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5화 : 흰소리와 신소리
어떤 논객이 2010년 예산국회의 폭력사태를 보고 ‘오늘의 흰소리 한마디’라는 소제목으로
「국회는 국민의 권익을 위하여 싸워야 하는 집단이 맞습니다. 정부의 지나친 낭비도 막아야하고 정부의 적정한 예산집행도 유도해야 하고 더욱 국민의 혈세가 적정하게 운용되도록 해야 합니다. 지금 우리 국회는 머리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무술의원이 필요한 듯합니다. 의원될 분들의 무술 가르치는 예비학교 어디 안 만들어지나요? 그저 흰소리였습니다.」라고 논평했다.
과연 위의 논평은 논객의 말대로 흰소리인가? 아니면 신소리인가?
표준국어대사전에 의하면 ‘흰소리’는「터무니없이 자랑으로 떠벌리거나 거드럭거리며 허풍을 떠는 말.」이며, ‘신소리’는「상대편의 말을 슬쩍 받아 엉뚱한 말로 재치 있게 넘기는 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항간에서는 신소리를 쓸데없는 말, 싱거운 말로 오해하고 있기도 한데 그게 아니라 「재치를 발휘하는 엉뚱한 말」로 이해하는 것이 보다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예를 들어 어떤 대화에 엉뚱한 제삼자가 쓸데없이 참견할 경우에 한 당사자가 “제삼자인 당신은 참견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요!”라고 했다고 하자.
이 말을 들은 그 제삼자가 “가마니 쓰면 가려운데 내가 왜 가마니 써요.”라고 받아치는 말이 곧 신소리인 것이다. 즉, ‘가만히 있어’라고 한 말에 대하여 ‘가마니 써’라는 엉뚱한 말로 되받아치는.
그럼 흰소리의 예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모 여당 국회의원이 “남북한 간에 전면전이 터지면 군대에 가겠다.”고 했다.
이 말에서 ‘전면전’은 무엇인가? 이는 남북 간의 전쟁인 것이다.
남북 간의 전쟁은 일어나야 하는 것인가? 절대 일어나서는 아니 된다.
그 국회의원은 남북 간에 전쟁이 일어나기를 바라고 있는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럼 왜 이런 말을 했을까?
나는 이렇게 유추해 본다.
‘실현되지 아니할(전쟁이 일어나기를 바라지도 않고, 전쟁이 일어나지도 않을 것이 확실하므로) 미래의 사건에 대하여 「~(는)다면」이라는 가정법을사용하여 자기를 내세우기 위해서 한 말이라고.’
바로 이런 말과 같이 있을 수도 없고 할 수도 없는 일을 자기가 하겠다는 이 시대의 대부분의 정치가들이 하는 말을 전부 흰소리라고 보면 틀림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글의 서두에 실은 문장은 흰소리인가, 신소리인가?
나의 생각으론 아무 것에도 해당하지 않은 것 같다.
굳이 장르를 구분하자면 풍자(諷刺 : 남의 결점을 다른 것에 빗대어 비웃으면서 폭로하고 공격함.)라고나 할까!
이렇게 구분이 애매한 것으로 너스레와 넉살이 있다. 또한 연관된 반죽과 비위를 함께 실으니 감상하기 바란다.
흰소리 - 터무니없이 자랑으로 떠벌리거나 거드럭거리며 허풍을 떠는 말.
신소리 - 상대편의 말을 슬쩍 받아 엉뚱한 말로 재치 있게 넘기는 말.
너스레 - 수다스럽게 떠벌려 늘어놓는 말이나 짓.
넉살 - 부끄러운 기색이 없이 비위 좋게 구는 짓이나 성미.
반죽 - ①가루에 물을 부어 이겨 갬. 또는 그렇게 한 것. ②뻔뻔스럽거나 비 위가 좋아 주어진 상황에 잘 적응하는 성미. ③여러 가지가 뒤섞여 있는 것.
반죽(이) 좋다 - 노여움이나 부끄러움을 타지 아니하다.
비위(脾胃) - ①지라와 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 ②어떤 음식물이나 일에 대 하여 먹고 싶거나 하고 싶은 마음. ③음식물을 삭여 내거나 아니꼽고 싫은 것을 견디어 내는 성미.
점점 능력의 한계가 다가옴을 느낀다.
무슨 보약이라도 먹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