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5 화 : 모숨
우리 금산과 같이 농․어업을 생업을 삼았던 곳의 일 년 중 가장 한가한 계절은 어느 계절일까?
다른 마을은 몰라도 겨울에 김을 하는 우리 쇠머리마을은 아무래도 여름철이 아닌가 한다.
그렇다고 하여 여름철이 일 년 중 가장 한가한 계절이라는 것이지 바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여름에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김발과 발장을 엮는 일인데 김발은 남자들이 엮지만
발장은 주로 여자들이 엮는다. 발장을 엮는 것을 ‘발장 친다.’ 라고 했는데
초등학생만 되면 너나 할 것 없이 발장을 쳐야 했다.

보통 한 집 당 일 년에 필요한 발장의 수량이 2,000 내지 3,000장 정도인데
2,500여 장 정도가 필요한 우리 집에서도 누나들과 우리 형제들이 발장을 쳐야 했다.
그 중 남자로는 내가 가장 많이 쳤던 것 같다.
엄마와 함께 발장을 칠 때는 내가 띠를 한 모숨씩 떼어 주기도 하고,
때론 반대로 엄마가 띠를 한 모숨씩 떼어주기도 하면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지금도 그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르곤 한다.
나중에는 발장을 치는 기계가 보급되어 손으로 발장을 치는 속도보다 2~3배가 빨라져서
띠를 한 모숨씩 떼어 주는 풍경은 볼 수가 없어졌지만,
이러한 행위들이 어린 자식들에게 공동체로 살아가면서 협업이 무엇이라는 것을 가르쳐 주는
조그마한 교훈이 되었다는 것을 알기에는 한 참의 세월이 흐른 뒤였을 게다.
모숨 : ①한 줌안에 들어 올만 한 길고 가느다란 물건.
②길고 가느다란 물건이 한 줌안에 들어 올만 한 수량, 또는 그 수량을 세는 단위.
새록새록 - ①새로운 물건이나 일이 잇따라 생기는 모양.(텅 빈 벌판이었던 곳에 빌딩들이 새록새록
들어서기 시작하였다.
②어떤 생각이나 느낌이 거듭하여 새롭게 생기는 모양.(아프고 쓰라렸던 지난 일이 새록새록 떠올랐 다.)
(‘새록새록’은 ②의 뜻은 잘 알지만 ①의 뜻이 낯설 것 같아서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