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배를 타려고 항구에 쭉 늘어져 있던
愛馬(애마)들의 行列(행렬)은 사라진지 오래지만
녹동을 거쳐 탯밭 거금도에 이르는 길은 멀었다
아직 미역이나 양파 수확이 한창이었고
봄을 맞은 섬사람들은 한해의 식량을 위해 씨뿌리고
고구마순 고추모종을 심느라 분주하고 생기가 들었다
섬은 온통 꽃향기가 흩어지고
봄바람에 흙냄새가 진동했으며
겨우내 숨었던 바다는 봄이 되니 잘 익혀온 먹거리를 통째로 내보였다
송아지가 뛰놀던 구릉지나 비탈길은
노루 고라니들의 놀이터가 되었고
가끔씩 꿩이나 멧돼지가 그 영역을 차지하고 있었다
흐린 날씨탓에 적대봉 가는 등산객들이 띄엄띄엄 보였고
우리는 파성에서 송광암으로 발길을 돌렸지만
갑자기 내린 봄비로 흠뻑 젖은 생쥐꼴이 되어 내려왔다
다음날 거금도 일주로를 돌다
앞내(명천)에 거주하는 친구와 한적한 찻집에 들렸다
工房(공방)이었는데 요즘 유행하는 커피도 마시고
도란도란 얘기꽃에 파도까지 어울려주니 더욱 좋았다
육지의 이 중년 부부도 섬의 후한 인심에 뿌리를 내리지 않았을까(?)
해질무렵 落照(낙조)가 떠있는 녹동 선창가
어느 후미진 선술집에서
친구들과 어린시절 추억 얘기들로 권커니 잣거니
녹슨 우정을 안주삼아 술잔은 강물처럼 넘쳐흘렀다
이렇게 육춘기의 즐거움은 아직 포기할 수 없는 이유인가 보다
먼동이 트고 昧旦(매단)이 들어 뒷산에 계신 부모님께 절하고
멀어지는 섬을 뒤로한 채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거금도는 영원한 nostalgia(노스텔지어)~
고향은 며칠 이상기온이었다
몇 십년만의 한랭전선으로 심어둔 새싹들이
냉해를 입지않을까 걱정이 많았다
농번기도 예전과 사뭇 다른 풍광이었지만
양파를 실어나르는 화물차들이 밭 가운데 떡 버티고 있었다
외국 노동자들도 보였고
농촌이 고령화 되면서 옛날 경작했던 산중 밭과 다랑이 논은
묵힌지 오래돼 잡초가 무성하고
고사리를 채취하려는 육지 사람들도 드문드문 볼 수 있었다
이제는 노동력의 감소로 토지생산성 위주의 농업에서
자본·농기계를 동력원으로 하는 노동생산성 농업으로
전환되어가는 새로운 느낌이 들었다
변화돼가는 신 농촌의 현실이다
과연 농업의 발전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