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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사님께 드리는 글

by 황차연 posted Apr 18,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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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사님께 드리는 글
새악씨 비단 치마폭 같은 적대봉 줄기아래 진리의 터전 마련하고 형설의 공 쌓아 6개성상을 하여 금산남초등학교 교정을 떠난지 어언 36년이란 세월이 흘러가 버렸는데 오늘 이렇게 사랑하는 동무들과 한자리에서 은사님을 모시게 되니 감개가 무량합니다.
특별히 오늘 우리들이 모인 이 장소는 36년전에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하며 졸업가를 부르며 석별의 아쉬움을 안고 헤어진 그 졸업식장 입니다.
이제 교정 이곳 저곳을 둘려보니 흙먼지 돌돌 말아 올렸던 운동장도 그대로요
당시에는 새로운 건물이었던 이 교실도 그대로 인데
그 안에서 웃고 떠들며 함께 했던 철없던 아이들 모습은 오 간데 없고  거칠고 험한 세파를 헤쳐 나갔을 중년이 된 제자들만이 있나 봅니다.
고 선생님!
참으로 오랜만에 불러본 이름입니다.
그동안 세월의 강이 많이 흘러갔었는데 이렇게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나 뵙게 되니 반갑기 한량없습니다.,
지금은 아련한 옛 추억이 되었지만 우리들이 이 학교에 다니고 있을 때 우리들의 고향에는 아직 전기가 오지 않아서 희미한 촛고지 불 밑에서 생활하면서 오순도순 정을 나누며 살았었고,
학교에 갈때는 책가방이 없어 책보 손에 들고 다녔고,
유일한 교통수단은 하루 한번 밖에 운행하지 않는 남대호 도선이었는데
 붉은 해가 수평선에 뜰 때쯤 시산 도에서 올라오는 여객선을 놓쳤버리면  교통이 끊어진지라 종선을 타기 위해서 달음질하던 때가 아니었던가요!
섬마을 사람들의 유일한 생계수단인 김 생산을 하는데 공부보다는 우선적으로 밤이면 발장을 쳐야 했고  새벽이면 어른들과 같이 일어나서 해우 장을 집어내고 마른건장에서 해우걷고 발장 추려면서 일손을 도와야만 했던 때가 아니었습니까!
이러한 때 선생님께서는 사랑하는 가족들과 떨어져서 별리의 아픔을 겪으면서 섬 마을에서 우리들을 가르치기 위해서 수고의 땀을 흘리셨을 것인데
 그 때는 너무나 철이 없어서 잘 몰랐지만 이제와서 생각하니 그 아픔과 인고의 고통을 알 것 같습니다.
그러나 돌이켜 보니 우리들의 지난날들은 조금은 모자라고 가난했지만 아름다운 추억들이 알알이 새겨져 있습니다.
교실이 부족해서 감앞 바닷가에서 파도소리 벗삼아 돌 책상에서 공부했었고,
화창한 봄날 진달래를 한아름 꺾어 안고 산에서 내려올때는 그 얼마나 행복했었는지요!
무더운 여름 방학 때 돌무치 나무그늘에서 과외 공부하다 바닷물에서 헤험치던일,
마지막 가을소풍을 금산 송강암까지 걸어가서 작은 적대봉으로 넘어오면서 강행군을 했던일,
졸업을 얼마 남겨 놓지 않고 흰눈에 쌓인 큰둥산을 배경으로 감앞 바위에서 찍었던 사진들,
이 모든 일들이 영원히 잊지 못할 아름다운 추억으로 고이 남아우리의 가슴을 잔잔하게 울립니다.
선생님!
참되고 바르게 살아가라는 선생님의 가르침을 잊지 않고 있었지만 지금에 와서 우리 자신들을 돌이켜 보니 선생님의 기대에 합당하게 살아가지 못했던 이 불초한 제자들은 부끄럽기 그지 없습니다.
이제 남은 기간이나마 그 고귀한 뜻을 되새기면서 열심히 살아가고자 합니다.
오늘 이렇게 좋은 시간을 갖게 되었으니 지난날 소월 했던 우리들 잘못을 용서하시고 즐겁고 유쾌한 하루가 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다시 만날 때를 기약하면서
선생님 만수무강 하소서!

금산남초등학교 제 17회 동창회장 황차연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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