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두봉,
소년에게 그것은 山이 아니었다
엄니요 할매요 애비였고 큰바위 얼굴이었다.
머리통만 남은채 팔다리 떨어져나가고, 몸뚱이 뭉글어진 채
가까스로 지탱하는 한센병 환자처럼 외로이
소리없는 함성을 지른다
애간장 끓으며 손지에게 미소짓는 할매처럼
그래도 앞에선 큰바위 얼굴 그대로다
소록도를 바라보며
오늘도 희망을 꿈꾸지만 한점 살이
또 떨어져 나간다
그대 들리는가
낫기를 갈망하는 에미의 절규가 들리는가
그대 보이는가
미소뒤에 감추고 있는 할매의 처절한 상처가 보이는가
오늘 그대 느끼는가
우리 애비와 애비의 애비가 품었던 큰 바위 얼굴의 희망을....
못난 이 애비 대신해 줄 큰바위 얼굴
아, 누가 찾아주며 누가 지켜준단 말인가
여기
그대뿐, 우리뿐
행님 동상 어서 메구치러 나가세
어깨동무하고 곡깽이 메고 등걸하러 그 山에 갈 때처럼 ....
친구야
얼릉 함께 나서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