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5화 : 반드시와 반듯이
『단골레(혹은 당골레)처럼 새살도 좋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말을 잘 하거나 입담이 좋은 사람을 가리키는 속담이다.
단골레가 「무당(=귀신을 섬겨 길흉을 점치고 굿을 하는 것을 업으로 하는 사람)의 전라도 사투리」이고, 새살이 「다른 사람에게 잔소리를 하거나, 어떤 사정을 길게 늘어놓는 일을 뜻하는 전라도 사투리」이니 위 속담을 표준말로 바꾸면 『무당처럼 말도 (조리 있게) 잘 한다』쯤 될까?
그런데 단골레라는 말은 어디에서 온 말인가?
단골에서 왔단다.
그럼 단골은 무엇인가?
표준국어사전에서는 ‘단골’을 아래와 같이 설명하고 있다.
단골 : ①늘 정해 놓고 거래를 하는 곳. ②단골손님
위와 같은 ‘단골’의 본래 의미는 무당이었다고 한다.
무당을 찾는 사람들은 자기가 신뢰하는 한 무당만을 찾기 때문에 ‘늘 정해 놓고 찾는 무당’이라는 의미가 ‘단골’에 생겨났다.
여기에서 또 파생하여 ‘늘 정해 놓고 찾는 사람’ 또는 ‘늘 정해 놓고 찾는 곳’이라는 뜻으로 확대됐다.
또한 ‘단골 메뉴’에서 보듯 ‘단골’은 ‘늘 정해 놓은 것’이라는 의미도 있다.
나는 오래 전부터 다니고 있는 단골이발소가 있는데 그 이발소의 입장에서는 내가 단골손님인 것이다.
내가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로 이사 온 날이 1995년 8월 31일이니 그 이발소가 내 단골이 된지도 벌써 15년이 넘었다.
나이가 나와 같고 고향이 벌교라는 뚱뚱한 몸매의 이발사는 일반 이발소가 아닌 목욕탕에 달린 이발소를 운영하는데 그 목욕탕이 다른 사람에게 팔려 버리면 계약 기간에 불구하고 다른 목욕탕과 다시 계약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마땅한 장소가 얼른 물색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장소가 나올 때까지는 다른 목욕탕의 이발소에 곁붙어서 영업을 하였으니 우리 같은 단골은 아무리 멀어도 단골 이발사가 임시로 영업하고 있는 곳으로 이발을 하러 다녀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만 했는데 그 횟수가 그리 많지는 않았다.
다행히 최근에는 그 이발사가 우리 집 근처의 목욕탕 이발소로 옮겨와서 나는 목욕과 이발을 가까운 목욕탕에서 할 수 있는 행운(?)을 누리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호사다마라고나 할까? 이런 행운에도 내 마음에 조금 안타까운 것이 있으니 그게 바로 ‘반듯이’란 단어의 잘못쓰임이다.
무슨 말인고 하니, 그 목욕탕 안으로 들어가면
「탕에 들어갈 때는 반듯이 몸을 씻고 들어가십시오.」라는 문구가 쓰여 있는데 그게 어법에 맞지 않아 나의 눈에 거슬린다는 것이다.
하여 목욕탕 주인에게
“이 문장에서는 ‘반듯이’가 아니라 ‘반드시’로 써야 맞습니다.”라고 설명하면서 고칠 것을 당부했지만 아직까지 고쳐지지 않고 있다.
집에서 가깝고 단골 이발사가 있어 다니고 있는 목욕탕을 어법에 맞지 않는 단어가 하나 쓰여 있다는 이유만으로 아니 갈 수도 없어 나로서는 참 고민이다. 그렇다고 갈 때마다 눈에 거슬리는 그 단어를 보고 있을 수도 없기에 다시 한 번 주인에게 고쳐 쓰라고 간곡히 부탁해 봐야겠다.
반드시 - 틀림없이 꼭.
반듯이 - ①작은 물체, 또는 생각이나 행동 따위가 비뚤어지거나 기울거나 굽지 아니하고 바르게. ②생김새가 아담하고 말끔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