경으로 다가왔었고, 우리 마을을 포근히 감싸고 있는 산이 뒤쪽으로 우뚝이 보이는 곳.

지금도 고향을 찾으면 차를 세우고 내려 누구 한 사람 없어도 앉아 쉬면서 옛날을 회상하는 곳.

그러다가 행여 마을 사람이라도 만나면 안부를 물으며 막걸리 잔을 돌릴 수 있는 곳.

물살을 가르며 쾌속으로 거문도로 가는 배가 보이고 느린 듯 빠르게 제주도로 가는 배가 보이는 곳. 바로 이곳이 풀등이었던 것이다.

 

, 형님은 곧 고향으로 귀향 하신다는데 나는 언제나 그것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내 어릴 때 같이 뛰어놀던 그 동무들은 언제나 다시 볼 수 있을까?

 

 

풀등 - 강물 속에 모래가 쌓이고 그 위에 풀이 수북하게 난 곳. 흔히 하류에 많이 생긴다.

가뭇없다 - 보이던 것이 전연 보이지 않아 찾을 곳이 감감하다.(홍수로 가 뭇없는 집터에서 나는 ……) 눈에 띄지 않게 감쪽같다.

(2010년 가을에)

?

  1. 제36화 : 야비다리1

    제36화 : 야비다리 2010년 호랑이해에 맞추어 한겨레신문의 모 기자가 반상의 제왕들인 이창호, 이세돌, 박정환에 대하여 호랑이를 빗댄 사자성어로 이렇게 풀이했다. 이창호 - 호거용반(虎踞龍蟠:호랑이가 걸터앉고 용인 서린 듯 웅장함) 이세돌 - 호시탐탐(...
    Date2012.03.06 By달인 Views3123
    Read More
  2. 제35화 : 애면글면1

    제35화 : 애면글면 「거금도닷컴」의 『 금산종합고등학교 2회 창』에 김문학이라는 친구가 제45회 세무사자격시험에 합격했다는 소식이 올라 있다. 금산종고 2회면 나하고 몇 년 차이인지 모르지만 대략 9년 내지 10년(?)정도의 차이가 난 것 같은데, 이로써 ...
    Date2012.03.04 By달인 Views2903
    Read More
  3. 제34화 : 우리는 나무꾼2

    제34화 : 우리는 나무꾼! 뗏꼬리(지게나 조락 등의 위에 높게 쌓아올린 짐을 고정시키기 위하여 묶는 줄) 위 내용은 내가 쓴 ‘거금도 닷컴’이란 책의 「전라도 사투리」편에서 발췌한 것이다. ‘거금도 닷컴’을 발간할 그때는 뗏꼬리의 표준어인 ‘동바’를 알지 ...
    Date2012.03.02 By달인 Views3257
    Read More
  4. 제33화 : 풀등1

    제33화 : 풀등 10월의 한 가운데인 지난 10월 15일(금요일)에 달그림자 형님에게서 ‘내일, 토요일인데 무슨 계획이 있느냐?’는 전화가 왔다. ‘아직 계획이 없다’는 나의 대답에 금산엘 가잔다. 내년에 퇴직하고 짓겠다는 집의 터를 닦기 위하여 굴삭기 등 장비...
    Date2012.02.28 By달인 Views2970
    Read More
  5. 제32화 : 먼가래1

    제32화 : 먼가래 언젠가 지리산 계곡에 있는 달궁마을에서 시작하여 반야봉을 오를 때. 새벽부터 오르는 산의 정상 부근에 거의 다 와서 마지막 호흡을 조절하면서 다리쉼을 한 곳은 누군가의 돌본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고 곳곳이 패인 오래된 무덤이었다. 우...
    Date2012.02.25 By달인 Views3030
    Read More
  6. 제31화 : 먹어야 산다!1

    제31화 : 먹어야 산다! 우리 인간들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꼭 필요한 세 가지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 衣, 食 , 住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 먹는 것이라 생각된다. 잘 입고 못 입은 것이야 정도의 차이이지 큰 문제가 아니요, 집의 평수가 크고 작고도...
    Date2012.02.23 By달인 Views3279
    Read More
  7. 제30화 : 에끼다3

    제30화 : 에끼다 사람이 살지 않은 고향의 우리 집은 마을의 소방도로를 만드는데 이쪽이 들어가고 저쪽이 들어가고 하여 어쩔 수 없이 뜯기고 말았는데, 마을의 한 가운데에 있는 그 집터는 마을의 일부 양심 없는 사람들의 쓰레기장으로 변하여서 이번에 특...
    Date2012.02.20 By달인 Views3931
    Read More
  8. 제29화 : 섶다리1

    제29화 : 섶다리 춘향전의 두 주인공인 성춘향과 이몽룡이 실존 인물인지에 대하여는 학자들 간에 끊임없이 회자된 논제였다. 그런데 이번에 그 실체가 발견되었다고 한다. 이하는 인터넷에서 옮겨온 "성춘향과 이도령은 실존인물이었다" 주장의 내용 요지 중...
    Date2012.02.17 By달인 Views3492
    Read More
  9. 제28화 : 흥정도 여러 가지1

    제28화 : 흥정도 여러 가지 우리나라의 경우 유교사상이 주를 이루었던 조선시대 후기까지는 사농공상(士農工商)이라는 계급사회가 형성되었다가 실학사상이 발달된 18세기 후반기부터 농보다는 공과 상이 차츰 부각되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우리가 잘 알고 있...
    Date2012.02.14 By달인 Views2833
    Read More
  10. 제27화 : 명개1

    제27화 : 명개 ‘석 달 장마에도 개부심이 제일’이라는 속담이 있다. 이는 ‘끝판에 가서야 평가가 가능한 경우와 끝마무리가 중요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사전에서는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개부심은 무엇이며 왜 이런 속담이 생겨났을까? 「장마가 ...
    Date2012.02.13 By달인 Views2921
    Read More
  11. 제26화 : 상앗대1

    제26화 : 상앗대 낙동강 강바람이 치마폭을 스치면 - 중 략 - 노를 저어라 삿대를 저어라! 우리 금산에서 태어고 자란 30세 이상의 남자들 중 노를 못 젓는 사람이 있을까? (이 물음에 대한 나의 대답은 ‘글쎄’이다) 그리고 삿대도 젓는다고 할까? (여기에 대...
    Date2012.02.09 By달인 Views3622
    Read More
  12. 제25화 : 상고대1

    제25화 : 상고대 상고대는 발음의 느낌상 한자인 것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은데 이 단어도 순우리말이란 걸 알리고자 여기에 올린다. 추운 겨울에 무등산에 오르면 자주 볼 수 있는 이 상고대는 2002년이 막 시작되던 한 겨울의 태백산에서 보았던 것이 가장...
    Date2012.02.06 By달인 Views3944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3 4 5 6 7 8 9 10 Next
/ 10

브라우저를 닫더라도 로그인이 계속 유지될 수 있습니다. 로그인 유지 기능을 사용할 경우 다음 접속부터는 로그인할 필요가 없습니다. 단, 게임방, 학교 등 공공장소에서 이용 시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으니 꼭 로그아웃을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