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9화 : 그 시절, 그 놀이
겨울이면 양지바른 곳에 옹기옹기(또는 옹기종기) 모여서 딱지치기, 구슬치기, 못치기를 했던 어린 시절.
먹을 것도 귀한 시절인지라 따니라는 돈치기는 엄두도 못 냈지만 우리는 못치기를 그런 식으로 하였던 기억이 있다.
못이라야 어떤 공작물이나 시설물을 헐었을 때 판자에 박혀있던 녹슨 못이 대부분이었지만, 그 못의 값어치보다는 같이 어울린다는 것과 시합을 해서 이겼을 때 맛보는 쾌감 때문에 우리는 그 녹슨 못 하나하나를 마치 동전처럼 소중히 여겼던 것이리라.
우리 멀마(남자 어린이)들은 당시로는 넓디넓은 쇠머리의 광장(쇠머리 사람들은 그 곳을 ‘유촌’이라고 불렀다. 아마 어린이들을 교육시키는 ‘유치원’의 준말인 듯하다)에서 소위 비행기히꼬끼놀이와 비사치기 및 익깡볼놀이를, 간내(여자 어린이)들은 고무줄놀이와 공기놀이를 즐겼는데 삼팔선놀이와 숨바꼭질놀이는 남녀의 구분이 없었던 것 같다.
비행기히꼬끼 놀이는 공격조가 일정한 지점(비행기의 꼬리 부분)을 점령하기까지의 전투인데 무한한 힘과 단결이 요구되는 전형적인 남자 아이들만의 놀이로 그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일본 군국주의의 잔재이며, 비사치기는 아래 풀이와 같이 납작한 돌을 가지고 노는 놀이다.
또한 삼팔선 놀이는 삼팔선이라는 몇 개의 선을 그어 놓고 공격조가 그 선을 전부 넘어갔다가 다시 원위치로 되돌아오는 놀이로 재빠른 몸놀림이 관건이었는데 아마 육이오 전쟁의 소산인 듯하다.
여자 아이들이 주로 했던 고무줄놀이와 공기놀이는 다들 아는 놀이라 생각되어 설명을 생략하고 위의 놀이 중 생소한 익강볼놀이에 대하여 설명한다.
익깡볼놀이는 요즈음 성행하고 있는 야구와 비슷한데 야구와 다른 점은 포수가 없다는 점과 투수가 공격자편이라는 점이지만(공격자인 자기편이 잘 칠 수 있도록 공을 좋게 던져주는 것이 좋은 투수의 요건이었다), 특히 재미있게 다른 점은 공격자가 친 공이 플라이로 잡힐 것 같으면 그 공격자가 ‘익깡’하고 외치면 그 플레이가 무효가 되고 다시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요즘의 ‘파울 볼’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그러면 오늘날의 야구와 비슷한 ‘익깡볼놀이’는 누가 어떻게 만든 놀이일까?
아마 야구의 룰을 본떠 만들어진 것이라 생각되어 간략하게 우리나라의 야구의 연혁을 정리해 본다.
「야구를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소개한 사람은 선교사 질레트이다. 질레트는 1903년 10월에 발족한 황성 기록청년회(지금 YMCA의 전신)의 창립 공로자로 1905년부터 그 단체의 회원들에게 야구를 가르쳤다고 한다. 당시에는 야구를 '타구' 또는 '격구'라고 불렀다고 한다.(이하 주요 연혁만 살펴봄)
- 1923.05.23. 조선야구협회의 발족
- 1930.09.13. 조선야구심판협회가 발족
- 1946.03.18. 조선야구협회 창설(1954.10. 대한야구협회로 개칭됨)
- 1946.10. 대한체육회 가맹
- 1954.12. 아시아야구연맹(BFA) 가입
- 1972.11. 국제야구연맹(IBA) 가입. 이하 생략」
이 자료만 보아도 우리가 뛰어놀면서 자랐던 1960년대는 이미 전국적으로 야구가 확산되고는 있었지만 아직 시골에까지는 그 영향이 미치지 못해서 그와 비슷한 익깡볼이 우리의 놀이로 발전하지 않았나 싶다. (내가 1968년에 입학했던 광주의 중학교에도 야구부가 있었다)
오늘 돈치기의 일종인 ‘따니’와 야구와 비슷하다고 설명되어 있는 ‘찜뿌’라는 우리말을 발견하고는 흥에 겨워 옛 추억을 더듬으며 이 글을 쓰고 있다.
한편 ‘옹기옹기’와 ‘옹기종기’가 어떻게 다르다는 것도 감상하기 바란다.
옹기옹기 - 비슷한 크기의 작은 것들이 많이 모여 있는 모양.
옹기종기 - 크기가 다른 작은 것들이 고르지 아니하게 많이 모여 있는 모양.
따니 - 돈치기의 하나. 동전을 벽에 힘껏 부딪쳐 벽에서 가장 멀리 나간 사람이 자기 동전이 떨어진 자리에 서서 그 동전으로 다른 사람의 동전을 맞혀서 따 먹는다.(=딴지치기)
비사치기 - 아이들 놀이의 하나. 손바닥만 한 납작한 돌을 세워 놓고 얼마쯤 떨어진 곳에서 돌을 던져 맞히거나 발로 돌을 차서 맞혀 넘어뜨린다. ≒돌치기.
찜뿌 - 고무공을 가지고 야구 형식으로 하는 아이들의 놀이. 투수와 포수가 없이 한 손으로 공을 공중에 띄워 다른 손으로 그것을 친다.
어제 처음 시작한 아침운동 때문에 피곤했는지 일찍 잠이 들더니만
역시나 평소보다 빠른 아침이 시작되고 있다.
바람과 함께 흩뿌리고 있는 저 비를 맞고 아침 운동을 가야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