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화 : 명개
‘석 달 장마에도 개부심이 제일’이라는 속담이 있다.
이는 ‘끝판에 가서야 평가가 가능한 경우와 끝마무리가 중요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사전에서는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개부심은 무엇이며 왜 이런 속담이 생겨났을까?
「장마가 져서 흙탕물이 훑고 지나간 자리에 남아 있는 흙」을 명개라고 하는데, 흔히 우리 금산 사람들이 비가 온 후에 물과 함께 흘러 내려와 내나 도랑의 물 흐름을 방해하고 있는 온갖 잡동사니(나무뿌리, 나뭇가지와 그것들에 걸려 있는 쓰레기)를 치우면서 ‘냉게친다’고 했었던 그 ‘냉게’가 여기서 말하는 ‘명개’인 것이다. 곧, 명개는 물의 흐름을 방해하고 있는 온갖 잡동사니가 아니고 그 잡동사니들 때문에 흘러내리지 못하고 쌓여 있는(또한 다른 이유로) 흙을 말함인데 우리는 그것을 모르고 그 흙을 포함한 모든 잡동사니 전부를 명개라고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면 또 개부심은 무엇인가?
장마 때문에 생긴 명개(흙)는 장마가 그친 뒤에 도로 등에 쌓여 있다가 다시 오는 비로 인하여 깨끗이 씻기어 내려가는데, 바로 그 비로 인하여 명개(흙)가 씻기어 내려가는 현상이나 그 비를 개부심이라고 한다.
곧, ‘석 달 장마에도 개부심이 제일’이라는 속담은 석 달 장마로 인하여 도로에 쌓여 있는 흙이나 침수된 벼의 잎에 묻어 있는 흙을 개부심이라는 비로 제거할 수 있으므로, 비록 석 달 동안 온 장맛비는 지긋지긋하였지만 장마 후에 온 비(=개부심)는 좋다는 말이다.
이 속담을 우리의 일상에 대입해 본다면 어떠한 경우가 이에 해당할까?
두 걸음 올라가다가 한 걸음 미끄러지는 악전고투 끝에 힘들게 오른 산 정상에서 설레는 마음으로 만나는 새하얀 숫눈이 이에 해당하지 않을까 생각해 보지만 아무래도 적절하지 않아 숙제로 남겨 둔다!
다행히 큰 피해 없이 올 여름의 장마는 지나갔지만 또 초가을이면 불어 닥칠 태풍에 대비하여 우리는 명개도 쳐내고 하는 등 유비무환의 정신으로 대비하여 농민들의 혼과 땀이 배어 있는 소중한 곡식들을 한 톨이라도 잃지 않았으면 한다.
한편 개미나 쥐, 게 등은 흙을 긁어내고 자기의 집을 파는데 그 긁어 낸 흙을 면이라고 한다는 것을 밝히며 맺는다. (2009년 늦여름에)
명개 - 갯가나 흙탕물이 지나간 자리에 앉은 검고 고운 흙.
개부심 - ①장마로 큰물이 난 뒤, 한동안 쉬었다가 다시 퍼붓는 비가 명개를 부시어 냄. 또는 그 비.
②아주 새로워지거나 새롭게 하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숫눈 - 눈이 와서 쌓인 상태 그대로의 깨끗한 눈.
면 - 개미, 쥐, 게 등이 갉아 파내어 놓은 보드라운 가루 흙.
글의 소제목을
명개로 할까 개부심으로 할까로
한참을 고심했는데
또 잘못했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