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7화 : 그 시절, 그 놀이
겨울이면 양지바른 곳에 옹기옹기 또는 옹기종기 모여서 딱지치기, 구슬치기, 못 치기 하던 그 어린 시절.
먹을 것도 귀한 시절인지라 ‘따니’라는 돈치기는 엄두도 못 냈지만 우리는 못치기를 그런 식으로 하였던 기억이 있다.
못이라야 어떤 시설물을 헐었을 때 판자에 박혀있었던 녹슨 못이 대부분이 지만, 그 못의 값어치보다는 같이 어울린다는 것과 시합을 해서 이겼을 때 맛보는 쾌감 때문에 우리는 그 녹슨 못 하나하나를 마치 동전처럼 소중히 여겼던 것이리라.
또한 우리는 당시로는 넓디넓은 쇠머리의 광장(쇠머리 사람들은 그 곳을 ‘유촌’이라고 불렀다. 아마 어린이들을 교육시키는 ‘유치원’의 준말인 듯하다)에서 소위 ‘비행기휘꼬끼 놀이’와 ‘삼팔선 놀이’, 비사치기(우리말을 찾아서 제24화 참조) 및 ‘익깡볼 놀이’도 즐겼다.
‘비행기휘꼬끼 놀이’는 놀이의 이름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일본 군국주의의 잔재이며, 삼팔선 놀이는 육이오 전쟁의 소산인 듯하다.
그러면 오늘날의 야구와 비슷한 ‘익깡볼 놀이’는 누가 가르쳐 준 놀이일까?
자료를 조사하여 보지 않아서 확실히는 모르지만 이미 그 때부터 ‘야구’라는 스포츠도 서서히 우리나라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지 않았나 싶다.
익깡볼 놀이가 야구와 다른 점은 포수가 없다는 것과 투수가 공격자편이라는 것이지만(공격자인 자기편이 잘 칠 수 있도록 공을 좋게 던져주는 것이 좋은 투수의 요건이었다) 특히 재미있게 다른 점은 공격자가 친 공이 플라이로 잡힐 것 같으면 그 공격자가 ‘익깡’하고 외치면 그 플레이가 무효가 되고 다시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의 ‘파울 볼’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오늘 돈치기의 일종인 ‘따니’와 야구와 비슷하다고 설명되어 있는 ‘찜뿌’라는 우리말을 발견하고는 흥에 겨워 옛 추억을 더듬으며 이 글을 쓰고 있다.
한편 ‘옹기옹기’와 ‘옹기종기’가 어떻게 다르다는 것도 감상하기 바란다.
옹기옹기 - 비슷한 크기의 작은 것들이 많이 모여 있는 모양.
옹기종기 - 크기가 다른 작은 것들이 고르지 아니하게 많이 모여 있는 모양.
따니 - 돈치기의 하나. 동전을 벽에 힘껏 부딪쳐 벽에서 가장 멀리 나간 사람이 자기 동전이 떨어진 자리에 서서 그 동전으로 다른 사람의 동전을 맞혀서 따 먹는다.(=딴지치기)
찜뿌 - 고무공을 가지고 야구 형식으로 하는 아이들의 놀이. 투수와 포수가 없이 한 손으로 공을 공중에 띄워 다른 손으로 그것을 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