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1화 : 판셈
앵두나무 우물가에 동네 처녀 바람났네.
물동이 호밋자루 나도 몰래 내던지고
말만 들은 서울로 누구를 찾아
이쁜이도 금순이도 밤 봇짐을 쌌다네.
어렸을 때 자주 불렀던 노래의 한 구절이다.
우리의 누나이자 여동생인 이쁜이와 금순이는 그 지긋지긋한 시골의 가난을 벗어 보고자 부모 몰래 야간 삼등열차를 타고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서울로 서울로 향하였지만, 가진 것 없고 배운 것 없는 그네들이 서울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오직 공장여공, 차장, 식모살이 등등 몇 가지 일 밖에 없었다. 그러나 시골에 남아 있는 또 다른 이쁜이와 금순이는 먼저 서울로 간 이쁜이와 금순이를 동경하여 자기도 언젠가는 서울로 갈 것을 꿈꾸며 기회를 엿보다가 또 어느 날 부모 몰래 밤 봇짐을 싸서 떠나갔으니 그렇게 서울은 젊은 우리들을 유혹하는 꿈의 도시였나 보다.
여자들만 그러한 것이 아니었다.
남자들도 여러 가지 이유에 의해 몰래 밤 봇짐을 쌓는 경우가 있었으니, 그 중 한 가지 이유가 노름 등으로 재산을 탕진하여 빚에 쪼들리다가 도저히 빚을 못 갚을 상태가 되는 경우였다. 그러면 그 사람의 빚보증을 선 사람도 덩달아 낭패를 보았고.
그렇게 ‘노름이나 또 다른 이유로 가지고 있는 모든 재산을 다 날려 버린 자포자기 상태’를 우리는 ‘판심댔다’라고 하면서 그 뜻을 그냥 막연히 모든 것을 포기한 마음의 상태로만 이해했다.
그런데 이번에 알고 보니 ‘판심’은 ‘판셈’의 사투리이며, ‘판셈’은 아래 풀이와 같이 「빚 진 사람이 그의 재산을 전부 빚을 준 사람들에게 주어 나누어 갖게 함.」이란 뜻이었다. 곧, 요즘의 ‘파산선고’와 비슷한 개념이었다.
기왕 노름 이야기가 나왔으니 노름에 대한 폐단을 짚고 넘어가야겠다.
노름(다른 말로 도박이라고 한다)을 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즐거움 시간을 보내기 위하여(가족끼리 하는 화투놀이가 이에 해당한다), 흥분과 쾌감을 느끼기 위하여(인터넷으로 하는 카드놀이가 이에 해당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돈을 쉽게 벌기 위하여.
문제가 되는 것은 마지막인 돈을 쉽게 벌기 위하여, 즉 남의 돈을 따기 위하여 하는 노름이다.
세상 이치상 노름도 누군가가 잃어야만 누군가가 딸 수 있는데 노름꾼들은 전부 따는 사람이 자기라고 착각을 한다.
나의 친한 친구들 중에도 두 사람(둘 다 물려받은 재산이 꽤 많았다)이나 패가망신을 하였다. 한 사람은 빠칭코(?)에 미쳐, 한 사람은 카드에 미쳐.
결국 그들은 우리 앞에 나타나지도 못하여 지금은 어느 하늘 밑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도 모르는데 가족들도 산산이 흩어졌다는 후문이다.
왜 그들은 노름의 폐단을 알면서도 그 짓을 계속했을까?
노름은 그만큼 중독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얼마나 중독성이 강하냐 하면 노름을 하지 않겠다고 자기의 한 팔을 도끼로 잘랐는데 다음해에 그 사람이 또 노름판에 앉아 있더라는 유명한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어떤 노름꾼이 더욱 노름 실력을 키우기 위하여 최고의 노름꾼을 스승으로 모시고자 물어물어 찾아갔더니 최고의 노름꾼이라는 그 사람은 거지 중의 상거지였다는 이야기를 끝으로 맺는다.
판들다 - 가지고 있던 재산을 다 써서 없애 버리다.
판셈 - 빚 진 사람이 그의 재산을 전부 빚을 준 사람들에게 주어 나누어 갖게 함.
무리꾸럭 - 남의 빚이나 손해를 대신 물어 주는 일.
나도 하루 저녁의 도박에서 100억을 잃어보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나의 골드머니는 12조 7천억이니
걱정하지는 않는다.
딸 때도 있고 잃을 때도 있지만 결국은 잃는다고 가정하면
하루 평균 잃은 액수는 30억.
1주일에 3번 정도로 계산하면 1주일에 100억.
1달이면 400억.
1년이면 4,800억
10년이면 4조 8천억
이렇게 계산하면 대략 30년은 버틸 수 있으니까!
30년 후의 내 재산이 많으면 무엇하고 없으면 무엇하랴! ㅋㅋㅋ
이상은 게임사이트인 피망에서의 훌라판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