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제46화 : 아람

by 달인 posted Mar 26, 201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수정 삭제

46: 아람

 

 

나의 호적상 또는 주민등록상 본 이름은 金哲鏞(김철용)인데 우리 金海 金氏 족보에는 金哲鎬(김철호)로 등재되어 있다.

왜냐하면 우리가 태어 날 때에는 우리가 수로왕의 74세손으로 이름 끝 자가 자 돌림이 맞았는데 족보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수로왕의 72세손으로 확인되어 자 돌림이 맞다는 것이다. 이리하여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김철호라는 이름을 하나 더 얻게 된 것이다. 울어야 하는지 웃어야 하는지?

참고로 73세손인 나의 아들 大賢이가 永賢이로 올라 있는 것을 보면 73세손은 이름 첫 자인 자가 돌림자가 되는 모양이다.

평생을 자기를 대신하여 나타내고 있는 이름은 이렇게 자기의 의지와는 아무런 상관없이 부모님들의 선택에 지어져서 불리어 지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예전에는 이름의 앞자리 또는 뒷자리를 돌림자로 지었지만 요즘에는 그 돌림자나 한자를 무시하고 뜻도 좋고 듣기 좋은 한글 이름을 자식들에게 붙여 주고 있는 것이 유행인가 보다.

나의 조카들(형의 자식들과 동생의 자식들) 이름도 전부가 한글 이름이다.

그 한글 이름이 어린아이 때에는 참 부르기도 듣기도 좋은데 나중에 그네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가 조금 문제가 되지 않을까 하는 나의 생각은 기우에 불과한 것일까?

 

그 조카들의 이름 중에 아람이가 있다.

아람의 뜻이 밤이나 상수리 따위가 충분히 익어 저절로 떨어질 정도가 된 상태. 또는 그런 열매.’인데 형님과 형수님은 그 뜻을 알고 지었을까?(물론 시인(詩人)이신 형님이 그 단어의 뜻을 모르지는 않겠지만 그렇게 지은 속마음은 아직도 모르겠다)

 

아람이라는 단어를 쓰고 있노라니 문득 율곡 선생의 어린 시절이 생각난다.

율곡 선생이 세 살 되던 해에 선생의 외할머니께서 뜰의 정원에 빨갛게 익어서 벌어져 있는 석류를 가리키며 저것이 무엇이냐? 하고 선생에게 물었더니 부서진 빨간 구슬을 껍질이 싸고 있다고 답했다는.

바로 그런 것이 아람인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다 익지 못한 채로 떨어진 과실도 있는데 이것을 도사리라고 한다.

또한 못자리에 난 어린 잡풀 도사리라고 하는데, 이 도사리는 모를 심을 때 갈아엎어도 다음 해에는 또 어김없이 자라나 죽을 고비를 넘기고 오래 오래 사는 할머니도사리 할매라고 하는 사투리가 생겨난 배경이 되었다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다.

한편, 밤이나 도토리 따위의 껍질을 벗기면 또 다른 속껍질이 있는데 이것을 보늬라고 한다.

 

기왕 이름 이야기로 시작했으니 이름에 관한 이야기를 조금만 더 진행하자.

오늘 신문에서 개명(이름을 바꿈)에 대한 특집기사를 보았다. 각자의 여러 가지 개명 사유 가운데 강우람이라는 한글이름을 가진 청년의 경우가 재미있어서 올린다.

그 친구가 모르는 사람을 처음 만나 인사를 나누면서 강우람입니다.!’하고 자기 이름을 말하면, 상대방 백이면 백 모두가 우람?’하고 이름을 되뇌면서 고개를 갸우뚱한다는 것이다. ?

애석하게도 강우람 씨는 체격이 우람하지 못하고 무척 왜소하다는 것이다.

강우람이라는 이름이 풍기는 이미지와 강우람 씨의 실체가 걸맞지 않은데서 오는 황당함의 표시에 정작 본인은 심한 자괴감을 느껴 개명을 신청했다는 기사를 보며 내 동생의 아들인 우람이를 생각해 본다.

우람하다의 뜻이 기골이 장대하다. 우렁차거나 요란스럽다. 이니 동생은 아마 의 의미로 이름을 지었을 것이다. 다행히 현재 고1인 우람이는 키도 180Cm가 넘고 몸무게도 80Kg이 넘으니 이름값은 하고 있다고 생각되는데도 큰아버지로서의 욕심은 덩치만 우람할 것이 아니라 의식도 우람했으면 하는데……

 

아람 - 밤이나 상수리 따위가 충분히 익어 저절로 떨어질 정도가 된 상태. 또는 그런 열매.

도사리 - 다 익지 못한 채로 떨어진 과실.

도사리 - 못자리에 난 어린 잡풀.

보늬 - 밤이나 도토리 따위의 속껍질.

 

 

TAG •
  • ?
    달인 2012.03.26 06:55

    3월의 마지막 주의 첫날.

    날씨가 쾌청하여 뭔가 좋은 일이 있을 것만 같은 하루의 시작이다.

    다들 아자아자!

?

  1. 제48화 : 잔다리밟다1

    제48화 : 잔다리밟다 요즘 한창 인기가 좋은 강호동씨가 진행하는 ‘스타킹’이라는 TV 프로그램을 보면 이따금씩 끼가 다분한 어린 아이들이 나와서 노래도 하고 춤도 추는데 한결같이 어른들 뺨 칠 정도의 실력들이다. 하기야 그 정도 되니까 TV에도 출연했으...
    Date2012.03.31 By달인 Views3225
    Read More
  2. 제47화 : 의암송1

    제47화 : 의암송 산세가 험하여 오지인 관계로 무진장(무주, 진안, 장수)이라고 불리고 있는 전라북도 군(郡)의 하나인 장수군은 논개와 사과가 유명하다. 이 장수군의 군청 현관 앞에는 정이품송(正二品松)에는 조금 못 미치지만 그에 버금가게 자태가 아주 ...
    Date2012.03.29 By달인 Views2971
    Read More
  3. 제46화 : 아람1

    제46화 : 아람 나의 호적상 또는 주민등록상 본 이름은 金哲鏞(김철용)인데 우리 金海 金氏 족보에는 金哲鎬(김철호)로 등재되어 있다. 왜냐하면 우리가 태어 날 때에는 우리가 수로왕의 74세손으로 이름 끝 자가 鏞자 돌림이 맞았는데 족보를 정리하는 과정에...
    Date2012.03.26 By달인 Views3484
    Read More
  4. 제45화 : 감 잡았나요?2

    제45화 : 감 잡았나요? 지금 스물일곱인 내 딸내미가 이제 사회생활을 배우고자 집에서 멀지 않은 유치원에 다닐 때는 아직 통학차가 많이 없던 시절인지라 엄마가 데려다 주고 데리려 가고 하였는데, 어쩌다가 늦게 데리려 가면 집으로 전화가 온다. “엄마, ...
    Date2012.03.24 By달인 Views3032
    Read More
  5. 제45화 : 고락1

    제44화 : 고락 자연계의 모든 동물은 위험으로부터 자기 몸을 보호하는 본능을 선천적으로 지니고 태어나는가 보다. 물론 식물도 그러하겠지만 그 부문에 문외한인 나로서는 그것들의 보호본능에 관해서는 거의 아는 바가 없으니 동물로 한정하여 내가 아는 몇...
    Date2012.03.22 By무적 Views2871
    Read More
  6. 제43화 : 데면데면하다1

    제43화 : 데면데면하다 데면데면하다 - ①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친밀감이 없이 예사롭다.(그들은 오다가다 만나 합석한 것처럼 데면데면하게 흩어져 앉아 있었다.) ②성질이 꼼꼼하지 않아 행동이 신중하거나 조심스럽지 않다.(그는 데면 데면하여 자주 실수를 ...
    Date2012.03.20 By달인 Views3853
    Read More
  7. 제42화 : 가르친사위4

    제42화 : 가르친사위 어떤 행사가 진행되는 곳이나 특정한 소식을 전하려고 취재를 나간 아나운서는 이따금씩 주위의 관객들과 인터뷰(‘회견’으로 순화했다고 하는데 아직까지는 어색해서 외래어 그대로 씀)를 하여 더욱 생생하고 실감나게 방송을 하는 경우가...
    Date2012.03.18 By달인 Views3457
    Read More
  8. 제41화 : 성냥노리1

    제41화 : 성냥노리 농사가 기계화된 요즘에는 좀처럼 시골에서 대장간을 볼 수 없지만 언젠가 고흥 과역의 5일장에서 대장간을 볼 수가 있었다. 장날에만 문을 연다는 나름대로의 멋있는 빵모자를 쓴 대장장이는 촌부들이 가져온 낫이며, 호미, 괭이 등을 자동...
    Date2012.03.16 By달인 Views3920
    Read More
  9. 제40화 : 자빡1

    제40화 : 자빡 1985년 어느 날. 중학교 시절부터 친하게 지냈으며, 나의 군 입대 송별연에도 참석했으나 그 이후 연락이 되지 않았던 친구가 내가 살고 있던 여수로 나를 찾아왔다. 나도 잘 알고 있는 간호사와 결혼한 사실은 풍문으로 들어 알고 있던 터라 안...
    Date2012.03.14 By달인 Views3249
    Read More
  10. 제39화 : 안갚음1

    제39화 : 안갚음 벌써 20년도 더 지난 1990년 11월 중순 쯤, 삼학도와 유달산으로 유명한 목포에서 근무할 때의 일이다. 월요일에 직원들 세 명(남자1, 여자 2)이 출근을 하지 않았다. 무슨 연유인지 몰라 이리저리 수소문을 하여 어찌어찌 알게 된 것이 지난 ...
    Date2012.03.13 By달인 Views3351
    Read More
  11. 제38화 : 짜장면을 위하여!3

    제38화 : 짜장면을 위하여! 지난 8월 31일에 국립국어원은 국민들이 실생활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으나 그동안 표준어로 인정되지 않았던 ‘짜장면, 먹거리’ 등 39개를 표준어로 인정하고 인터넷으로 제공되는 『표준국어대사전』에 반영하였다는 소식이다. 나는...
    Date2012.03.10 By달인 Views3054
    Read More
  12. 제37화 : 에멜무지로1

    제37화 : 에멜무지로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 세무사자격시험준비가 한창 막바지로 향하고 있는 2008년 말쯤에 평소 우리말에 관심이 많으신 자미원 누이께서 '우리말 겨루기 예심에 두 번이나 나가서 두 번 다 필기는 합격했는데 면접에서 떨어졌다.'고...
    Date2012.03.08 By달인 Views3765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Next
/ 10

브라우저를 닫더라도 로그인이 계속 유지될 수 있습니다. 로그인 유지 기능을 사용할 경우 다음 접속부터는 로그인할 필요가 없습니다. 단, 게임방, 학교 등 공공장소에서 이용 시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으니 꼭 로그아웃을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