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뜨니 날이 새기 시작하는 시간.......
이른 새벽녘이건만 맞은편으로 바라다 보이는 비탈진 밭에는 할머니 한분이 밭을 매는듯 쪼그리고 앉아계셨으나 행동이 크지 않아 언듯보면 움직임이 없는듯 한가로이 보였다.
마을은 내귀에 솜을 틀어 막은 듯한 착각을 할 정도로 고요~조용했다.
멀리 바라다 보이는 큰산은 적대봉이란다. 저곳에 들리리라~ 행복한 명상을 하며..
난 아직도 여행의 흥분이 채 가시지 않은 들뜬 기분이어서 일어나자 마자 아이들을 재촉했다.
일어나라~ 일어나라~ 아내는 내게 입만 가지고 서두른다며 뭘 준비하는지 분주하게 움직이며 밉지않게 투덜거린다.
서두르고 서둘러 출발했지만 해는 벌써 중천에 떠 뜨거움을 토해내고 있었다.
마을 어귀의 느티나무에는 마을 어르신들이 그늘을 찾아 한가로이 담소를 즐기고 계셨고 돌아보니 비탈진 밭의 할머니는 아직도 그자리에 계셨다.
잘 정돈된 논과 밭을 지나 마을을 벗어나 깨끗이 포장된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 콧노래를 부르며 피서지로 향했다.
얕은막한 고갯길을 넘으니 농협이 있고 제법 큰 학교도 있었다. 이곳이 가장 번화한 곳이란다.
아내는 문구점을 가리키며 예전의 일을 회상한다.
얼마쯤 갔을까 .. 박치기왕 김일의 마을이 나왔다. 김일선수에 대한 나의 기억은 "가면을 쓰고 반칙을 일 삼는 나쁜 선수를 " " 수없이 반칙을 당하면서도 끝까지 반칙없이" 정정당당하게 이기곤 했던 영웅! 김일이 아니던가....
아 ~그분의 고향이 이곳이었구나....남다른 감회를 느끼며 잠시 그곳에 머물렀다.
날씨가 유난히 후덥지근 하는가 했더니 갑자기 소낙비가 내리붓기 시작했다.
차는 마을을 벗어나 황톳빛 비포장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경사가 심한 도로는 소나기로 황톳물이 흐르는 내가 되고 말았다. 맞은편에서는 굉음을 내며 육중한 돌을 높게 실은 거대한 텀프트럭이 다가오고 있었으며 어제든지 기우뚱 넘어갈것 만 같았다.
도로는 비로 깊이 패였고 여기저리 돌덩이가 굴러다녀 자동차가 헛바퀴를 돌며 왱왱 심한 엔진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도저히 진행할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차를 돌리고 싶은걸 온길이 아까워 참고 있으려니 비가 멈추기 시작했다.
비가 그치자 해는 다시 뜨거움을 토해내기 시작했고 흉물스럽게 훼손된 거대한 돌산이 눈에 들어왔다.
허물어져가는 산을 바라보며 사람의 욕심이 참으로 무섭구나하는 생각과 함께... 눈을 돌리니 발 아래로 펼쳐진
아 ~~~~~~~바다!~~~~~
이끄미~~~~~~~~이끄미~~~
귀로만 듣던 그곳...아! 나 이제 눈으로 봤다..........
7-8년전을 회상하며 '04. 8.5~11까지 다시 이끄미에 간다.
적대봉도 답사하련다...
아내에개 비탈밭에서 김매시던 할머니의 근황을 물으니 돌아가셨단다.
다가가 무슨 말이든 하고 싶었는데. "할머니 힘들지 않으세요~ 좀 쉬어가며 일하세요" 라며....
즐거운 여행 휴가철이 되시길.. 간절히 서원합니다.. 추억도 덤으로 만드시구여.. 건강하세요.*^^*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