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0화 : 어느 팀이 이길지 맞춰봐라?
우리 금산 사람들 중 배구를 좋아하지 않고 배구를 못하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만 나도 어려서부터 배구를 하면서 또 실제로 군에서는 연대의 배구선수로 시합에도 나가 봤다. 그래봐야 우리 쇠머리에서는 2진 선수로도 등록시켜 주지 않았지만.
스포츠 중 유난히 배구를 좋아하는 나는 배구 경기는 빠짐없이 구경하고 있는 편인데 요즘 한창 프로배구 NH농협 2010~2011 V-리그가 진행 중이라 나는 퇴근만 하면 V-리그를 독점 중계하는 KBS N SPORT에 채널을 고정시킨다.
총 5라운드 중 3라운드가 끝난 현재 대한항공이 선두이고 그 뒤를 현대캐피탈, LIG, 우리캐피탈, 삼성화재가 잇고 있는데, 특기할만한 것은 작년의 챔피언인 삼성화재가 꼴찌까지 추락했다가 요즘 다시 살아나고 있는 점이다.
또 하나 특기할만한 것은 상무의 선전이다. 알다시피 상무팀은 병역의무로 군에 입대한 각 팀의 선수들을 모아서 구성한 팀인데 작년에는 전 리그 5라운드동안 3승 밖에 못했는데도 올해는 3라운드가 끝난 현재의 승수가 벌써 6이다. 더욱 재미있는 사실은 상무의 6승 중 2승이 삼성화재에게서 얻었다는 것이다.
요즘 배구경기는 25점 3세트 선승제로 운용되고 있는데 8점과 16점에서 테크니컬 작전시간이 60초 동안 주어진다. 이 시간은 협찬사의 광고시간으로 활용되는데 며칠 전부터 오는 2월 6일에 열린다는 올스타전을 크게 선전하고 있다. 남녀 공히 K스타(국내선수 주축)와 V스타(용병선수 주축)로 구분하여 경기를 하며, 이벤트로 선동열, 양준혁, 홍명보, 우지원 등 타 종목의 대스타들과 배구 올드스타들(김호철 등 주로 배구감독들)의 시합도 준비하고 있다는데 그 선전문구 중에 「어느 팀이 이길지 맞춰봐라!」는 문구가 포함되어 있다.
나는 그 문구를 보고는 한참을 생각에 잠겼다. 맞춰봐라????? 저게 아닌데!
나는 벌떡 일어나 사전을 뒤지고 컴퓨터로 검색을 하는 등 한참동안 부산을 떨고 나서야 이 글을 쓰기로 작정하였다.
물론 ‘맞추다’와 ‘맞히다’를 정확하게 구분해서 사용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라는 것은 모르는 바 아니지만 적어도 전 국민이 보는 방송에서 홍보용 문구를 틀리게 써서 내보낸다는 것을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어서이다.
하여 국어사전 등을 참조해서 정리한 각 단어의 뜻을 살펴본다.
‘맞히다’는 ‘맞다 : 문제에 대한 답이 틀리지 아니하다’의 사동사로 「정답을 맞히다」와 같이 쓰인다. 또한 ‘맞다 : 자연 현상에 따라 내리는 눈, 비 따위의 닿음을 받다’의 사동사로 「화분에 눈을 맞히지 말고 안으로 들여놓아라.」와 같이 쓰이기도 한다.
반면에 ‘맞추다’는 아래와 같이 아주 여러 가지 뜻이 있다.
①서로 떨어져 있는 부분을 제자리에 맞게 대어 붙이다.(깨진 조각을 본체와 맞추어 붙이다)
②둘 이상의 일정한 대상들을 나란히 놓고 비교하여 살피다.(로또 번호를 맞추어 보았다, 시험이 끝난 후에 친구와 답안지를 맞추어 보았다.)
③서로 어긋남이 없이 조화를 이루다.(다른 부서와 보조를 맞추다)
④어떤 기준이나 정도에 어긋나지 아니하게 하다.(원고를 심사기준에 맞추다)
⑤어떤 기준에 틀리거나 어긋남이 없이 조정하다.(시곗바늘을 5시에 맞추다)
⑥일정한 수량이 되게 하다.(화투짝을 맞추다)
⑦열이나 차례 따위에 똑바르게 하다.(줄을 맞추다)
⑧다른 사람의 의도나 의향 따위에 맞게 행동하다.(비위를 맞추다)
⑨약속 시간 따위를 넘기지 아니하다.(사람들과의 약속 시간을 맞추려면 지금 길을 나서야 한다.)
⑩일정한 규격의 물건을 만들도록 미리 주문을 하다.(옷을 맞추다)
⑪다른 어떤 대상에 닿게 하다.(아내에게 입을 맞추다)
이중 이 글을 쓰는 이유와 관련된 것은 위 ②이다.
위에서 보는 바와 같이 문제는 맞히는 것이고 옷은 맞추는 것이다.
그런데 어느 팀이 이길지 맞춰보라니 내가 놀랄 수밖에.
한편, ‘마치다’는 ①어떤 일이나 과정, 절차 따위가 끝나다. 또는 그렇게 하다. ②사람이 생(生)을 더 누리지 못하고 끝내다.의 뜻이다.
결론적으로 위의 ‘맞춰봐라’는 ‘맞혀봐라'가 맞다는 것으로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