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2화 : 가르친사위
어떤 행사가 진행되는 곳이나 특정한 소식을 전하려고 취재를 나간 아나운서는 이따금씩 주위의 관객들과 인터뷰(‘회견’으로 순화했다고 하는데 아직까지는 어색해서 외래어 그대로 씀)를 하여 더욱 생생하고 실감나게 방송을 하는 경우가 있다.
나도 이런 인터뷰에 두 번(광주 무등경기장에서의 야구 관람 시와 무안 낙지축제 때) 응해 본 적이 있고, 또 다른 한 번은 카메라에만 찍힌 적이 있는데,
이전 두 번의 인터뷰는 방송을 못 탔지만 카메라에 찍힌 장면은 방송을 타서 유명세(?)를 치렀다. 그런데 하필이면 방송된 장면이 복날 개고기를 먹는 모습이었으니 자랑할 만한 일도 아니었다. 공무원 신분에 평일 점심시간의 소주병은 쥐약과도 같은데도 눈치 없는 카메라 기사는 연방 맛있게 먹어달라는 주문과 함께 카메라를 들이대니, 이거 원!
그러한 상황인지라 나는 카메라에 눈길도 주지 못하고 먹는 것에만 신경을 쓰는 척했으나 나의 안면은 굳어질 수밖에.
그날 밤에 걸려온 전화가 몇 통이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인터뷰할 때에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는 것 같아요!”가 옳은 표현인가에 대한 소고다.
가령 단풍놀이를 온 여행객에게 아나운서가 “오늘 단풍을 본 기분이 어때요?”라고 물으면 열이면 열 모두가 “모처럼 가족이 전부 야외로 나와 맑은 공기도 마시고 형형색색의 단풍을 보니 정말 기분이 좋은 것 같아요!”라고 답변한다.
언어 구사력이 대단히 뛰어나다고 생각되는 이 답변은 과연 옳은 표현인가? 아니면 잘못된 표현인가?
아무래도 답변의 마지막 문구인 ‘좋은 것 같아요!’를 ‘좋습니다!’라고 하였어야 옳은 표현인 것 같다.
‘같아요’의 원형은 ‘같다’로 그 뜻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위의 경우는 『(‘-ㄴ/는 것’, ‘-ㄹ/을 것’ 뒤에 쓰여) 추측, 불확실한 단정을 나타내는 말.』이다.
그런데 위 인터뷰 내용과 같이 ‘예쁜 단풍을 본 당신의 기분이 어떠한가?’에 대한 답변이 기분이 좋은 지, 좋지 않은 지가 불분명한 ‘좋은 것 같다.’라니.
곧, ‘〜는 것 같다.’라는 말은 단어의 설명대로 자기의 주장이나 의견이 추측이거나 불확실한 단정인 경우에 쓰이는 표현이다.
예를 들어 “특히 그런 표현방식은 특히 젊은 아가씨들이 많이 사용하고 있는 것 같다.”와 같이 자신의 의견을 피력은 하지만 정말 젊은 아가씨들이 많이 사용하는 지에 대해서는 정확한 통계가 없기 때문에 100% 확신을 가지지 못한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나타내는 표현방식인 것이다.
각설하고,
‘가르친사위’라는 단어를 소개한다.
왜?
이 단어가 「창조성이 없이 무엇이든지 남이 가르치는 대로만 하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기 때문이다.
무슨 말인고 하면 서시빈목(西施嚬目)이라는 고사도 있듯이 위 ‘〜는 것 같다.’라는 표현 방식이 단어의 정확한 의미를 모르면서 남이 그렇게 하니까 너도나도 그렇게 하는 요즘 세태의 한 단면이 아닌가 싶어서이다.
서시빈목(西施嚬目) : 눈살을 찌푸리는 것을 흉내 낸다는 뜻으로, 쓸데없이 남의 흉내를 내어 세상의 웃음거리가 됨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 또는 남의 단점을 장점인 줄 알고 본뜸을 비웃는 말.
※중국의 역대 4대미인 중의 한 사람으로 꼽히고 있는 중국 월(越)나라의 미인 서시(西施)가 가슴앓이로 눈살을 찌푸렸던 바, 어떤 추녀가 그 모습을 보고, 눈살을 찌푸리면 아름다운 줄 알고 자기도 눈살 찌푸리기를 일삼아 마을 사람들이 모두 도망쳐버렸다는 고사에서 비롯되었다. 옳고 그름과 착하고 악함을 생각하지 않고 함부로 남의 흉내를 내는 것을 비유하여 '효빈(效嚬)'이라고 말한다. 서시효빈(西施效嚬)·도 같은 말이다.
한 편의 글을 써서 발표(?)한다는 것이 무척이나 조심스럽다.
쓰고자 하는 주제가 꼭 써야만 하는 것인지?
그 주제를 설명하기 위한 소재는 적절한지?
얼개(기승전결)는 잘 짜여졌는지?
또한 맞춤법은 옳게 되었는지?
그래도 꼭 쓰고 싶은 나의 마음은 어떤 마음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