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7화 : 가즈럽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이 있는데 우리가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각계각
층의 여러 사람을 만나게 된다.
먼저 자기가 근무하는 직장이나 동창회, 향우회 등 각종 모임이나 친목단체
에서도 많은 사람과 교류하게 된다.
곧, 이처럼 같은 직장에서 혹은 같은 모임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대단한 인연
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들이리라.
그래서 사람들은 그 인연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사이를 더 돈독하게 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 사람들이 전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만은 아니다.
되도록 만나고 싶지 않은, 어쩌다가 어쩔 수 없이 만나더라도 마지못해서 아
는 척하면서 인사만 하는 그런 사이도 많다. 왜 그럴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제일 먼저 잘난 척하거나 있는 척하는 경우에
그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 같다.
이렇게 우리 인간에게는 실제보다 더 잘나 보이고 싶어 하는 속성이 있는가
보다. 곧, 가즈러운(가진 것도 없으면서 가진 체하며 뻐기는 티가 있는)속
성이 말이다.
그럼 그 속성은 어떻게 표현되는가?
그것들은 ‘척’과 ‘체’로 나타난다.
예를 들어 「없으면서도 있는 척(체)」, 「잘나지 못했으면서도 잘난 척(체)」, 「잘 모르면서도 잘 아는 척(체)」 등등.
물론 실체를 숨기고 ‘~체(척)하는 행동’은 거짓이 내포되어 있기 때문에 좋게 생각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굳이 나쁘다고만 할 수 있겠는가? 하고 자문해 본다.
왜냐하면 적을 만난 사자나 수탉이 몸짓을 크게 보이기 위해 갈퀴를 세우 고 깃을 세우는 등 인간이 아닌 동물들도 본능적으로 살아남기 위하여 얼마간의 허세를 부리는 것을 볼 수 있는데 하물며 이 어려운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 우리네 인간들이야 더 말할 나위 없겠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그 ‘~체(척)하는 행동’이 도에 지나쳐 남에게 피해를 끼친다면 문제
가 달라진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으니 별론으로 하자.
이에 오늘은 조금은 ‘~체(척)’ 해도 웃고 넘어갈 수 있는 ‘알은척(체)하다
와 아는 척(체)하다’에 대해서 그 뜻과 띄어쓰기 등을 검토해 본다.
‘알은척(체)하다’는 ①어떤 일에 관심을 가지는 듯한 태도를 보이다. ②사람
을 보고 인사하는 표정을 짓다. 라는 뜻을 가진 한 단어이므로 당연히 붙여
써야 한다.
반면 ‘아는 척(체)하다’는 본용언 ‘알다’와 보조동사 ‘척하다(앞말이 뜻하는
행동이나 상태를 거짓으로 그럴듯하게 꾸밈을 나타내는 말)’가 결합된 구로
써 ①모르면서 거짓으로 알고 있는 것처럼 꾸미다. ②모르면서 거짓으로 안
다고 뽐내다. 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당연히 띄어 써야 맞지만 붙
여 쓰는 것도 허용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면 위에 쓰이는 ‘척’과 ‘체’는 어떻게 다른가?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의존명사 '척'과 '체'는 쓰이는 환경이나 뜻이 같
은 동의어로 문법적으로 차이가 없이 쓰이고 있다.」고 한다.
한편, ‘사이가 좋지 않아 만나도 모르는 체하며 냉정한 모양.’을 뜻하는 단어인 내광쓰광과 설면하다 및 윤똑똑이를 같이 실으니 그 의미를 감상하기 바란다.
가즈럽다 - 가진 것도 없으면서 가진 체하며 뻐기는 티가 있다.
척 - 그럴듯하게 꾸미는 거짓 태도나 모양.(=체)
내광쓰광 - 사이가 좋지 않아 만나도 모르는 체하며 냉정한 모양.
설면하다 - ①자주 만나지 못하여 낯이 좀 설다. ②사이가 정답지 아니하다.
윤똑똑이 - 자기만 혼자 잘나고 영악한 체하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