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닭이 있습니다.
천하에 불효는 부모님 먼저 세상을 떠나는 자식이다. 그러나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시게 하는 것도 불효 중의 불효다. 우리 조상들은 사위나 며느리를 택할 때 “부모님이 살아계시느냐?”물었다. 부모가 일찍 죽었다는 것은 자식도 일찍 죽을 수 있다는 말이 되기 때문이다. 왜 목사가 무당이 하는 소리를 하는가 하겠지만, 사주나 액운을 얘기 하는 게 아니라 인간은 자기가 만드는 팔자를 살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혈압으로 쓰러지면, 아들도 혈압으로 쓰러질 확률이 높고 아버지가 당뇨에 걸리면 아들도 당뇨병이 걸릴 가능성이 높고, 어머니가 손발이 차면 십중팔구 딸의 손발도 차게 돼 있다. 나병 환자가 나온 집안은 계속 나병 환자가 나오기도 한다. 이러한 대물림은 유전병이라기보다 후천성인 생활풍습과 음식문화 때문일 때가 많다. 장수하는 집안은 조상 대대로 장수할 수 있는 음식을 즐겨 먹는 음식과 생활 철학이 있다. 가령 어떠한 어머니가 편식하지 않고 음식을 골고루 만들어 식구들에게 먹여 건강관리를 잘 한다면, 그 딸도 어머니의 음식 만드는 법을 그대로 배워 시집을 가서도 그 식구들을 건강하게 해 준다. 그러나 가공식품과 고기를 즐겨 차리는 어머니나 편식하는 어머니에게 음식을 배운 딸은 시집에서도 그러한 식단을 차림으로 인하여 그 집안은 건강할 수 없다. 친정 부모가 일찍 죽은 것은 일찍 죽을 수밖에 없는 음식과 생활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옛 조상들은 그런 집안에서 며느리 데려오기를 꺼려했다. 장수 마을은 장수할 수 있는 자연 조건과 음식이 있기 때문에 장수하는 것이다. 내가 자란 시골은 젊은 또래의 사람들이 연이어 죽는 이상한 일이 벌어지곤 했다. 수맥이 짙은 자리에 마을이 위치하면 천하의 산해진미를 먹어도 장수할 수 없다. 장수란 좋은 음식만 먹는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수맥이 많아 습한 곳에 마을이 있으면 전체적으로 건강이 좋지 않고, 특히 기관지나 폐렴, 관절염 환자가 많이 생긴다. 성품도 그렇다. 수양을 잘해서 교양은 갖춰도 몸이 좋지 않으면 화가 잘 나고 의욕이 상실 되어 장수할 수 없다. 흔히 동양에서는 수(壽) 부(富) 강령(康寧) 유호덕(攸好德) 고종명(考終命)이라는 오복을 최고의 복으로 말했고 특히 일생을 건강하게 살다 임종 때 음식을 끊고 자기 피를 다 먹고 죽는 사람을 혈식군자라고 했다. 오늘날 대부분의 병은 너무 많이 먹어서 생긴 병이다. 장수만 대수는 아니다. 건강하게 장수하는 것이 행복이다. 건강하게 장수하기 위해서는 소식을 하는 것이 좋다. 특별히 장소가 중요하다. 세계적으로 장수촌은 있어도 장수 도시는 없다. 사람이 우글대는 도시에는 한군데도 장수촌이 없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적당한 곳에 적당히 모여 살아야지 너무 많이 모여 살면 건강한 삶을 살 수 없다. 오늘날 사람들은 본의 아니게 닭장의 닭처럼 다닥다닥 붙어 사육되고 있는 셈이다. 사과나무 한 두 그루나 돼지, 소, 닭 등도 몇 마리 씩 기를 때는 병이 없었다. 대량 생산을 위해 대형 양계장, 돈사, 우사가 생기면서 자연 면역력이 없어지자 사료에다 성장촉진제, 항생제, 수면제 등과 같은 별의별 약품을 넣어 먹이고 그 약품을 넣은 고기는 인간의 체내에 들어가 독으로 쌓이고 있다. 장수한 마을에 아파트나 셋방살이가 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없다. 장수촌 사람들은 하나같이 소식하며, 붙어살지 않고, 노동을 해서 땀을 흘리며, 자연에서 나오는 음식을 먹고, 재물에 욕심을 내지 않고, 오순도순 재미있게 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렇다. 장수란 타고 나는 것이 아니다. 태어난 이후로 생활 습관과 대대로 이어지는 식문화로 인하여 만들어지는 것이다. 장수하는 집안에서 장수한다는 말은 옳은 말이다. 그러나 그 까닭에 대한 답변은 당신이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