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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년간 동면해 온 김연수의 판소리 다섯바탕

  글/노재명(명인기획 대표)



1994년 4월, 지구레코드에서 박록주의 홍보가 음반이 27년만에 재발매되자 국악계에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고 귀명창들에게는 큰 기쁨을 안겨주었다. 그 동안 지구레코드의 희귀 명반들에 대한 애호가들의 갈증이 어떠했는가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그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지금, 이번에는 김연수 판소리 다섯 바탕 눈대목 음반이 28년만에 재발매 된다.

연수 판소리 다섯 바탕 눈대목 음반은 김연수의 음반 가운데 가장 명반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 음반은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해서 28년 동안 동면해 왔고, 그 결과 이 음반의 초판은 국악 음반 가운데 가장 희귀한 명반 중에 하나로 꼽히면서 중고 음반시장에서 고가에 암거래 되어 왔다. 그러다가 국악의 해를 맞아 지구레코드가 옛 녹음들을 재발매 하는 작업을 하는 중에 김연수 판소리 다서 바탕 눈대목 음반을 초판 발매 후 28년만에 이렇게 콤팩트 디스크로 재발매 하였다. 좋은 감상 자료인 동시에 좋은 학습 교재가 될 것이다.

악 음반에 있어서 양은 적지만 질적으로 지구레코드는 막강한 음반회사다. 지구레코드는 국악 음반의 마스터테잎은 별로 많지 않지만 '박록주 홍보가' , '김연수 판소리 다서  바탕 눈대목' , '서도소리 대전집' , '창극 대춘향전' , '박록주 김여란 김연수 김소희 등의 단가집' 과 같은 귀중한 마스터테입을 여러가지 소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귀중한 녹음들이 남아있게 된 것은 지구레코드의 임정수 회장이 1960~1970년대에 국악에 애착을 가지고 명인. 명창들을 불러 모아 녹음해 놓았기 때문이다.

연수 판소리 다섯 바탕 눈대목 음반은 1966년에 녹음되었다. 초판은 1966년에 ' 김연수걸작집 김연수 애창집 판소리 오대가전' (지구레코드공사 LM-120082~120086, 고수 이정업, 12인치 5LP)이라는 이름으로 발매되었다.

연수가 판소리 다섯 바탕 중 장기로 하는 대목을 각각 녹음했다. 춘향가 중에서 <천자뒤풀이>~<이도령이 증서 써주는데>, 심청가 중에서 <심봉사 망사대를 찾아가는데>~<뺑파  도망가는데>, 적벽가 중에서 <적벽대전>~<조조가 오한진 장수를 헐뜯는데>, 수궁가 중에서 <토끼 배 가르는데>~<토끼 욕하는데>, 흥보가 중에서 < 제비노정기>~<돈타령>을 녹음했다.

연수가 판소리 다섯 바탕 눈대목 음반에는 김연수의 장기가 상당수 들어있다. 그 가운데에서도 춘향가중에 <천자뒤풀이>, <춘향 방안 치레>, <이도령과 춘향이 백년언약 하는 데>, <춘향모가 음식을 차리는데>, 심청가 중에 <짝타령>, <뺑파의 그른 행실 나오는데>, <황성 가는 봉사들이 서로 통성명 하는데>, 적벽가중에 <적벽대전>, <조조가 조자룡에게 쫓겨 도망가는데>, <토끼가 수궁을 빠져나오는 데> , <토끼가 별주부에게 욕을 하는데>, 흥보가 중에 <제베노정기>, <가난타령>, <박타령>, <흥보가 밥을 먹는데>, <돈타령>이 특히 좋다.

음반이 명반으로 인정받고 있는 까닭은 김연수가 장기로 하는 대목들이 상당수 담겨있다는 점외에도 김연수가 전성기에 녹음했다는 점과 김연수의 성음이 선명하게 담겨있다는 점 때문이다. 병으로 쇠햑해진 상태에서 녹음된 김연수의 성음에 익숙한 이들에게 이 음반은 신선함을 안겨줄 것이다. 다만 이정업의 북반주 소리가 작게  녹음된 것은 아쉽다.

명창들은 대부분 한문에 약해서 사설의 뜻을 모르고 부르는 경우가 많아 사설이 와전되어 전승되기도 했다. 어려서 한문을 공부했던 김연수는 그런 점을 문제점으로 생각하고 명창으로서는 드물게 창본을 직접 정리하여 남겼다. 김연수는 옛 명창들의 소리제를 손질해서 자신의 개성에 걸맞는 동초제를 완성해냈다. 김연수는 자유분방했던 옛 판소리를 근대 청중의 취향에 맞게 정형화 시켜놓았다.

연수가 창본을 정리한 것은 큰 업적이며, 김연수의 창본은 이선유의 창본과 함께 귀중한 창본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러한 큰 업적은 김연수가 철두철미한 성품을 지녔기 때문에 이루어질 수 있었다. 즉, 김연수는 확실한 것을 추구했다. 그리하여 자신이 생각했던 확실한 창본을 정리했다. 발음을 확실하게 하기 때문에 가사 전달이 빠르며, 정형화된 소리제를 갈고 닦아 거의 실수없이 확실하게 대중에게 감동도 전달한다.이런 동초제의 특성은 오늘날 다른 소리제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신재효가 정리한 판소리 사설 중에서 잘 불리워지지 않던 대목들을 김연수가 자신의 소리제에 살려놓은 것도 높이 평가된다.

연수는 임방울과 늘 비교의 대상이었다. 임방울이 감성파 명창이라면 김연수는 두뇌파 명창이다. 그래서 두 명창을 두고 늘 논란이 되곤 했다.

방울의 소리는 민중의 지지를 받았던 반면에 김연수는 식자층의 지지를 받았다. 대다수 민중에게 한문투의 사설은 중요한 관심거리가 아니었고, 임방울이 즉흥적으로 퍼부어대는 현란한 목청에 넋을 잃었다. 식자층은 한문에 자신이 없는 임방울이 사설을 간혹 얼버무리는 것이 답답하고 못마땅했다. 반면에 두노파 명창 김연수는 감성보다는 지성을 앞세워 소리의 생명력을 잃게 만들었다고 비판받기도 했다. 즉흥성과 감성을 앞세운 임방울의 소리제는 정형화 시키지 못한 탓에 전승이 끊기고 말았고, 치밀한 계산과 지성을 앞세운 김연수의 소리제는 정형화에 성공하여 오늘날까지 전승되었고 청중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틈없이 틀에 꼭 짜여진 소리제, 탁월한 발림과 아니리로 청중의 추임새를 이끌어내는 오정숙을 보면 김연수의 생전 모습이 그려진다. 그리고 청중의 열렬한 추임새가 나오면 오늘날 김연수의 소리제는 정말 절정이구나 하는 것을 또 한번 실감한다.


동초 김연수
동초 김연수
동초 김연수
동초 김연수

동초 김연수 고수 이정업


북[고수] : 이정업
본명: 이산준[李山峻]
예명: 이정업[李正業]


1908년. 경기도 시흥군 수암면 와리, 국악인 집안에서 태어났다.

1910~1930년. 이정업은 피리, 해금, 호적, 북의 명인인 조부 이승룡과 이태평(이태산)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국악을 익혔다. 임흥문에게 해금을 배웠고 김관보, 이봉운에게 4~5년 동안 줄타기를 익혔다.

1930~1960년, 중앙방송국 전속 국악합주단원으로 활동하였고 한국, 일본, 만주에 줄타기 공연을 하러 다녔다.

1961년 4월, 강원도 원주 공연에서 줄타기를 하던 중 줄을 맨 말뚝이 부러져 다리를 다쳐 줄타기를 그만두고 고수로 활동하였다.

1960년대 초반 ~ 1970년대 초반, 신세기레코드사와 지구레코드상 등에서 판소리, 민요 음반에 고수로 참가하여 취입하였고 김연수의 수행고수로 활동하였다.

1970년, 판소리 고법으로 서울신문 문화대상 기악 부문상을 수상하였다.

1960년대 후반 ~ 1974년. 김연수, 오정숙 판소리 발표회에서 북반주를 하였다.

1975년 3월말, 타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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