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즘에 우리교회 집사님이 운영하는 노인복지센터에서
차량운행을 하고 있다.
젊은 시절에는 나름대로 화려한 경력을 갖고 계신분도
많겠지만 타인의 도움을 받지 않고는 자신의 몸 마저도 제대로
가누지 못한 처지에 있는 분들을 보고 나의 앞날을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몇일 전 부터 치매에 걸린 한 할머니을 모시게 됬는데
이 할머니는 날마다 만나는 나를 기억하지 못하고 깜박 잊어버린
모양이다.
"선상님 우리 광규 못봤슈? 나 집에 가야돼요"
센터에 오자마자 광규를 찾으며 집에 가겠다고 떼를 쓴다
"할머니 왜 집에 가실려고 하셔요?"
"우리 광규가 날 만나려 집에 왔다가 내가 없어 못 만나면 어떡해요!"
또 센터에서 간식으로 귤이나 바나나를 주면 먹지 않고 주머니에 넣는다
"할머니 여기서 드시지 않고 뭐 하실려고 넣으셔요?"
"우리 광규가 날 찾아오면 줘야죠"
광규는 할머니의 아들인데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버려둔 채 한번도 나타나지 않는
비정한 아들인데 어머니는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난 그 광경을 차마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울컥하여 뒤돌아서서 눈물을 훔친다
이 엄동설한에 얼음처럼 차디 찬 냉방에서 홀로 세우잠 지새는 어머니을 방치한 채
나타나지 않는 아들을 애타게 기다리는 것이 어머니의 마음이다
이것이 물질문명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고 살아가는
우리 현대인들의 자화상이라면 이 얼마나 슬픈 일이랴!
"할머니 주신 간식 맛있게 드시고 건강하셔야 광규가 옵니다"
"그래요, 선상님 고맙습니다 우리 광규 언제오나요?"