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화 : 상앗대
낙동강 강바람이 치마폭을 스치면
- 중 략 -
노를 저어라 삿대를 저어라!
우리 금산에서 태어고 자란 30세 이상의 남자들 중 노를 못 젓는 사람이 있을까? (이 물음에 대한 나의 대답은 ‘글쎄’이다)
그리고 삿대도 젓는다고 할까? (여기에 대한 나의 대답은 또 ‘글쎄’이다)
노를 저으려면 배에 놋좆이 있어야 하고 놋구멍이 달린 노가 있어야 하고, 또 놋줄이 있어야 한다. 곧 노를 젓는 배는 이 세 가지가 두루 갖추어져 있어야만 하는데 배를 선창에 정박시켜 놓을 때 남들이 배를 무단으로 이용하지 못하게끔 조치를 취하는 방법이 놋좆을 집으로 가져가 버리는 것이다.
한편, 위 노래 가사 말에 나오는 삿대는 상앗대의 준말로 흔히 우리 금산에서 살대라고 불렀던 것이다.
우리가 어렸을 적,
김 생산이 소득의 주였던 우리 마을은 집집마다 배가 한 척씩 있었는데 거의 모두가 노를 젓는 배였다. 그 배에는 노는 물론이고 삿대도 두세 개씩 상비되어 있었다. 삿대는 배에서 일을 할 때 줄을 건져 올리거나 배를 고정시키기 역할도 하였고 배를 움직이는 데에도 많이 사용되었다. 곧, 수심이 얕아 노를 저을 수 없는 곳에서나 배를 뒤로 후진시켜야 할 때 바닥을 삿대로 밀어 그 반동으로 배가 나가게 했으며 방향도 조종하였다. 반면에 선외기 배가 대세인 요즘에도 각 배마다 삿대는 있지만 그 삿대는 배를 움직이는 데쓰이기 보다는 주로 줄을 건져 올리거나 배를 고정시키기 위하여 쓰인다.
어린 우리들이 펄이 발달한 진몰 앞 바다에서 문저리⁽¹⁾ 낚시를 하려면 배를 타고 나가야 하는데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배 주인들은 배의 무단이용이나 도난을 방지하기 위하여 하나같이 놋구멍(=놋봉)이 달린 노는 배에 그대로 두지만(크고 무거우므로 집으로 가져 갈 수가 없다) 놋좆을 가져가 버린다.
그래도 우리는 그런 배를 이용하여 낚시질을 할 수 있으니 그게 바로 삿대를 이용하여 배를 목적하는 곳까지 몰고 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배를 움직이기 위한 긴 삿대는 속이 빈 대나무로 만들었기 때문에 어린 우리들도 다루기에 어려움이 없었다. 그나마 여의치 않으면 노를 삿대로 이용하기도 하였는데 그 다루는 솜씨가 낙동강의 처녀 뱃사공보다 못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처녀 뱃사공이란 단어를 구사하다보니 김삿갓과 여자 뱃사공에 대한 일화가 생각나서 소개한다.
「김삿갓이 금강산을 가려고 강을 건너는데 뱃사공이 남자가 아니고 여자였다. 한참 가다가 뱃사공의 옆모습을 보니 자기 마누라와 비슷하게 생겼지 않은가! 이에 장난기가 발동한 김삿갓이 뱃사공을 보고 “여보, 마누라!”하고 불렀다. 뱃사공이 깜짝 놀라 “내가 어찌 당신의 마누라요?”하고 따지자 김삿갓 왈, ‘내가 당신 배를 탔으니 당신이 내 마누라 맞지 않소!’하고 대꾸하였다. 이 대답에 뱃사공은 할 말이 없었던지 아무 말도 않고 노를 저어 배를 건너 나루에 대었다. 이윽고 김삿갓이 배에서 내리자 뱃사공은 기다렸다는 듯이 “내 아들아 잘 가거라!”하더란다. 이에 김삿갓이 “내가 왜 당신 아들이오?”하고 물으니 그 여자 뱃사공이 “네가 내 배에서 나왔으니 내 아들 아니고 무엇이더냐!’」라고 하였다는.
언젠가는 나에게도 너무나도 쉬운 삿대질을 하여 또 너무나도 쉬운 문저리 낚시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분명 있을 것이다. 내가 낚은 그 문저리를 안주 삼아 ‘캬아’하고 마실 쐐주의 톡 쏘는 맛에 벌써부터 군침이 돈다.
⁽¹⁾문저리 : 학명 ‘문주리’의 사투리
상앗대 - 배질을 할 때 쓰는 긴 막대. 배를 댈 때나 띄울 때, 또는 물이 얕 은 곳에서 배를 밀어 나갈 때 쓴다.
놋좆(櫓-) - 배 뒷전에 자그맣게 나와 있는 나무못. 노의 허리에 있는 구멍 에 이것을 끼우고 노질을 한다.
놋구멍(櫓--) - 놋좆을 맞추도록 노의 중간에 낸 구멍.
놋줄(櫓-) - 노질하기 쉽도록 배의 노에 걸어 놓은 줄.(=노병아)
오랫동안 어둠에 잠겨있던 쇠머리 창에도
불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어 다행이다.
더욱 많은 사람이 찾는 방이 되도록
응원해 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