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8화 : 흔전만전
가진 것도 없고 많이 배우지도 못한 우리 대부분의 서민들은 흥청망청 쓸 돈은 없지만 그래도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예의범절 내지는 공중도덕은 지키며 살아가고 있는 것 같은데……
부와 권력을 손에 쥔 부모를 둔 일부 얼빠진 놈들(절대 그들의 ‘전부’가 아닌 ’일부’에 한정시키며, 나는 그 부류에 속하는 놈들을 ‘개쌔이들’이라고 부른다)의 의식 상태와 생활상이란!
그들과 어울려보지 못한 나인지라 그들의 의식 상태와 생활상을 속속들이 일지는 못하지만 나도 뉴스를 보고, 신문을 보며, 상황을 종합해 보는 판단력이 있는 사람이기에 일부의 행태는 추측이 가능하다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재벌가들을 가만히 살펴보면 창업주의 자식들(‘재벌Ⅱ세’라고 하자)은 조금 덜 하는데 그 창업주의 자식들의 자식들(‘재벌Ⅲ세’라고 하자)이 문제다.
해방 전부터 창업을 한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창업주들은 육이오전쟁이 할퀴고 간 폐허 위에서 창업을 하였기에 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하여 회사를 꾸려나가는 유일한 방법은 피땀 어린 노력과 철저한 절약뿐이었다.
재벌Ⅱ세들은 그런 아버지의 곁에서 아버지가 어떠한 어려움을 겪으면서 회사를 키워왔는지를 보면서 자랐다. 곧, 그들은 인격을 형성해 가는 어린 시절부터 어른이 될 때까지는 그냥 평범한 보통사람으로 세상의 다른 보통사람과 어울리면서 살았고 또 아버지에게서 노력과 절약하며 사는 방법을 보고 배웠기 때문에 그다지 망종은 아니었다.
그런데 이놈의 재벌Ⅲ세는 그렇지가 않다.
그냥 자기의 노력과 근검·절약만을 바탕으로 한, 즉 주먹구구식으로 회사를 운영해 온 창업주에게서 경영수업을 받은 재벌Ⅱ세들은 점점 글로벌화 되어가는 세계시장의 변화에 대처하기 위하여 재벌Ⅲ세들을 외국으로 유학을 보내는 등 경영교육을 시키는데.
어려서부터 재벌Ⅲ세로서 안하무인격의 극진한 대우를 받아온 이 부류들이 공부라고 제대로 할 수 있겠는가? 더더구나 말도 통하지 않은 외국에서 말이다.
그래서 고작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돈을 쓰는 일밖에 없다.
그런데 그들의 돈은 마치 화수분처럼 쓰고 또 써도 마르지 않는다.
그들에게 돈의 의미는 흥청망청 노는데 쓰는 비용에 불과하다. 왜일까?
공부하기 싫어한 놈을 억지로 외국에 보낸 재벌Ⅱ세들은 자식들에게서 바라는 것이 딱 한 가지이다. 어차피 경영권을 이어 받을 사람은 정해진 일이기에 단지 아버지(=자기) 얼굴에 먹칠만 하지 않으면 되는 것이었다. 그 먹칠이란 외국에서 도박을 하고, 마약을 하고 하는 등 말썽을 피워 국내여론을 악화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돈을 흔전만전 쓰는 재벌Ⅱ세들은 자식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돈은 얼마든지 써도 좋으니 제발 말썽만 피우지 말라!”고.
그렇게 교육받고 그렇게 행동해 왔고 그렇게 끼리끼리 어울려 인간 망종의 짓을 해온 재벌Ⅲ세들이 국내로 들어오면 어떠한 일이 벌어질까?
그것은 각자의 상상에 맡긴다.
나는 언젠가 다른 글에서 현대의 계급사회가 예전의 양상으로 구분지어진 사회보다 더욱 질곡이 깊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또한 ‘썩은 홍어 좆이고 똥통에 구더기’라는 속담을 ‘있는 놈들은 우리 같은 서민들을 전부 이렇게 보고 있으니까 다들 영념하시라!’고 풀이한 적이 있다.
이러한 시대상을 반영하듯 근간에 황석영 선생님이 발표한 ‘바리데기’라는 소설을 읽어보면 북한의 일부 권력층 자제들의 의식도 우리의 재벌Ⅲ세들의 의식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러한 개쌔이들은 다시 그네들만의 혼인으로 결속을 다져 보통사람들이 감히 넘볼 수 없는 자기들만의 성을 높이 쌓아 끼리끼리 자자손손 그 성에서 우리 같은 서민을 썩은 홍어 좆으로 혹은 똥통에 구더기 정도로 여기면서 살고 있다.
그래, 그것까지는 그렇다고 치자.
그런데 그네들이 우리 사회의 지도층입네 하고 꼴값을 떠는 것을 보면……
그러나 너무 그렇게 걱정만 하지 말자.
그네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는 건전한 사고방식을 지닌 4천 7백만 명의 우리 국민이 있잖은가!
흔전만전 - ①매우 넉넉하고 흔한 모양. ②돈이나 물건 따위를 조금도 아끼지 아니하고 함부로 쓰는 모양.
흥청망청 - ①흥에 겨워 마음대로 즐기는 모양. ②돈이나 물건 따위를 마구 쓰는 모양.
이번 주말로
올 여름의 휴가도 대충 끝나겠지!
어제까지 비가 오락가락하더니
오늘은 또 불볕더위.
그래서 그런지 거리에 나다니는 사람도 보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