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화 : 우리는 나무꾼!
뗏꼬리(지게나 조락 등의 위에 높게 쌓아올린 짐을 고정시키기 위하여 묶는 줄)
위 내용은 내가 쓴 ‘거금도 닷컴’이란 책의 「전라도 사투리」편에서 발췌한 것이다.
‘거금도 닷컴’을 발간할 그때는 뗏꼬리의 표준어인 ‘동바’를 알지 못하여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가 어렸을 적에 시골에서 밥을 짓거나 군불을 지피는 연료는 대부분이 소나무 장작이나 소나무 그루터기 혹은 솔가리 나무가 대부분이었지만 전쟁의 후유증으로 전국토가 황폐화된 시절인지라 정부는 대대적으로 산림녹화사업을 시행하여 산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자기 마음대로 나무를 베어내지 못하고 허가를 받아야만 하였다.
이런 이유로 농한기 때는 땔감용 나무를 하러 마을 인근의 산으로 가는 것이 거의 너나할 것 없는 일과였는데 어른들은 자장개비(주1)나 그루터기 나무를 어린 우리들은 솔가리 나무를 하러 간다.
이렇게 어린 우리들이 솔가리 나무를 하러 갈 때 꼭 있어야 하는 것들이 갈쿠테(갈퀴)와 조락(주2)과 뗏꼬리(동바)이다.(여자들은 조락 대신 매꼬리(주3)를 사용한다)
갈퀴는 솔가리를 긁어모으는 데 쓰이고, 조락은 그 솔가리 나무를 담는데 쓰이며, 뗏고리는 조락 위에 올려 쌓은 솔가리 나무가 쓰러지지 않게 조여 매는 데에 쓰인다.
이렇게 쓰이는 갈퀴와 조락은 녹동 장에서 사오지만 뗏꼬리는 우리가 직접 새끼를 꼬아서 만들었다.
갈퀴는 강철로 만든 쇠갈퀴도 있었지만 우리는 대부분 대나무를 구부려 만든 대나무갈퀴를 사용했었다. 이 대나무갈퀴는 오래 쓰면 끝이 닳아지고 그 굽힘도 펴지는데 그러면 우리는 또 그 굽혀진 곳을 불로 달구어서 적당히 굽히는 방법을 잘 알고 있었다.
또한 녹동 장에서 갓 사온 새 조락은 김을 채취할 때 채취한 김을 담아 운반하는데 쓰이다가 1~2년 지나서 낡아지면 우리 솔가리 나무꾼들의 운반용 장비로 전락하게 된다.
점심을 먹고 출발하여 산에서 한 서너 시간 동안 열심히 솔가리 나무를 긁어모아 조락에다 발로 지근지근 밟아 넣고 조락 위에는 적당히 갈개를 쳐서 차곡차곡 쟁여서 메고 올 때 쓰러지지 않도록 뗏꼬리로 꽉 조여 매는 것이다.
짧은 겨울해가 서산으로 뉘엿뉘엿 떨어질 때쯤 끝나는 나무하기는 이제부터가 문제다. 조락에 수북이 쌓인 나뭇짐을 어깨에 메고 집으로 오는 것이 가장 큰일인 것이다. 미끄러운 고무신을 신고 무거운 조락을 어깨에 메고 그 비탈진 산길을 내려오는 고통(신발은 미끄러워 벗겨질 듯 하고, 무거운 조락의 끈이 닿는 어깨부위가 무척 아프다)도 고통이지만 생눈물이 날 정도로 몰아치는 북풍에 몸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뒤로 밀리는 고통은 더하였다. 그렇지만 그 나뭇짐이 무거우면 무거울수록 우리의 마음은 뿌듯하였으니 그런 게 다 인생연습이었던가 싶다.
연료가 기름과 전기와 가스로 대체된 요즈음엔 이런 나무를 하지 않기 때문에 산마다 솔가리나무가 지천으로 널려있는데, 그것들을 볼 때마다 우리가 나무꾼이었던 그 시절이 생각나서 그 솔가리 나무를 긁어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지만, 다 마음뿐이니 다시는 그런 시절로 되돌아갈 수 없음이라!
그 시절, 우리의 부모님들이 자주 사용하였던 ‘매끼’는 사투리가 아닌 표준말인 것도 이번에야 알았다.
(주1)자장개비 : 삭정이의 사투리
(주2)조락 : 대를 가늘게 쪼개어 만든 운반용 바구니. 줄을 달아 어깨에 메고 다닌 다.
(주3)매꼬리 : 멱서리(짚으로 날을 촘촘히 결어서 만든 그릇의 하나. 주로 곡식을 담는 데 쓰인다)의 사투리
나무하다 - 땔감으로 쓸 나무를 베거나 주워 모으다.
동바 - 지게에 짐을 얹고 눌러 동여매는 데 쓰는 줄.
솔가리 - ①말라서 땅에 떨어져 쌓인 솔잎. ②소나무의 가지를 땔감으로 쓰 려고 묶어 놓은 것.
그루터기 - ①풀이나 나무 따위의 아랫동아리. 또는 그것들을 베고 남은 아 랫동아리. ②물체의 아랫동아리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③밑바탕이 나 기초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뉘엿뉘엿 - ①해가 곧 지려고 산이나 지평선 너머로 조금씩 차츰 넘어가는 모양. ②속이 몹시 메스꺼워 자꾸 토할 듯한 상태.
매끼 - ①곡식 섬이나 단 따위를 묶을 때 쓰는 새끼나 끈. ②(수량을 나타내 는 말 뒤에 쓰여)곡식 섬이나 단 따위를 묶을 때 쓰는 새끼나 끈을 세는 단위.
일이 있어 어제 고향에 가서
쇠머리 형님네 댁의 작은 찜질방에서 하루를 묵었는데
오랜만에 느껴보는 온돌의 따스함이 참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