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제39화 : 안갚음

by 달인 posted Mar 13, 201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수정 삭제

39: 안갚음

 

 

벌써 20년도 더 지난 199011월 중순 쯤,

삼학도와 유달산으로 유명한 목포에서 근무할 때의 일이다.

 

월요일에 직원들 세 명(남자1, 여자 2)이 출근을 하지 않았다.

무슨 연유인지 몰라 이리저리 수소문을 하여 어찌어찌 알게 된 것이 지난 토요일에 전주와 대전 사이에 있는 대둔산으로 등산을 갔다는 것이다.

그런데 왜 연락도 없이 출근을 하지 않지? 조난??????!

결국 우리는 내일 아침에 수색대를 보내자는 결론을 내렸다.

 

다음 날.

수색대의 일원으로 광주에서 이른 새벽에 나의 차로 대둔산으로 향하였는데 어둠이 막 가시고 있는 대둔산 입구의 삭막함이란!

겨울을 재촉하는 비는 추적추적 내리고 있는데 나무의 가지마다에 하나 둘씩 애처롭게 달려있는 낙엽의 잔해는 멋진 향연을 끝낸 무대의 쓸쓸함을 그대로 전하면서 내리는 비에 온 몸을 맡기고 있는데 아까부터 어디선가 까악, 까악하고 들려오는 까마귀들의 울음소리는 그날 아침의 우리의 마음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었다.

서로가 말을 아끼고는 있지만 직감적으로 오늘의 결과를 예감하고 있는 우리 일행들에게 나는 참지 못하고 말해 버리고 말았다.

오늘, 우리는 시체를 찾으러 온 것이다!’라고.

바로 그 놈의 을씨년스러운 날씨 때문에 말이다.

 

결국 도착한 지 한 시간여 만에 텐트 속에서 싸늘히 주검으로 변해 있는 젊은 청춘들의 시체를 발견해야만 했고, 그 다음 날 화장을 하여 자기들이 온 곳으로 다시 고이 보내 주고서야 우리는 집에 올 수 있었던 것이다.

(늦가을의 밤 추위 때문에 텐트 안에다가 가스 불을 피워 놓고 잠을 잤는데 공기구멍을 터놓지 않아 산소 부족으로 인한 질식사로 수사가 종결되었음)

 

을씨년스럽다 - 보기에 날씨나 분위기 따위가 몹시 스산하고 쓸쓸한 데가 있다. 보기에 살림이 매우 가난한 데가 있다.

참고 : 을씨년은 '을사년을시년을씨년'의 변화 과정을 거쳐 이루어진 말이다. 을사(乙巳)년은 일제가 1905년에 이완용 등 을사오적이라 불리는 친일 고관들을 앞세워 강제로 우리나라의 외교권을 빼앗고 통감(統監)정치를 실시한 해이다.

당시의 외무대신 박제순과 일본의 특명 전권공사 하야시 곤스케 사이에 을 사보호조약이 체결되었으며, 이 조약은 우리나라의 외교사무 일체를 일본 외무성이 관리 할 것 등의 다섯 조문으로 되어있다. 형식적으로는 1910년에 경술국치를 당하여 우리나라가 일본에 병합되었지만 실제로는 이미 을사보호조약으로 인하여 우리나라가 일본의 속국으로 된 것이다. 따라서 을사년은 우리나라 민중들에게는 가장 치욕스러운 해다. 이러한 사건으로부터 마음이나 날씨가 어수선하고 흐린 것을 을사년스럽다고 하던 것이 지금의 을씨년스럽다로 된 것이다.

 

이야기를 바꾸어, 위에서 날씨가 을씨년스러운 기분이 드는 이유에 까마귀 울음소리도 한 몫을 했다.

언젠가 보았던 글에 의하면 사실 까마귀는 썩은 고기를 먹음으로써 환경을 정화시키는 등 우리 인간에게 아무런 해를 주지 않은 새라고 하던데 우리네 조상들은 까마귀를 흉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 그 분들의 삶이 녹아 있는 속담에는 까마귀가 등장하는 것을 많이 볼 수 있는데 하나같이 좋지 않은 쪽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예를 들면

까마귀 싸우는 골에, 백로야 가지 마라!’

까마귀가 까치집을 뺏는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

까마귀 열 두 소리 하나도 좋은 것 없다.’ 등등.

 

이렇게 부정적인 모습으로 우리 조상들에게 인식되었던 까마귀도 ()’에 있어서만큼은 우리가 본받아야 할 점이 있다고 가르치고 있으니 그게 바로 반포지효(反哺之孝). , 까마귀는 새끼 때 어미로부터 먹이를 받아먹고 자라지만, 어미가 늙어 기운이 없으면 그 어미에게 먹이를 물어다 준다고 한다.

그런데 이 반포지효(反哺之孝)에 딱 맞는 순우리말이 있으니 그것이 안갚음이다. 안갚음의 뜻도 아래의 풀이와 같이 반포지효와 똑 같다.

안갚음 - 까마귀 새끼가 자라서 늙은 어미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는 일.

자식이 커서 부모를 봉양하는 일.(=反哺之孝)

 

마지막으로 쓰기와 읽는 소리는 비슷하나 뜻은 전혀 반대인 앙갚음을 소개하니 안갚음과 앙갚음을 혼동하지 말고, 또한 안갚음은 하려고 노력하되 앙갚음은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앙갚음 - 남이 저에게 해를 준 대로 저도 그에게 해를 줌.

(2011년 봄에)

  • ?
    달인 2012.03.13 10:17

    토요일에 금산엘 갔다가 어제(월요일) 늦게서야 되돌아와

    오늘 사무실에 출근해서야 컴을 켠다.

    쳇바퀴 도는 듯한 인생사를 언제 탈피할꼬!

?

  1. 제48화 : 잔다리밟다1

    제48화 : 잔다리밟다 요즘 한창 인기가 좋은 강호동씨가 진행하는 ‘스타킹’이라는 TV 프로그램을 보면 이따금씩 끼가 다분한 어린 아이들이 나와서 노래도 하고 춤도 추는데 한결같이 어른들 뺨 칠 정도의 실력들이다. 하기야 그 정도 되니까 TV에도 출연했으...
    Date2012.03.31 By달인 Views3225
    Read More
  2. 제47화 : 의암송1

    제47화 : 의암송 산세가 험하여 오지인 관계로 무진장(무주, 진안, 장수)이라고 불리고 있는 전라북도 군(郡)의 하나인 장수군은 논개와 사과가 유명하다. 이 장수군의 군청 현관 앞에는 정이품송(正二品松)에는 조금 못 미치지만 그에 버금가게 자태가 아주 ...
    Date2012.03.29 By달인 Views2971
    Read More
  3. 제46화 : 아람1

    제46화 : 아람 나의 호적상 또는 주민등록상 본 이름은 金哲鏞(김철용)인데 우리 金海 金氏 족보에는 金哲鎬(김철호)로 등재되어 있다. 왜냐하면 우리가 태어 날 때에는 우리가 수로왕의 74세손으로 이름 끝 자가 鏞자 돌림이 맞았는데 족보를 정리하는 과정에...
    Date2012.03.26 By달인 Views3484
    Read More
  4. 제45화 : 감 잡았나요?2

    제45화 : 감 잡았나요? 지금 스물일곱인 내 딸내미가 이제 사회생활을 배우고자 집에서 멀지 않은 유치원에 다닐 때는 아직 통학차가 많이 없던 시절인지라 엄마가 데려다 주고 데리려 가고 하였는데, 어쩌다가 늦게 데리려 가면 집으로 전화가 온다. “엄마, ...
    Date2012.03.24 By달인 Views3032
    Read More
  5. 제45화 : 고락1

    제44화 : 고락 자연계의 모든 동물은 위험으로부터 자기 몸을 보호하는 본능을 선천적으로 지니고 태어나는가 보다. 물론 식물도 그러하겠지만 그 부문에 문외한인 나로서는 그것들의 보호본능에 관해서는 거의 아는 바가 없으니 동물로 한정하여 내가 아는 몇...
    Date2012.03.22 By무적 Views2871
    Read More
  6. 제43화 : 데면데면하다1

    제43화 : 데면데면하다 데면데면하다 - ①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친밀감이 없이 예사롭다.(그들은 오다가다 만나 합석한 것처럼 데면데면하게 흩어져 앉아 있었다.) ②성질이 꼼꼼하지 않아 행동이 신중하거나 조심스럽지 않다.(그는 데면 데면하여 자주 실수를 ...
    Date2012.03.20 By달인 Views3853
    Read More
  7. 제42화 : 가르친사위4

    제42화 : 가르친사위 어떤 행사가 진행되는 곳이나 특정한 소식을 전하려고 취재를 나간 아나운서는 이따금씩 주위의 관객들과 인터뷰(‘회견’으로 순화했다고 하는데 아직까지는 어색해서 외래어 그대로 씀)를 하여 더욱 생생하고 실감나게 방송을 하는 경우가...
    Date2012.03.18 By달인 Views3457
    Read More
  8. 제41화 : 성냥노리1

    제41화 : 성냥노리 농사가 기계화된 요즘에는 좀처럼 시골에서 대장간을 볼 수 없지만 언젠가 고흥 과역의 5일장에서 대장간을 볼 수가 있었다. 장날에만 문을 연다는 나름대로의 멋있는 빵모자를 쓴 대장장이는 촌부들이 가져온 낫이며, 호미, 괭이 등을 자동...
    Date2012.03.16 By달인 Views3920
    Read More
  9. 제40화 : 자빡1

    제40화 : 자빡 1985년 어느 날. 중학교 시절부터 친하게 지냈으며, 나의 군 입대 송별연에도 참석했으나 그 이후 연락이 되지 않았던 친구가 내가 살고 있던 여수로 나를 찾아왔다. 나도 잘 알고 있는 간호사와 결혼한 사실은 풍문으로 들어 알고 있던 터라 안...
    Date2012.03.14 By달인 Views3249
    Read More
  10. 제39화 : 안갚음1

    제39화 : 안갚음 벌써 20년도 더 지난 1990년 11월 중순 쯤, 삼학도와 유달산으로 유명한 목포에서 근무할 때의 일이다. 월요일에 직원들 세 명(남자1, 여자 2)이 출근을 하지 않았다. 무슨 연유인지 몰라 이리저리 수소문을 하여 어찌어찌 알게 된 것이 지난 ...
    Date2012.03.13 By달인 Views3351
    Read More
  11. 제38화 : 짜장면을 위하여!3

    제38화 : 짜장면을 위하여! 지난 8월 31일에 국립국어원은 국민들이 실생활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으나 그동안 표준어로 인정되지 않았던 ‘짜장면, 먹거리’ 등 39개를 표준어로 인정하고 인터넷으로 제공되는 『표준국어대사전』에 반영하였다는 소식이다. 나는...
    Date2012.03.10 By달인 Views3054
    Read More
  12. 제37화 : 에멜무지로1

    제37화 : 에멜무지로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 세무사자격시험준비가 한창 막바지로 향하고 있는 2008년 말쯤에 평소 우리말에 관심이 많으신 자미원 누이께서 '우리말 겨루기 예심에 두 번이나 나가서 두 번 다 필기는 합격했는데 면접에서 떨어졌다.'고...
    Date2012.03.08 By달인 Views3765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Next
/ 10

브라우저를 닫더라도 로그인이 계속 유지될 수 있습니다. 로그인 유지 기능을 사용할 경우 다음 접속부터는 로그인할 필요가 없습니다. 단, 게임방, 학교 등 공공장소에서 이용 시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으니 꼭 로그아웃을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