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솔아
처음으로 고딩 동창회에 참석했다
멀리 사는 벗이 한양까지 출두하는데 안방에서
치루어진 동창회를 안 간다는 것은 면이서질 않았던 것이다
친구들을 만나 한명 한명 불러보며 웃고
안 나온 친구는 이름 부르면서 안부 묻고
이런 정겨운 풍경들인데
나는 왠지 나 자신에게 부끄러운 아이러니를 느끼고 있었다
내가 개명 한 걸 모른 친구들이 훨씬 많겠지만
개명을 한 부끄러움이 숨어 있어서인지
옛 이름 불러준 친구가 낮설게 느껴지고
새 이름을 불러준 친구가 더 좋았다
내 혼자만의 기준으로 그 벗이
나를 배려해 주고 감싸 주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더 좋았다
그리고
모교가 내년 2014년을 기준으로 폐교가 된다는 슬픈소식도 있고
내년 봄에 학교명을 걸고 할 수 있는 공식적인 동문행사를
학교 운동장에서 할 계획이라는데
내 모교의 마지막 운명의 해구나 싶으니
가슴이 뭉클해지고
교정에
속없이 피어 있을
내년 봄 벚꽃을 보고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빛났던 청춘시절의 추억
꾸밈없이 웃었던 웃음소리
삼년동안 누볐던 발자국소리
장재등에 우뚝선
금산종합고등학교
거금도의 자랑인
내 모교의 운명은 왜 이리도 짧더란 말인가?
전통도
역사도
긍지와 자부심마져 사그라지니
나의 콤플렉스만
차곡 차곡 쌓이는 슬픈 밤이로세
2013. 12. 07. 토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