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화 : 먹어야 산다!
우리 인간들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꼭 필요한 세 가지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 衣, 食 , 住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 먹는 것이라 생각된다.
잘 입고 못 입은 것이야 정도의 차이이지 큰 문제가 아니요, 집의 평수가 크고 작고도 이 한 몸 뉠 곳 있으면 되었지 크게 부러울 것도 없지만, 먹어야 할 때 못 먹는다면………
그래서 ‘설움 중에 가장 큰 설움이 배고픈 설움이다!’나 ‘삼 일 굶어 담 안 넘은 사람 없다!’는 속담들도 생겨난 것이리라.
오늘은 이렇게 먹는 것과 관련된 재미있는 말들을 찾아 여행을 떠나 보자.
최근 유엔식량기구에서 발표한 바에 의하면 북한의 인구 600여만 명이 굶주림에 허덕이고 있다고 하니 북한 인구 중 셋에 한 사람은 굶주림과 싸우고 있나보다.
북한의 식량사정이 좋지 않은 것은 어제오늘일이 아닌 오래 전부터의 일이지만 특히나 작년에의 흉작과 핵문제 때문에 끊긴 세계 각국의 식량지원 때문이리라.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햇볕정책을 비판하고 있는 우리 MB정부도 세계의 추세(아마 미국의 압력 때문이리라)에 따라 식량지원을 중단했다가 국민의 여론이 좋지 않게 흐르자 태도를 돌변하여 상황에 따라 식량을 지원하겠다고 북한에 메시지를 보냈으나 오기에 찬 북한 당국의 식량지원을 받지 않겠다는 답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는 것을 보면 MB정부의 외교력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각설하고
요즈음 젊은 사람들은 못 먹어서가 아니라 너무 잘 먹어서 병이 생긴다고 하나 우리가 어린 시절에는 오늘날의 북한만큼이나 어려워 미국이나 유엔의 식량지원에 매달린 시절이 있었다.
오직했으면 ‘보릿고개’라는 말이 생겼을까?
철없는 어린아이들에게 지원받은 강냉이 죽(일명 ‘꿀꿀이죽’)을 먹었던 이야기를 하면 ‘엄마, 아빠들은 참 바보야. 쌀이 없으면 라면을 끓여 먹지’라는 웃지 못 할 답이 되돌아오는.
아무리 먹을 것이 없어도 곡식을 거둬들이는 가을에는 좀 더 나았는데 가을에 생긴 식량도 금방 떨어져, 그때부터 새로운 곡식이 나올 때까지가 문제다. 그래서 사람들은 봄에 솔가지를 꺾어 송기(松肌:소나무의 속껍질)를 벗겨 그냥 먹기도 하고 송기떡을 만들어 먹기도 했었다.
이 때 더욱 견딜 수 없으면 채 익기전인 보리나 벼 등을 베어서 식량을 만들었으니 이것들을 ‘풋바심’이라고 한다. 이렇게 풋바심과 쌀, 보리가 아닌 다른 잡곡으로 쌀 등이 나올 때까지 대어 먹는 그 일을 ‘초련’이라고 하며, 부자 집에서 묵은 쌀을 꾸어다가 먹고 가을에 햅쌀로 갚는 것을 ‘색갈이’라고 한단다.
이렇게 식량 상황이 좋지 아니하니 반찬인들 오죽했을까?
반찬이 없이 그냥 먹는 밥을 ‘매나니’라고 하였고, 국이나 물에 말지 않고 그냥 먹는 일을 ‘강다짐’이라고 했다. 또한 혹시라도 밥이 남아 다음 끼니때 먹으려면 그것을 새로 한 밥 위에 얹어서 데웠는데 그렇게 데운 밥을 ‘되지기’라고 하였다.
식사를 마친 후에 손님이 오면 어쩔 수 없이 밥을 한 번 더 지어야 하는데 이를 ‘한동자’라 하였으나, 여간해서는 한동자를 짓는 경우가 없었으니 그 이유는 서로가 서로의 사정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런 방문을 서로가 삼갔던 것이리라.
운 좋게도 혼인 등으로 인하여 동네 큰 잔치가 있는 날이면 적당한 축의금을 내고 음식을 양껏 먹을 수 있었으니 이 때, 본 상이 나오기 전에 시장기를 면하게 하려고 간단히 차려낸 상을 ‘입매상’이라고 하였는데 그런 양껏 먹을 수 있는 기회가 일 년에 몇 번이나 있었겠는가?
그런 잔치에서 큰 상을 받은 사람이 먹다 남긴 음식을 그 사람의 집으로 보내는 것을 ‘큰상물림’이라고 한다는데 우리 시골에서는 보지 못한 것 같다.
한편, 모임이나 놀이 또는 잔치 따위의 비용으로 여럿이 각각 얼마씩의 돈을 내어 거두는 것을 ‘추렴’이라고 하는 것은 다들 아는 사실인데, 이웃사람들끼리 조금씩 돈을 거두어 먹고 싶은 음식을 만들어 먹은 경우의 음식 또는 이러한 일을 ‘도리기’라고 한다는 것은 이번에 처음 알았다.
또한, 산이나 들에서 음식을 먹을 때에 귀신에게 먼저 바친다는 뜻으로 그 음식을 조금 떼어 ‘고수레’ 하면서 던졌는데 이 고수레에 대해서는 독자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고수레에는 이 뜻 말고도 다른 뜻이 더 있으니 아래 풀이를 참조하기 바란다.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다’는 속담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고명’이 꼭 필요했다. 고명은 ‘음식의 모양과 맛을 더하기 위해 그 음식 위에 얹거나 뿌리는 것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니 선조들의 재치가 돋보이는 속담인 것 같다.
끝으로 음식을 씹다가 잘못하여 볼을 씹어 붉은 피가 맺히는 상처를 입는 경우가 있는데 그 상처를 ‘스리’라고 한다. 아무리 고기가 많이 먹고 싶더라도 자기 볼의 살을 먹을 것까지야 없지 않은가!!!!
풋바심 - 채 익기 전에 벼와 보리를 지레 베어 떨거나 훑는 일.
초련 - 일찍 익은 곡식이나 여물기 전에 훑은 곡식으로 가을걷이 때까지 대어 먹는 일.
색갈이 - 봄에 양식이 귀할 때 묵은 곡식을 꾸어 주었다가 가을에 햇곡식이 나면 그것으로 바꾸어 받는 일. 또는 그런 곡식.
매나니 - ①무슨 일을 할 때 아무 도구도 가지지 않은 맨 손. ②반찬이 없는 맨밥.
매나니 - 아무것도 하지 아니하고. 또는 아무 생각도 없이 그저 멍하니.
강다짐 - ①밥을 국이나 물에 말지 않고 그냥 먹음. ②보수를 주지 아니하고 억지로 남을 부림. ③까닭 없이 억눌러 꾸짖음. ④억지로 또는 강압적으로 함.
되지기 - 찬밥을 더운밥 위에 얹어 찌거나 데운 밥.
한동자 - 식사를 마친 뒤에 새로 밥을 짓는 일.
입매 - ①음식을 조금 먹어 시장기를 면함. ②남의 눈가림으로 일을 함.
입매상(床) - 잔치 때 큰 상을 드리기 전에 먼저 간단히 차리어 드리는 음식상.
입맷거리 - 겨우 허기나 면할 정도의 술이나 밥.
큰상물림 - 혼인 잔치 때에 큰 상을 받았다가 물린 뒤에 상을 받은 사람의 집으로 음식을 싸 보내는 일.
추렴 - 모임이나 놀이 또는 잔치 따위의 비용으로 여럿이 각각 얼마씩의 돈을 내어 거둠.
도리기 - 여러 사람이 나누어 낸 돈으로 음식을 장만하여 나누어 먹음. 또는 그런 일.
고수레 - 민간 신앙에서, 무당이 굿을 할 때나 들에서 음식을 먹을 때에, 귀신에게 먼저 바친다는 뜻으로 그 음식을 조금 떼어 던지면서 부르는 소리.
고수레 - ①주로 흰떡을 만들 때에, 반죽을 하기 위하여 쌀가루에 끓는 물을 훌훌 뿌려서 물이 골고루 퍼져 섞이게 하는 일. ②주로 논농사에서, 갈아엎은 논의 흙을 물에 잘 풀리게 짓이기는 일.
고명 - 음식의 모양과 빛깔을 돋보이게 하고 음식의 맛을 더하기 위하여 음식 위에 얹거나 뿌리는 것을 통틀어 이르는 말. 실고추, 버섯, 대추, 밤, 호두, 은행, 잣, 따위가 있다.
스리 - 음식을 먹다가 볼을 깨물어 생긴 상처.
봄이 저만치서 우리를 유혹하는데
추위란 놈이 그냥 있지는 않겠지!
하먼,
꽃샘추위란 말이 괜히 생겼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