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5화 : 감 잡았나요?
지금 스물일곱인 내 딸내미가 이제 사회생활을 배우고자 집에서 멀지 않은 유치원에 다닐 때는 아직 통학차가 많이 없던 시절인지라 엄마가 데려다 주고 데리려 가고 하였는데, 어쩌다가 늦게 데리려 가면 집으로 전화가 온다.
“엄마, 왜 안 와?”
“응. 집에 일이 있어 조금 늦었다.”
“그럼 오지 마. 내가 혼자 올게!”
아직까지 ‘오다’와 ‘가다’의 개념이 정리되지 않은 딸내미는 어떤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의 이동을 ‘오다’라는 단어 하나로만 이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직 어린 딸내미는 그렇다 치더라도 국어공부 좀 했다고 자부하고 있는 나는 어휘를 잘 선택해서 쓰고 있을까? 하고 생각해보면 영 자신이 없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어떤 상황을 설명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설명방법이 직접적인 것과 간접적인 것이 있다.
설명은 직접적인 것이 가장 좋지만 직접적으로 설명하기 곤란한 어떤 상황에서는 간접적인 방법을 사용해야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때 그 간접적인 설명이나 혹은 상대방의 몸짓(손짓, 발짓, 눈짓 등 모든 시그널)으로 그 뜻을 이해하여 알 수 있을 때 우리는 보통 ‘감 잡았다!’라고 표현한다.
그러나 ‘감 잡았다!’라는 표현은 인터넷 등 어디를 뒤져 보아도 그 풀이가 없으니 아무래도 우리 고향에서만 쓰였던 사투리인 것 같아 앞으로 이 단어를 계속 사용해야 되는 것인지에 대하여 감을 못 잡겠다. 오히려 그 상대어처럼 보이는 ‘감잡히다’는 나의 상상과는 달리 ‘남과 시비를 다툴 때, 약점을 잡히다.’라고 풀이하고 있는데 말이다.
또한 이런 부류(어감과 실제 뜻이 판이하게 다른)의 단어로 ‘뒤뿔치기’와 ‘뒤통수치다’가 있다.
이 단어들도 어감 상으로는 뒤에서 남을 해찰하는 정도의 뜻으로 생각되는데 실제의 뜻은 ‘남의 밑에서 그 뒤를 거들어 도와 줌.’ 과 ‘바라던 일이 이루어지지 아니하여 매우 낙심하다.’라고 되어 있어 나의 놀라움은 클 수밖에.
또, 우리가 어렸을 때 고향에서 자주 사용했던 ‘보초대가리 없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조금은 싹수가 없는 아랫사람을 비하할 때에 쓰는 표현으로 여기에서의 ‘보초’도 ‘대가리’와 어울려 별로 좋은 의미로는 생각하지 않았다.그런데 ‘보초’는 ‘보추’의 사투리로 유추되며 ‘보추’는 ‘진취성이나 내뛰는 성질’이란다. 결국 ‘보추가 없다’는 것은 진취성이 없다는 뜻이 되어 듣는 이에게는 욕이 된다.
마지막으로 ‘에누리’란 단어의 뜻을 살펴본다.
보통 ‘에누리’ 하면 우리는 ‘물건 값을 깍는 것’으로만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풀이 ①과 같이 ‘물건 값을 더 많이 부르는 일’도 에누리라고 하고, ④와 같이 ‘용서하거나 사정을 보아 주는 일’도 에누리라고 하니 많이 헷갈린다.
어째 감 잡았나요? 세상만사가 다 이렇게 복잡하고 어렵답니다!
감잡히다 - 남과 시비를 다툴 때, 약점을 잡히다.
뒤뿔치기 : 남의 밑에서 그 뒤를 거들어 도와 줌.
뒤통수치다 - 바라던 일이 이루어지지 아니하여 매우 낙심하다.
보추 - (주로 ‘없다’와 함께 쓰여) 진취성이나 내뛰는 성질.
에누리 - ①물건 값을 받을 값보다 더 많이 부르는 일. 또는 그 물건 값. ②값을 깎는 일. ③실제보다 더 보태거나 깎아서 말하는 일. ④용서하거나 사정을 보아주는 일. (2010년 봄에)
오늘
녹동에서 술 한잔 하고 금산에서 일박을 하여야 할 것 같다.
지난 21일에도 다녀왔는데. 실속없이 바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