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도 가끔 꿈에서 고향마을 동정을 본다.
여름 방학 때면 고향에 내려와 소를 미역 감기고 목욕을 즐겼던 앞 바다와, 고기가 먹고 싶을 때면 하시라도 고기잡이를 하였던 그때 그 시절을 잊을 수 없다.
이렇게 아름답고 포근하기만 하였던 청청 지역인 우리 고향에 난데없이 조선소가 들어선다니 도대체 누구를 위한 조선소 건립인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내 나이 육십 중반에 들어서 있고 고향을 떠나 객지 생활을 한지도 어언 사십년이 지났지만 항상 고향을 잊지 못하고 애틋한 마음을 품어오다 고향 마을을 위한 조그마한 보탬이라도 하고 싶어 우리 동정 향우회를 활성화 시켜 후배들이나마 아름답고 순박하기 만한 고향마을을 보존시키길 바랐던 것인데 아름다운 자연 환경을 파괴하고 모두의 삶에 터전을 짓밟고 저해하는 무리한 착상의 발로는 당연히 지양 되어야 할 줄로 생각된다.
일부 산업화를 요구한 몇몇 사람들의 감언이설에 속아 천해 자연과 논과 밭 산은 물론 바다까지 수용하여 조선소를 건립한다 하니 이는 경천동지할 일이 아닐 수 없다.
동정마을이 생기고부터 지금까지 자손 대대로 물려 받아왔던 소중한 유산이 알지도 못하는 타인으로 하여금 피폐된다고 생각하니 서글픔이 앞선다.
발주자측이 조선소 건립을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많은 리베이트를 주기로 하고 회유와 충동질을 시켰는지 알 수 없으나 아무런 보상도 없이 발 벗고 나서 고향을 초토화 시킬려고는 하지 않으리라 생각되어진다.
무릇 부락의 모든 대소사는 부락민 전체의 동의하에 공청회를 개최하고 득과 실을 간파한 후 증지를 모아 결정 하여야 마땅함에도 처음부터 몇몇 잘못된 생각을 가진자들의 말에 현혹되어 판단을 잘못하였던 것이 아닌가도 사료된다. 또한 여기에 모종의 행동이 있었다면 이것은 반드시 바로잡아야할것이다.
이제라도 마을 주민 전체의 증지를 모아 평화롭고 아름다운 우리 동내 동정을 지키다 보면 연육교 완공 후에는 또 다른 풍요로운 삶을 구상할 수 있으리라 믿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