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4화 : 장맞이
내가 근무했던 국세청에서 모든 과세자료를 컴퓨터에 DB화시켜 업무를 처리해온 지가 12년이 지났지만 나는 아직도 디지털보다는 아날로그를 선호하는 50대 중반인지라 요즘 한창 모든 매체들을 동원하여 광고하고 있는 ‘스마트폰(smart phone)’이 정확히 무엇인지 몰라 검색을 해본 내용이 아래와 같다.
「휴대폰과 개인휴대단말기(personal digital assistant; PDA)의 장점을 결합한 것으로, 휴대폰 기능에 일정관리, 팩스 송·수신 및 인터넷 접속 등의 데이터 통신기능을 통합시킨 것이다. 가장 큰 특징은 완제품으로 출시되어 주어진 기능만 사용하던 기존의 휴대폰과는 달리 수백여 종의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을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설치하고 추가 또는 삭제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무선인터넷을 이용하여 인터넷에 직접 접속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여러 가지 브라우징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다양한 방법으로 접속할 수 있는 점, 사용자가 원하는 애플리케이션을 직접 제작할 수도 있는 점,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통하여 자신에게 알맞은 인터페이스를 구현할 수 있는 점 그리고 같은 운영체제(OS)를 가진 스마트폰 간에 애플리케이션을 공유할 수 있는 점 등도 기존 휴대폰이 갖지 못한 장점으로 꼽힌다. 이하 생략」
〈출처 : 네이버 백과사전〉
나는 업무상 날마다 컴퓨터를 켜놓고 근무한다. 내가 컴퓨터로 할 수 있는 것은 고작 워드로 문서를 작성하고, 실시간의 뉴스를 검색하여 보고, 오락 게임(바둑)을 즐기고, 세금 계산 및 신고용 프로그램을 다운받아 사용하는 정도이다. 또한 현재 사용하고 있는 휴대폰은 전화 걸기, 문자 보내기 및 사진 찍기 정도 밖에 그 용도를 모르는 실정이라 아직까지 나에게 ‘스마트폰(smart phone)’은 무용지물인 것 같다.
각설하고,
50대 중반인 우리가 군대에서 제대하고 이제 자기의 짝을 만나 연애하고 결혼던 시절인 1980년 초반만 하여도 우리 고향 금산의 각 마을마다에는 마을회관에만 전화가 있었을 뿐 집에는 거의 전화가 없던 시절이었다. 특히 우리 우두마을의 경우 전화가 있었던 집을 기억하기 어렵다.
나도 1981년부터 첫 근무처가 있는 나주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했지만 전화를 집에 놓고 사용하기는 여수에서 근무한 1983년부터인 걸로 기억한다.
그러면 그 당시 급한 연락은 무엇으로 했을까? 당연히 전보다.
그 보다 더 급한 일이 있을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전화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데………
“에에~, 3반의 아무개 씨, 서울에서 전화 왔습니다. 빨리 회관으로 오셔서 전화를 받기 바랍니다.”
마을의 곳곳에 설치된 확성기에서 이 방송이 나오면 그 아무개는 아무리 급한 일을 하고 있던 중이라도 하던 일을 내팽개치고 회관으로 달려가야 했다.
그러면 전화를 걸어야 하는 경우에는?
시골에서 생활하는 우리가 얼마나 전화를 걸만큼 급한 일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꼭 전화를 걸어야 할 일이 있으면 상대편 마을의 회관으로 전화를 하는데 그 쪽에서 전화를 받지 않는다. 전화교환원이 있는 것도 아니니 어쩔 수 없다.
결국 밤에 그 마을에 전화가 있는 집으로 전화를 해서 바꾸어 달라는 사정이야기를 하여 연락을 취하곤 했지만 그것은 자주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내가 예비처가가 있는 신촌으로 전화를 걸 때는 (이제는 고인이 되신) 이재천 씨에게 폐를 끼쳤는데 호방하게 웃으시며 전화를 바꾸어 주셨던 그 분의 집을 처가에 갈 때마다 들렀던 이유에는 그 때의 그 고마웠던 마음도 한 몫 했으리라.
그러면 사람을 직접 만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여야 하나?
떳떳이 만날 수 있는 관계라면 집으로 찾아가면 되겠지만 아직은 드러내 놓고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 마을의 아는 사람에게 부탁을 하여 전갈을 보내야 한다. 그런데 그마저도 여의치 않다면?
어쩔 수 없이 장맞이를 하여야 할 것이다.
그나마 상대방도 원하는 장맞이라면 몇 시간을 기다린 보람이 있을 것이지만 상대방이 한사코 만나기를 거부한다면 그 기다린 시간하며 심정이 오죽 했을꼬!
한편 이 장맞이는 젊은 연인(?) 사이에만 있었던 것이 아니고 채권채무관계가 얽혀 있는 사람들에게서 자주 있는 일이었으니 그 이유는 각자의 상상에 맡긴다.
나에게도 이 장맞이에 대해서 박장대소할 기가 막힌 추억이 있으나 여기에서는 밝힐 수가 없다는 것이 조금 아쉽다. 내 마누라가 그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되면 나를 참으로 한심한 사람이라며 두고두고 괴롭힐 테니까 말이다.
장맞이 - 길목을 지키고 기다리다가 사람을 만나려는 것.
위에 언급한 박장대소할 나의 장맞이 에피소드를 써? 말어?
에구, 참자!
아직도 창창한 내 남은 인생을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