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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세꽃 피는 날에

by 남창욱 posted Jun 04,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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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세꽃 피는 날에 /남창욱


크고 높은

무리들을

발아래 내려다보면서도

머리 숙이는 이여


한줄기 쓸쓸히

바람 부는 날에는

바람이 명한대로

바람 가시는 곳을 향하여

허리 숙이는 이여


잔인한 계절이

푸르른 젊음을 앗아가고

부유한 잎새까지

다 빼앗아 가는 날에도

흐느끼는 울음으로

하얀 꽃씨 날리며

고개 들지 못하는 이여


들과 산과 뜨락에

저마다

화려한 이름으로

진한 향으로

자신을 자랑하는 꽃들 앞에

향기 하나 없다는 부끄러움에

깊이 머리 숙인 이여


나도 그대처럼

늘 머리 숙이며

우리 님의 말씀을 들어야지

고개 숙이며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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