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들 사이를 거닐면서
하나씩 묘비명을 읽어 본다.
한두 구절이지만
주의 깊게 읽으면 많은 얘기가 숨어 있다.
그들이 염려한 것이나
투쟁한 것이나 성취한 모든 것들이
결국에는 태어난 날과
죽은 날 자로 줄어들었다.
살아 있을 적에는
지위와 재물이 그들을 갈라놓았어도
죽고 나니
이곳에 나란히 누워 있다.
죽은 자들이 나의 참된 스승이다.
그들은 영원한 침묵으로 나를 가르친다.
죽음을 통해 더욱 생생해진 그들의 존재가
내 마음을 씻어 준다.
홀연히 나는
내 목숨이 어느 순간에 끝날 것을 본다.
내가 죽음과 그렇게 가까운 것을 보는 순간
즉시로 나는 내 생 안에서 자유로워진다.
남하고 다투거나 그들을 비평할 필요가 무엇인가.
- 임 옥 당 -
*류시화님의 ‘지금 알고 있는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시집中에서......
많은 죽음을 바라보면서,......
아니, 그 앞에서 자유로울 이가 과연 ?
죽음을 생각한다면 지금,우리의 삶에 있어서 중요한게 과연 무엇일까?
그러나 생각할 겨를도 없이, 멈춰 있을수만도 없는 삶이 지금 이 순간까지도 우리와 함께 하기에,
'지금 당장 죽으면 아무것도 아니다' 라는 '허무함'을 알면서도 바보처럼......
그냥 그렇게, 그 무엇엔가에 홀린듯 살아 가는지도 모릅니다.
차를 타고 달릴때나, 가파른 뒷산을 오르는 그 순간, 순간에도 '죽음'은 수시로 우릴 부르는데......
요즘처럼 애석하고 딱한 부고를 자주 접할때면......
그냥, 하염없이 아픕니다.
지금의 것은 아무것도 아닌데........
마지막 입고 가는 수의(壽衣)에는 담고 갈 주머니도 없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