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에 풀어준 반달곰은 "야호!" 소리에 경기가 들어 인적이 드문 곳으로 숨어 다니기 바쁘다. 설악산 깊은 산 속에서 명맥을 유지해왔던 산양도 등산객의 고함 소리에 종적을 감춘지 오래다.
서울대 환경대학원 이도원 교수(생태학)는 환경잡지 '이장' 최근호에 고함과 괴성에 시달리는 야생동물들의 피해 실태를 고발하며 '산에서 야호! 하지 말자'고 호소했다.
이 교수는 "평지를 온통 시멘트로 발라 산으로 몰아내더니 이제 산에까지 몰려가 고함을 질러대는 바람에 겁 많은 짐승들이 마음 편하게 살수 없게 만들고 있다"며 "외국의 어느 산을 다녀보아도 한국 사람들처럼 산에서 고함을 질러대는 경우가 없다"고 말했다.
"지난 가을 단풍 관광객이 절정일 무렵에는 계속되는 단체 탐방객의 소음 때문에 곰이 서식지인 전남 구례군에서 20㎞ 떨어진 경남 하동군으로 도망치기도 했다." 지리산 '반달곰의 아빠'로 통하는 국립공원관리공단 한상훈 박사(포유동물학)의 이야기다.
한 박사는 "야생동물들은 부스럭하는 소리에도 깜짝 놀랄 만큼 항상 긴장된 상태로 살고 있다"며 "등산객의 고함과 괴성은 겁 많은 짐승과 새들에게 공포 분위기를 조성해 '야호!' 소리에 놀란 짐승들이 도망치다 산비탈에서 떨어져 죽는 경우도 없지않다"고 말했다.
반달곰 관리팀 하정욱씨는 "방사한 반달곰에 발신기를 붙여 이들의 위치를 추적하면서 등산객의 함성에 곰들이 얼마나 기겁을 하는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하씨는 "처음에는 곰이 왜 갑자기 뜀박질을 하는지 몰랐지만 고함 소리가 날 때마다 곰의 위치가 수시로 변하는 것을 보면서 고함소리의 얼마나 심각한 소음공해인지를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지리산에서는 올해 1월1일 새벽 곰 관리팀에 비상이 걸렸다. 노고단에 몰려든 신년 해맞이 등산객에게 제발 "야호∼!"를 하지 말라고 신신 당부를 해야 했다.
내설악의 대승령 일대는 평상시에는 인기척이 드물어 천연기념물인 산양이 살던 곳이다. 하지만 가을이면 단풍과 일출을 보러 새벽에 대승령에 오른 많은 등산객들 등살에 산양이 자취를 감추었다. 단체로 이곳에 오른 등산객들은 만세삼창도 모자라 10초 동안 함성을 지르기 일쑤다.
새벽에 먹이를 찾는 습성을 가진 산양은 가을철에는 충분히 먹어 살을 찌운 다음 겨울을 나고 암컷은 봄에 새끼를 낳는다. 고함소리가 먹이활동과 안정된 번식까지 방해해 산양의 멸종을 재촉할 수 있다는 게 야생동물 전문가들이 주장이다.
다행히 산악인들 사이에서도 자성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여행등산전문사이트인 은 "구조신호인 '야호!'를 스트레스를 푸는 데 쓰지 말자"며 '야호!' 하지 않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야호'는 독일 알프스 지대에서 쓰던 'johoo'란 의성어가 어원이다. 한국에는 20세기 들어 '야호'란 구호가 수입돼 등산객 사이에 유행하면서 마치 호연지기의 상징처럼 됐다.
신동호 동아사이언스기자 dongho@donga.com
위와 같은 이유도 있지만 '야호'란건 긴급구조신호입니다.
외국에서 긴급구조신호로 통하는 '야호'란 말이 우리나라에서는 변질돼버린 것입니다. 근단적인 예로 외국인이 우리나라 산에서 위기에 처해서 도움을 청한다고한다면 '야호'라고 외칠 겁니다.
그러면 우리는 이러겠죠.. '시끄럽게 왜 자꾸 소리를 질러. ㅡㅡ^'
제발 야호 소리 지르지 맙시다. 정말 필요할때만 사용하도록 합시다. (j4004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