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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화 : 진자리

by 달인 posted May 31,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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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진자리

 

 

낳으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기르실 제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시며

손발이 다 닳도록 고생 하시네!

(이하 생략)

 

우리가 어렸을 때 어머니의 날’(언제부터인가 어버이의 날로 바뀌었지만)이면 어김없이 합창으로 불렀던 부모님의 은혜의 앞부분이다.

 

아이를 낳는 고통은 얼마나 클까?

나는 남자라서 그 고통이 어떠한지 정확하게 말할 수 없지만 남자들이 군에 입대하여 한 여름의 땡볕을 받으며 훈련받은 고통과 비교하면 잘못된 비교일까?

현재도 우리 우두마을에 살고 있는 초교동창생 녀석이 군에 입대해서 훈련 받은 고통이 얼마나 컸던지 다음에 결혼해서 아들을 낳으면 그 자리에서 엎어버리겠다라고 하던 농담을 들은 적이 있다. 그 친구는 (그 말이 씨가 되었는지 모르지만) 결혼하여 딸만 둘을 줄줄이 낳고 한동안 아들을 못 낳아 딸딸이 아빠로 놀림께나 받다가 늦게야 아들을 하나 낳았는데 자기 말대로 그 아들을 엎어버리지는 못했는가 보다.

또 다른 한 친구는 단기하사관으로 갔는데 교육을 마치고 첫 휴가를 와서 같이 술을 마시는데 군 생활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이 눈물만 줄줄 흘리는 것을 본적도 있었다. 그만큼 훈련의 고통을 견디기가 어려웠나 보다.

후일 내 자신이 군엘 가지 않았다면 위 두 친구의 고생담을 지금까지 액면 그대로 믿고 있겠지만, 나도 7월 한여름에 현역으로 입대해서 신병교육을 받으면서 피땀을 흘려 보았고 자대에서는 유격훈련을 받는 등 정식 육군병장 김병장이 되어 만기 전역하였기에 그 고생담이 조금은 과장되어 있다는 것을 알지만 그 고생담이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님을 이해하기 바란다.

 

각설하고, 이 노래의 가사에 있는 진자리는 과연 어떤 자리를 말하는 것일까?

표준국어사전에서는 「①아이를 갓 낳은 그 자리. 아이들이 오줌이나 똥을 싸서 축축하게 된 자리. 사람이 갓 죽은 그 자리. 바로 그 자리. 로 풀이하고 있다.

우리는 주로 의 뜻만 알고 있었는데 의 뜻이 있었으니, 억겁을 윤회하고 있는 자연의 섭리에서 탄생과 죽음이 어쩌면 같은 의미인지도 모르겠다.

 

한편, 자식을 2~3명만 낳았던 우리 세대와는 달리 옛 우리 엄마들은 아이들을 7~8, 많게는 10명도 넘게 낳으면서 병원이나 조산소는 물론이요(심지어 밭에서 일을 하다가 낳은 경우도 있다고 한다. 실제로 이름이 길남이라는 나의 친구는 엄마가 일을 하다가 집에 돌아오는 도중 길에서 낳았다고 하여 이름을 그렇게 지었다고 한다.) 산후조리조차도 제대로 하지 못하였으니 그 엄마들의 고통은 가히 짐작할 만하다. 그런 모진 고통 속에서도 평생을 일만 하시며 사셨으니 늙어 허리가 굽어지지 않은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리라. 후더침도 오죽 많았을까!

 

이미 다른 글에서도 밝힌 적이 있지만 나는 요즘의 젊은 신혼부부들이 아이들을 많이 낳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물론 요즘은 여자들도 경제활동을 많이 하기 때문에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가능한 한 많이 낳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아이를 낳는 고통이 크다고는 하지만 아무 탈 없이만 낳았다면 그 고통 뒤에 느껴지는 뿌듯하게 벅차오르는 감동 또한 비할 바 없이 크리라!

 

진자리 - 아이를 갓 낳은 그 자리. 아이들이 오줌이나 똥을 싸서 축축하게 된 자리. 사람이 갓 죽은 그 자리. 바로 그 자리.

개암들다 - 아이를 낳은 후에 후더침(산후의 잡병)이 나다.

후더침 - 아이를 낳은 후에 생기는 온갖 잡병(=산후더침). 거의 낫다가 다시 더친 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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