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6화 : 우리말 바루기
몇 해 전에 TV에서 ‘우리 몸 바루기’라는 프로그램을 시청하면서 ‘바루기’라는 단어를 처음 접하고는 ‘저런 단어도 있는가?’라는 의문을 가졌던 기억이 있다.
소위 우리말을 연구, 검토하면서 남 못지않게 우리말을 많이 안다고 자부(?)하고 있는 내가 이 단어를 처음 접했다는 사실이 조금은 부끄럽기도 하였지만 새로운 단어를 접하였다는 기쁨도 그 못지않았다.
그래서 국어사전을 검색해 보았더니 ‘바루기’는 ‘바루다’의 명사형이며 ‘바루다’의 뜻은 「비뚤어지거나 구부러지지 않도록 바르게 하다.」라고 되어 있다. 또한 중앙일보 어문연구소에는 ‘우리말 바루기 팀’이 있어 활발한 연구활동을 하고 있으며, 헷갈리는 낱말의 뜻을 정확하게 이해하도록 정리한 ‘우리말 바루기’라는 책도 발간되었다는 것을 이번에야 처음 알게 되었다.
위의 설명처럼 이렇게 바루기는 우리 몸 바루기나 우리말 바루기로 사용되고 있는데 이러한 우리 몸이나 우리말 바루기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우리 마음 바루기’가 아닐까?
준법정신과 질서의식!
배려하는 마음과 그리고 사랑!
그런데 현실은 어떠한가?
나는 요즘 방송되고 있는 KBS1의 저녁 일일연속극 ‘웃어라 동해야’에서 그 예를 찾아본다.
그 극에서 호텔의 사장 역을 맡은 홍혜숙(정애리 분)과 지배인 역을 맡은 김도진(이장우 분)은 모자관계인데 그들은 자기들에게 은혜를 베풀고 있는 호텔 회장의 마지막 희망이자 부탁(잃어버린 자식을 찾는 일)을 자기들이 호텔을 차지하기 위하여 적당히 거짓말로 얼버무려 찾는 것을 방해하고 있으며, 자기들의 잘못으로 망하게 된 김치공장을 거짓으로 동업하자며 꼬드겨서 기업기밀을 훔쳐내고는 다시 동업을 파기하여 버리며, 특권의식에 젖어서 자기들보다 못한 사람들에게는 ‘감히 너 따위가’, ‘여기가 어디라고’를 연발하면서 자기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들로 묘사된다.
이들의 막장행각에 시청자들은 분노하고 있는데 그보다 더한 김도진의 처인 세와(박정아 분)의 일신영달을 위하여 저지르는 온갖 협잡을 마다하지 않는 사악한 행위에 대해서는 측은함보다는 오히려 연민의 정을 느낀다고나 할까?
나는 여기에서 작가와 연출자 및 출연자들에게 묻고 싶다.
작가에게는 소위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동조할 수 있는 필연적이고 감동적인 이야기로 시청자의 가슴을 훈훈하게 해 주는 글을 써야지 꼭 이렇게 막장 대본을 써야만 하는가?
또한 연출자에게는 아무리 시청률이 당신의 지상목표라고는 하지만 이런 막장극을 꼭 만들어서 시청률을 끌어올려야만 했는가? 하고,
그리고 출연자들에게는 정말 시청자들이 분노하고 저주하는 그런 역을 맡고 싶었는가? 하고.
사실이 아닌 허구이니 눈 감아 달라며 어쩔 수 없다고 변명하지 말라.
시청자들은 당신들의 작품과 연기가 좋아서 시청하는 것이 아니다.
나와 내 가족을 위해서는 남이야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다는 의식이 횡행하고 있는 이 현실이 안타까워 절망하고 분노하면서 그들의 몰락을 보고 싶어 시청하고 있는 것이다.
각설하고 ‘바루다’는 모든 유무형의 사물의 형상을 正과 直으로 이해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정과 직은 곧음을 의미한다.
곧음은 옳으면서 단순하다.
쓸데없는 군더더기가 필요 없는 것이다.
즉, 의사선생님은 환자의 몸을 히포크라테스의 정신으로 바루어야 하고, 법을 집행하는 판․검사들은 정의를 실현해야 하는 책무를 지고 있는 것이다.
내가 이렇게 우리말을 정리하는 것도 우리말을 바르게 사용하자는 취지일진데 이것도 우리말 바루기의 하나이리라! 하고 생각하면서 위의 예로 들었던 ‘웃어라 동해야’도 마지막 반전에서는 ‘저네들이 몰락하는 통쾌한 장면을 시청자들에게 선사하려는 작가의 큰 뜻이 숨어 있을 것이다.’ 라고 자위하면서 우리네 소시민을 대표하고 있는 착한 동해에게 ‘힘내라 동해야!’ 하고 마음 속으로 응원을 보낸다.
바루다 : 비뚤어지거나 구부러지지 않도록 바르게 하다.
얼버무리다 : ①말이나 행동을 불분명하게 대충 하다. ②여러 가지를 대충 뒤섞다. ③음식을 잘 씹지 아니하고 넘기다.
카페가 조금은 조용하다.
뭔가 획기적인 방법이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