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3화 : 개차반
주위의 아는 사람들에게 「그는 성질이 개차반이어서 모두 가까이 하기를 꺼린다.」라는 문장의 ‘개차반’의 뜻을 물어보면 대부분이 잘 모르면서 막연히 좋지 않는 것 정도로만 알고 있다.
다시 ‘차반’은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이제는 거의가 모른다.
이제 다시 차반의 뜻이 아래와 같다고 설명을 해주고 다시 ‘개차반’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아직도 눈만 멀뚱멀뚱이다.
차반 - ①예물로 가져가거나 들어오는 좋은 음식. ②맛있게 잘 차린 음식.
그러면 개가 좋아하는 것이 뭐냐고 묻는다. 아직도 이해를 못한다.
이제 마지막이다. 똥개가 제일 좋아하는 것은? 똥!
똥개에게 잘 차려진 음식은????? 똥!
그렇다.
‘개차반’은 「개가 먹는 차반인 똥이라는 뜻으로, 언행이 몹시 더러운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인 것이다.
개차반과 관련하여 잊지 못할 이야기가 있어 소개한다.
여수세무서에 근무할 때니까 1984년(?)도의 사건!
직장에서 새마을 청소를 한다고 아침 일찍 나오란다.
우리가 세 들어 사는 집은 한 길에서 꽤나 멀리 들어오고 또한 꽤나 지대가 높은 곳이어서 한 길까지 걸어 나오려면 5분 정도는 걸린다.
이른 아침(아니 새벽)에 간단한 운동복 복장으로 집을 나섰다. 그런데 어제 마셨던 맥주 탓인지 밤에 이불을 안 덮고 잔 탓인지는 모르지만 아랫배가 살살 아파온다. 집과의 거리가 조금 멀어져 이제는 되돌아 갈 수도 없어 아파오는 것을 참고 조금 더 내려오니 이제 본격적으로 뒤가 마렵다.
이젠 참으면서 집으로 되돌아가기에는 너무나 멀리 와 버렸고 이른 아침이라 각 집의 대문은 굳게 잠겨있다. 「진퇴양난」이라더니 이를 두고 한 말인 모양이다.
바짝 힘을 주어 항문을 조이며 해결할 곳을 찾아 두리번거리는 내게 보이는 건물이 있었으니 00신경외과병원!
평소 출근길에 항상 지나치고 그 병원장도 조금은 아는 사람이다.
항문을 잔뜩 조이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그 병원으로 접근해 갔는데 병원 문이 잠겨있다.
이제 나의 몸을 엄폐할 수 있는 것은 주차장에 세워져 있는 병원장의 승용차 한 대가 전부이다.
그래, 저 차 뒤에서 어떻게든 해결하자.
살며시 주위를 살피며 그 차의 뒤로 돌아 갔더니 아! 거기에 병원 건물과 통하는 쪽문이 하나 있는 게 아닌가. 사아알~짝 밀어보니 문이 열린다.
살았다 싶어 들어가 보니 병원의 부엌이다.
아침부터 석유화로 위에서는 무엇인가가 끓고 있었다.
다시 병원으로 통한 문을 열고 들어가니 당직실은 보이는데 화장실은 보이질 않는다. 오메, 급해 죽겠는데.
이제 막 나오려고 한다.
아이구, 못 참겠다!
얼른 다시 부엌으로 되돌아와 어떤 지점을 정 조준하여 바지를 내렸다.
뿌지지이이~~익!
순식간에 상황 종료였다.
바지가 추리닝이어서 망정이지 허리끈을 맨 바지였다면 그냥 옷에다 밖에 할 수없는 긴박한 순간이었다.
뒤도 닦을 시간도 없이(닦을 종이도 없었지만) 바지를 치켜 올리고 도망쳐 나왔다.
그 곳은 바로 들어올 때부터 봐 두었던 부엌의 하수구멍이었던 것이다.
일하는 아주머니가 부엌에 들어와서 제일 먼저 맡은 냄새는 화롯불 위에서 끓고 있는 음식 냄새였을까 아니면?????
다음 해 9월에 광주에 있는 남광주세무서로 발령받고 세무서 부근의 2층집으로 이사를 온 후 처음 맞은 일요일.
부근의 지리라도 익힐 겸 당시 6살 된 아들놈과 아침 일찍 산책을 나갔다.
항상 이 「아침 일찍」이 문제다.
잘 모르는 동네를 이리저리 한 바퀴 삥 둘러보고 이제 집으로 되돌아가는데 아들놈이 응가가 마렵단다. 녀석이 그러니까 나도 덩달아 응가가 마렵다.
마땅히 해결할 곳이 없어 조금 참으면서 이리저리 찾아보니 어떤 집의 대문이 열려 있다. 살짝 들여다보니 조금은 가난한 여러 세대가 세 들어 사는 집 같아 보인다. 이른 아침인지라 지나다니는 사람은 없기에 아들놈 보고는 길의 담벼락 부근에서 볼일을 보게 하고 나는 그 집의 화장실로 들어갔다.
그래도 명색이 수세식 변기인지라 마음 놓고 볼일을 보고 일어나서 뒤처리를 하려는데 변기의 물이 나오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수돗가의 물통에 담겨있는 물을 떠다 부어야겠는데 이제는 떠다가 부을 바가지가 안 보인다.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다가 내가 찾아든 것은 장독대에 놓여 있는 어떤 항아리의 뚜껑인데 이놈의 뚜껑이 보기에는 큰 것 같은데 들어가는 물의 양은 조금이다. 몇 번인가를 떠다가 붓고 떠다가 붓고 하고 있는데 뒤에서
“당신, 거기서 뭐하고 있는 게요?” 하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깜짝 놀라 뒤 돌아선 내가 멋쩍게 웃으면서
“하도 급해서 여기 화장실에서 볼일을 봤는데 물이 안 나와서………” 하고 뒷말을 못이었는데 그 남자가 던지는 직격탄 한 마디.
“에이. 아무리 그렇더라도 된장독 뚜껑으로!”
아아! 그것은 바로 하필이면 된장독의 뚜껑이었던 것이다.
냄새가 조금 나더라도 참을지어다.
어렸을 적,
예쁜 여학생들은 이슬만 먹고 사는 줄 알았던 소년이
이제는
모든 사람의 뱃속에는 개차반이 들어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