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9화 : 나의 재테크 실력은?
내가 근무하는 직장은 일정 직급 이상자에 대하여 해마다 재산을 신고하고 있다.
나도 1990년부터인가 신고를 하기 시작하였는데 적은 월급이나마 개미같이 설레설레(적은 돈이나 재물 등을 어렵게 모으는 것을 뜻하는 전라도 사투리) 모아서 한 입에 툭 넣어버리는 꼴을 두어 번 당하고 보니 이제는 재산신고를 할 때마다 짜증이 난다. 요 근래에는 숫제 재산이 증식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줄어들고 있으니 마음이 언짢기는 하지만 그래도 집사람에게 “나 혹시 죽더라도 당신에게 빚 받으러 오는 사람은 없을 터이니 그렇게 알라!”고 말할 수 있다는 게 천만다행이라고 자위할 수밖에.
많지 않은 월급이었지만 받는 데로 집사람이 관리하면서 생활하고 있는 나에게 목돈을 쥘 수 있는 기회가 왔으니 그것은 1985년 여수에서 근무하던 시절. 캐나다로 이민을 가는 어떤 사람의 얽히고설킨 부채 및 세금관계를 해결하고 울며 겨자 먹기로 그 사람의 집을 내 명의로 등기하는 데까지 들어간 비용이 당시 돈으로 400만 원.
그 집의 호가가 800만 원이었으니 어쩌면 나의 노력으로 400만원의 차익을 남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는데 나의 경험부족으로 계약금 및 중도금으로 내가 들인 비용인 400만 원만 받고 등기를 넘겨줘 버렸으니 그게 바로 나의 실패작 1호였다.
결국 나머지 잔금을 받지 못하고 나중 나중에 그 집의 등기를 살펴보니 2,000만 원에 근저당 설정하여 경매에 넘겨 진 것으로 보아 나에게 집을 산 그 사람은 근저당액의 70%인 1,500만 원을 대출받은 것으로 가정하면 1,000만 원 정도의 차익을 얻은 것으로 추측된다.
나의 실패작 2호는 친구의 사기에 걸려 보증을 섰다가 5년 동안 부어온 적금을 해약해야 했던 1987년도 일로 이 글의 40화인 ‘자빡’에서 밝힌바 있다.
이어서 실패작 제3호는 내가 현재까지 살고 있는 나의 재산목록 제1호인 아파트의 취득.
1991년 말, 당시 부가가치세가 면제되는 국민주택규모를 현재의 85㎡에서 58㎡정도로 낮추어야 한다는 언론의 보도에 내년이면 우리가 필요로 한 아파트(85㎡)의 값이 부가가치세로 인하여 10%정도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다는판단으로 부족한 돈은 대출을 받아 부랴부랴 계약을 했는데 1993년 말 입주예정인 그 아파트가 공정률 85%정도에서 시공사가 부도를 낸 것이다.
건물부분은 2008년엔가 등기가 되었지만 토지부분은 아직까지 취득자의 명의로 등기가 되지 못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아파트를 취득한 사람들의 마음고생과 손해를(어떻게 측정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미루어 짐작할 수는 있으리라!
나는 다행히 1989년부터 입주한 임대아파트에서 5년 동안의 거주요건을 충족․취득하여 거주할 수 있는 곳이 있었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길거리에 나 앉을 뻔도 했다가 1995년 8월에 그 아파트를 팔고 입주를 하였는데 추가로 들어간 가욋돈도 상당하였다.
나의 실패작 제4호는 현대증권 사장 이익치의 농간에 놀아난 사건이다.
우리나라의 주식은 10,000포인트까지 오른다며 전국을 돌면서 역설하고 다닌 이익치의 언변에 놀아나 그때까지 모았던 모든 현금을 한남투자증권에 쏟아 부었는데 한남투자증권의 부도로 돌아온 것은 원금의 60%정도. 약 2,000만원을 앉아서 당했다.
그 뒤부터 나는 돈하고는 거리가 멀다는 하나님의 계시를 겸허히 받아드리고 모든 신경을 꺼버리고 내 업무에만 충실하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나의 마누라가 연이어 실패작 5호를 연출하였으니 누가 부창부수 아니랄까 봐!
2001년.
무엇인가를 해보고 싶단다. 무엇을? 뜨개질 방을! 2년도 못하고 2,000만 원 홀라당!
2007년.
제발 이게 마지막이었으면 하는 우리 마누라의 주식투자.
결국 투자한 원금 5,000만 원이 1/3 토막이 났으니 이게 바로 우리의 실패작 제6호인가!
내가 조금 짜증스럽게 주식투자 실패에 대하여 뭐라고 하면 집사람 왈.
“나 지금부터 아프다고 누워 버릴까?”
아이쿠! 제발 아프지만 달아다오.
1/3로 꺾어진 주식 값이 언제 다시 올라서 원금을 보전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빚 받으러 오는 사람 없고 우리 식구 아프지만 않으면 어떻게 살아갈 수 있지 않겠느냐는 우리 마누라에게 이제는 더 투자할 돈도 없다는 사실을 올 연말에 신고할 재산신고서로 알려줘야겠다.
‘앞다리’라는 단어를 보고 지금까지 살고 있는 「실패작 3호」인 나의 아파트가 시초가 되어 시작한 글이 나의 형편없는 재테크 실력(?)을 보여 주는 꼴이 되었다.
그러나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마음이 그렇게 무겁지만은 않으니 그것은 그렇게도 바랐던 세무사시험의 합격이 주는 영향이리라!
앞다리 - ①집을 남에게 내어 주고 새로 옮겨 갈 집. ②여러 사람이 이어서 일할 때 자기의 바로 앞에 있는 사람. (2009년 늦가을에)
다행히 작년 말엔가 토지 등기고 완료되어
이제야 명실상부 나의 소유가 된 이 아파트에서
벌써 17년이나 살았네그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