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국민학교 5,6학년 때 입니다.
우리집 바로 위에 있는 같은 학년 친구 김재옥이네 딸기 밭이 있었습니다.
그 딸기가 눈이 시리도록 빨갛게 익어가고 있었습니다.
너무 베고픈 시절이고 과일이 귀한 시골이라서
나무지게를 지고 그 딸기밭 옆길을 오갈 때는
얼마나 먹고 싶은지 그 딸기가 다 끝물이 되도록
항상 군침을 달고 다니던 어느날 이었습니다.
친구 임석부와 함께 거사를 행하기로 굳게 맹세하고
대나무를 쪼개 엮어서 촘촘히 울타리를 처놓은
딸기밭을 무슨 무장공비라도 잡을 듯 천둥이 치듯이 쿵쿵거리던 심장을 감싸않은체
재옥이네 딸기밭으로 사자처럼 포효하며 처들어갔습니다.
콩닥거리는 가슴을 껴않은체 정신없이 빨간 딸기를 호주머니에 잔뜩
따담고 그것도 모라자 오른손 왼손에 잔뜩 단물나는 딸기를 쥐고 일어서는
순간 같은 동네 정선숙이네 어머니와 잘 기억나지 않는 몇분의 여자분들이
손에 호미를 들고 우리쪽으로 오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래서 우리 둘은 약속이라도 한듯이 딸기밭 바로 아래있는
선숙이네 (근데 이름이 맞는지 모르것네??) 보리밭으로 뛰어들어가
개구리처럼 납작 엎드렸더니 허리까지 자란 보리들 때문에 감쪽같이 숨을 수 있었습니다.
누구에게 그런 법을 배웠느냐구요?
동네 형들과 누나들이 연애할 때 보리밭에 숨어서 하더라구요...
그래서 선숙이네 엄마 일행이 빨리 지나가기를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망을 보고
있는데 그 보리밭이 어른 걸음으로 한 열 걸음 정도로 좁으면서 긴 보리밭인데
그 보리밭으로 그 일행이 들어오더니 저 끝에서부터 우리 있는 쪽으로 보리밭에 있는
지심(김?)을 메오고 있는 것이 아닙니까?
도망가지도 못하고 그냥 무작정 엎드려 있을 수도 없고...
발동기 돌아가는 소리를 내면서 심장박동이 치는데...
어휴! 정말 그때 죽을 것 같더라구요.
점점 그 일행은 가까이 다가오고 더 이상 엎드려 있을 수 없은 다급한 순간
갑자기 석부가 관속의 시신이 일어나듯이 순간적으로 일어나더니 나 홀로 놔두고
똥이 빠져라 고무신이 타도록 선숙이네 산속으로 도망치는데
그 때의 배신감은 뭐라 표현할 수 없었지요.
살아도 같이 살고 죽어도 같이 죽자고
해놓고 말입니다.
그래서 한참 엎드려 있던 나도 본능적으로 스프링이 뒤어오르듯이 그냥 일어나서
시구렁창에 빠진 생쥐처럼
손에 쥔 딸기를 버리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체 석부 꽁무니를 따라
도망치는데
야! 자다가 가위눌린 현상이 눈뜨고 일어나는데 마은은 저 앞에 가는데
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것 있죠?
이 일이 일어난지 40여년이 지나도록 재옥이네 집 식구들이 아직도 딸기값 물어달라고
하지 않은 걸 보면 다행히 그분들이 소문을
내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 일이 40년도 더 흘렀는데 40여년 동안 딸기만 보거나 먹을 때면
재옥이네 딸기 도둑질 한것이 생각나서 "주여! 이 도둑놈을 용서해 주소서." 하고 있지만
늘 그 생각을 떨굴 수 없었는데
이렇게라도 자수를 해야 쉬원 할 것 같아서 자수합니다.
석부는 부산에 산다는 애기는 수년전에 들었는데
석부를 대신해서 재옥이에게 자수합니다. 나 좀 용서해 주랑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