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2화 : 가즈럽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이 있는데 불가에서는 이같이 한 번 만나는 인연을 히말리아 산맥에서 같이 녹은 눈이 바다에서 다시 만나는 것 같이 어려운 일이라고 설파하고 있다고 한다.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각계각층의 여러 사람을 만나 서로 인연을 맺고 생활하게 되는데 먼저는 자기가 근무하는 직장에서부터 시작하여 학교 동창회, 각급 향우회가 있고 나아가 취미생활(체육이나 오락 등)을 같이하는 각종 동호회가 있다. 이처럼 같은 직장이나 혹은 같은 모임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대단한 인연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들이리라.
그래서 사람들은 그 인연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사이를 더 돈독하게 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 사람들이 전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만은 아니다.
되도록 만나고 싶지 않은, 어쩌다가 어쩔 수 없이 만나더라도 마지못해서 아는 척하면서 인사만 하는 그런 사이도 많다. 왜 그럴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제일 먼저 잘난 척하거나 있는 척하는 경우에 그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 같다.
이렇게 우리 인간에게는 실제보다 더 잘나 보이고 싶어 하는 속성이 있는가 보다. 곧, 가즈러운(가진 것도 없으면서 가진 체하며 뻐기는 티가 있는) 속성이 말이다.
그럼 그 속성은 어떻게 표현되는가?
그것들은 ‘척’과 ‘체’로 나타난다.
예를 들어 「없으면서도 있는 척(체)」, 「잘나지 못했으면서도 잘난 척(체)」, 「잘 모르면서도 잘 아는 척(체)」 등등.
물론 실체를 숨기고 ‘~체(척)하는 행동’은 거짓이 내포되어 있기 때문에 좋은 행동은 아니라고 생각되지만 그렇다고 굳이 나쁘다고만 할 수 있겠는가? 하고 자문해 본다.
그 ‘~체(척)하는 행동’이 도에 지나쳐 남에게 피해를 끼친다면 문제가 달라지므로 별론으로 하고 적을 만난 사자나 수탉이 몸짓을 크게 보이기 위해 갈퀴를 세우고 깃을 세우는 등 인간이 아닌 동물들도 본능적으로 살아남기 위하여 얼마간의 허세를 부리는데 하물며 이 어려운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 우리네 인간들이야 더 말할 나위가 없겠다는 생각이다.
이에 오늘은 조금은 ‘~체(척)’ 해도 웃고 넘어갈 수 있는 ‘알은척(체)하다와 아는 척(체)하다’에 대해서 그 뜻과 띄어쓰기 등을 검토해 본다.
‘알은척(체)하다’는 ①어떤 일에 관심을 가지는 듯한 태도를 보이다. ②사람을 보고 인사하는 표정을 짓다. 라는 뜻을 가진 한 단어이므로 당연히 붙여 써야 한다.
반면 ‘아는 척(체)하다’는 본용언 ‘알다’와 보조동사 ‘척하다(앞말이 뜻하는 행동이나 상태를 거짓으로 그럴듯하게 꾸밈을 나타내는 말)’가 결합된 구로써 ①모르면서 거짓으로 알고 있는 것처럼 꾸미다. ②모르면서 거짓으로 안다고 뽐내다. 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당연히 띄어 써야 맞지만 붙여 쓰는 것도 허용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면 위에 쓰이는 ‘척’과 ‘체’는 어떻게 다른가?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의존명사 '척'과 '체'는 쓰이는 환경이나 뜻이 같은 동의어로 문법적으로 차이가 없이 쓰이고 있다.」고 한다.
한편, ‘사이가 좋지 않아 만나도 모르는 체하며 냉정한 모양.’을 뜻하는 단어인 내광쓰광과 설면하다 및 윤똑똑이를 같이 실으니 그 의미를 감상하기 바란다.
가즈럽다 - 가진 것도 없으면서 가진 체하며 뻐기는 티가 있다.
척 - 그럴듯하게 꾸미는 거짓 태도나 모양.(=체)
내광쓰광 - 사이가 좋지 않아 만나도 모르는 체하며 냉정한 모양.
설면하다 - ①자주 만나지 못하여 낯이 좀 설다. ②사이가 정답지 아니하다.
윤똑똑이 - 자기만 혼자 잘나고 영악한 체하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
이런 류의 글을 계속 찾아 쓰고 올리는 짓이 잘하는 짓인지 혼자만의 객기인지 잘 모르겠다.
아마 내가 윤똑똑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